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9(일)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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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어 이런 말을 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외신들은 '아무것도 아닌'을 어떻게 번역했을까. 외신은 각각 '하찮은(insignificant)', '보잘것없는(a nobody)', '중요하지 않은(no importance)' 등으로 번역했다. 

 

사전에서 ‘아무것’이 ‘아니다’를 만나면 ‘특별하거나 대단한 어떤 것’이라는 뜻을 갖는다고 한다. ‘아무것’이 ‘특별한 것’이란 뜻을 갖게 된 건 ‘아무것도 아니다’를 ‘별것 아니다’로 바꿔 쓸 수 있고, ‘별것’이 특별한 것이란 뜻이니 ‘아무것이 아니다’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별 볼 일 없고 하찮은 존재’라는 뜻이 된다. 일상적으로는 자신이 스스로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오’라고 말하면 그 말은 자신의 겸손함을 표현하는 어법이다.‘ (한겨레신문’, 8월 7일자, ‘말글살이’ 참조)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대통령을 당선시킨 1등 공신은 ‘보통 사람 노태우입니다’라는 선거 문구였다.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는 김대중, 김영삼 후보와 경쟁하면서 ‘보통 사람의 위대한 시대’와 같은 슬로건을 내세워 당선되었다. '보통 사람 노태우' 이미지가 당시의 국민 마음을 사로잡았다. 노태우 대통령도 나중에 알고 보니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일반사람은 보통 사람이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기보다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살고 싶어 한다. 사교육. 5세 고시. 의대에 미친 교육, 우수반 편성은 특별한 대우에 대한 욕망이다. 영재교육, 국제학교, 특별한 학교를 좋아하는 학부모의 심리도 그런 욕망의 표현이다. 공직자의 기관장에 대한 자리다툼도 특별함에 대한 욕망이다. 특별대우에 대한 욕망은 경쟁, 차별, 열등감, 갈등을 만들었다. 빗나간 자식 사랑 경쟁은 모두를 지옥으로 내몰았다. 교육과 예술 분야는 ‘욕망의 부재’가 ‘진정한 특별함’을 만든다. 

 

‘얀테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10가지 규칙이 있지만 요약하면 '당신 스스로 남들보다 더 뛰어나거나 특별하다 생각하지 마라.'라고 한다. 이 법칙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평등사회와 복지 선진국으로 이끈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얀테의 법칙에 따르면 왕족조차 '높은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여겨야 한다. 정말로 왕족조차 권위를 드러내기보다는 소탈해지려는 노력을 한다고 한다. 

 

인간은 거기서 거기다. 대동소이하다. 따지고 보면 인간은 다 같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먹고 화장실에 가고 비슷한 내장과 뇌와 손발을 가지고 있다. 다만 좀 키가 크거나 암기를 잘하거나 장애가 있거나 할 뿐이다. 사자와 개미, 전나무와 채송화처럼 아주 다른 종이 아니다. 

 

선생은 학생이 진정으로 타인과 공감을 이루고 겸손함으로 세상을 살게 도와주어야 한다. 자녀와 학생이 ‘특별함에 대한 욕망’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겸손한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교육계와 가정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진심으로 고민해야 한다. 아무것도 아닌 학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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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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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아무것도 아닌 사람과 특별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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