[김홍제의 목요칼럼] 정성스러운 한 걸음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는 것이 5,000일을 수행하면서 얻는 거대한 깨달음이다"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딱히 믿는 종교는 없지만 주말에 1박 2일로 고창 선운사에서 하는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눈도 오고 혹한 날씨에 볼이 따갑도록 추웠지만 마음은 충만함을 얻었다. 새벽 4시 새벽예불이나 캄캄한 밤길을 걸어서 가는 길이나 법당의 불빛이 사진처럼 가슴에 선명하게 저장되었다. 짧은 체험 중에 배운 것은 ‘지금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긍정적 실천이다.
미완성이고 부족한 인간이 욕망과 욕심으로 충돌하여 갈등을 만들고 아파하며 고통을 겪는다.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서 구름 밑에 보이는 도로와 집을 보면 그 많은 갈등이 개미 다리보다 작고 하찮은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런 하찮은 것들이 모여서 지지고 볶는 세상이 되고 그 안에서 금방 후회할 일로 싸우고 속이고 힘들어한다. 생명체의 우연과 필연으로 삶은 욕망의 연료로 하루를 시작한다. 만족과 불만족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면서 시간과 공간을 채우고 있다.
산다는 것이 별것 아니다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산다는 것처럼 놀라운 축복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이렇게 알맞은 온도와 햇살과 생명체들이 살 수 있는 이곳이 바로 기적 같은 천국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 인생의 작품인가.
신문에서 ‘5,000일 기도해 보니 지금 이 순간, 한 걸음이 소중’(조선일보, 1월 30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5,000일이나 기도하고 무엇을 얻었을까. 호기심이 생기는 기사 제목이었다. 광주광역시 무각사 주지 청학 스님은 19년간 이어온 ‘5,000일 기도’를 2월 7일 마친다. 스님의 기도는 2007년 8월 13일 주지 부임한 날 시작됐다. 매일 새벽 4시, 오전 10시, 오후 6시 하루 세 차례 1시간 30분씩 108배하고 목탁 치며 금강경을 독송했다. 기도는 치열했다고 한다. 휴대전화와 자동차를 없앴고 바깥출입을 끊었다. 그렇게 기도하는 사이 목탁 3개가 깨져 나갔고 가사, 장삼, 방석은 얼마나 해지고 기웠는지 모른다.
50대 중반에 시작하여 5,000일 기도를 올리는 사이 70대 중반에 이른 청학 스님의 말이다. “5,000일 기도를 마치면 나한테 큰 깨달음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 적도 있어요. 아니에요. 가장 큰 깨달음은 오직 한 걸음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오직 한 걸음이란 현실에 충실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오직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는 것이 5,000일을 수행하면서 얻는 거대한 깨달음이다. 생각과 말만 무성하면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교육계에 ‘정치의 바람’이 불고 있다. 6월 3일로 예정된 교육감 선거 얘기다. 연일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의 출판기념회, 출마 선언 소식이 들려온다. 지인 얼굴도 현수막에 올라왔다. 진정으로 교육에 헌신하겠다는 교육감 후보의 얼굴이 지면에 올라온다. 교육은 진정성과 안목을 가진 지도자가 이끌어 가기를 바랄 뿐이다.
앞으로 많은 공약이 난무할 것이다. 공약은 많았지만 정작 교육은 과거의 정책을 재탕하거나 퇴행하는 일이 많았다. 정성스러운 한 걸음은 올바른 실천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를 통해 진정성 있는 교육 성장이 있기를 바란다. 우리의 올바른 선택도 의미 있는 한 걸음이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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