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제의 목요칼럼] 학교의 위치와 한국 사회의 철학
"‘학교를 어느 곳에 세우고 어떤 대우를 하느냐’라는 문제는 한국 사회의 교육 철학을 보여준다"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학교는 언제인가부터 도시의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입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교육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대한 집단적 고백이다. 도시는 가장 비싼 땅에 무엇을 세우는지를 통해 사회의 우선순위를 보여준다. 백화점, 고급 주거지, 상업시설이 중심을 차지하는 동안 학교는 늘 외곽으로 밀려났다. 아이들의 미래보다 더 값진 것이 과연 무엇인가. 학교는 가장 비싸고 좋은 땅에 있어야 한다.
나는 시골 지역에서 교장을 할 때 학생 화장실에 비데 있는 데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행정실에서 돈이 없다고 했지만 우선 층마다 몇 개라도 만들자고 했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다. 학생이 꿈을 꿈꾸고 미래를 설계하는 공간이며 한 사회의 철학이 형성되는 장소이다. 민주시민의 경험이 길러지는 공적 공간이다. 그렇기에 학교는 접근성이 가장 좋고 안전하며 문화, 자연, 공공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 학교는 문화센터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교육 시설의 열악함은 무관심의 다른 이름이다. 아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이 낡고 비좁으며 비인간적이라면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것인가.
세계의 교육 선진국들은 학교를 도시의 자산으로 인식한다. 학교는 지역의 문화 거점이다. 공원과 도서관, 예술 공간과 연결되며, 주민과 함께 숨 쉬는 장소로 설계된다. 학교가 좋은 땅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특권을 요구하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들을 사회중심에 두겠다는 선언이며 교육을 투자로 보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가장 소중한 것은 가장 좋은 자리에 두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있는가. 한국 사회는 분명하게 올바른 철학을 학생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 대답이 곧 우리 사회의 미래다. 학교는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투자이고 가장 멋진 투자이다.
공간을 같이 쓴다면 지역사회와의 연계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학교는 공공기관으로서 가장 많은 지역에 있다. 이 시설이 주민과 하나가 되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 가장 좋은 문화시설, 회의실, 영화관, 수영장, 도서관, 농구장, 공연장이 학교와 같이 한다면 학생과 주민이 모두 성장하는 모습이 될 것이다. 60년대 석탄이 이제 전기 난방으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학교 부지와 시설은 가난하다. 오죽하면 학생에게 학교를 생각하라고 하면 감옥을 연상하겠는가.
중고등학교도 강당만이 아닌 도서관과 동아리실, 수영장, 운동시설, 휴게실, 회의실을 모두 모아놓은 학생회관 건물이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지역의 군수나 시장과 협의하여 주민시설을 학교 옆에 지어서 함께 이용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과감하고 놀라운 결단으로 학교 부지와 시설을 가장 좋은 곳으로 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학생은 나라의 가장 귀한 보배이고 미래이다. ‘학교를 어느 곳에 세우고 어떤 대우를 하느냐’라는 문제는 한국 사회의 교육 철학을 보여준다. 반성해야 할 일이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