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전재학2.jpg

대한민국은 국민소득이 60달러 남짓하던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 산업화를 시작으로 오늘날 국민 소득 3만 5천 달러를 넘는 인구 5천만 이상의 7번째 3050 선진국이 되었다. 이는 2021년 7월 2일 유엔경제총회인 운크타드(UNCTAD)가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공식적으로 격상시킨 역사적 사건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964년 UNCTAD가 설립된 이래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최초의 사례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편의 ‘그림의 떡’이자 내면적 상처가 가득한 대한민국의 모습이 덩그렇게 서있다. 
 
최근 한국 사회는 감춰진 불평등과 불공정이 가감 없이 드러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가속화와 함께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정부의 명령에 의해 벼랑 끝에 몰렸지만 한국 사회는 그들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이태원 참사를 보라. 이런 결과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두가 사회는 없다고 믿으며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추구한 결과다. 공적 복지 확대 없이 성장만으로도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한국인의 믿음은 바로 한국의 성공 신화가 만든 ‘성공의 덫’이다.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을 보자. 인도주의 의료를 실천하는 슈바이처가 되겠다고 의대에 진학했던 수많은 청년이 모든 국민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공공성에 눈을 감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2차 확산이 본격화되던 2020년 여름의 끝자락에 정부가 지역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의대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청년 의사들이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위중한 환자들을 앞에 두고 진료를 집단으로 거부했다. 이는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심하게 저항하고 있다. 의사 집단의 극단적인 이기적 행태가 국가발전의 뒷다리를 잡고 있다. 왜 대한민국이 이렇게 되었을까? 누가 이런 대한민국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최근 대한민국의 위상은 한류의 세계화로 갈수록 높아져 간다. 하지만 이 역시 성공의 덫을 피할 수는 없다. 한국 대중문화의 놀라운 성공 뒤에는 한국 경제 성공 신화의 가혹한 경쟁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극소수만의 성공’이라는 비극을 재생산하고 있다. 그 이면엔 수만 명의 청소년이 성공을 위해 아이돌 연습생이 되어 무지막지한 연습생 생활을 하지만 극소수만이 무대를 밟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바로 승자독식(Winners take all)의 한국 사회가 얼마나 잔인한 경쟁으로 1등 지상주의를 지향하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뿐이랴. 몇 해 전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상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에 엄청난 찬사와 환호를 보내면서 그 영화가 말하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과 빈곤에는 정작 눈을 감고 있다, 또한 BTS에 열광하면서도 출세와 성공지향적인 교육체제에 짓눌려 꿈을 잃고 살아가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피눈물 나는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최근에는 52만 여명의 청년들이 단지 기약 없이 ‘쉬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적 성공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빈곤은 만연하고 불평등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노인 빈곤율 1위, 자살률 1위, 초저출산율 1위, 행복지수 OECD 36개국 중 34위, 국민의 60퍼센트가 우울하고 분노하는 이런 선진국이 도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룬 것인가? 우리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힘이 있는가? 이젠 우리의 성공을 음미하면서 현재의 비극이 이상한 성공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선진국 진입에 합당한 국민적 의식전환을 이루는 것은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업이 되었다. 여기엔 학벌 타파, 조화와 균형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복지정책이 국가 발전의 모델로 개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에 취직하기만을 목숨 걸고 투쟁하는 한국의 심각성을 극복할 수 있다. 교육입국을 지향하는 한국사회는 새로운 교육 가치의 전환, 뉴노멀(New Normal)과 교육개혁으로 인한 행복교육의 과감한 실행이 필요하다. 이는 늦출 수 없는 국가의 과업이자 교육이 감당해야 할 시대적 운명이다.

 

전재학2.jpg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 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전체댓글 0

  • 53902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전재학의 교육칼럼]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업과 교육개혁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