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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우균의 깨봉 칼럼] 생각의 확산(6-LCAMST)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먼저 핀란드와 영국에서 하는 융합 교육을 소개한다. 핀란드에서는 융합 교육을 ‘현상 기반 학습’이라 하는데, 교과 간의 벽을 허무는 융합 교육 개혁을 강하게 시도하는 중이다.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 (2018)를 쓴 박형주님의 사례를 보자. 바다에 유조선이 좌초해 기름이 쏟아진 상황을 던져주고 한 학기 동안 각종 자료를 뒤지고 책을 읽어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내용으로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융합 교육이 시작된다. 역사 시간에는 유사한 기름 유출 사례를 찾아본다. 화학 시간에는 기름 제거 방법과 약품을 찾아본다. 수학 시간에는 어떤 대처법이 가장 효과적이었는지를 빅데이터로 분석한다. 생물 시간에는 생태계 복원에 관한 자료를 찾아본다. 이런 학습을 한 학생들은 왜 그동안 지겹게 역사와 화학과 수학과 생물을 공부했는지 사무치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 학기에 심화 수업을 하더라도 학생들은 즐거움을 느끼며 공부에 더욱 매진하게 될 것이다. 다음은 영국의 사립 중학교 수업시간에 하는 융합 프로그램이다. 도나 그리핀 교과개발팀장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런 방식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수업은 다음과 같다. 먼저 마르크 샤갈의 「나와 마을」이란 그림을 보여 주고, 국어 시간에는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눔직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짧은 소설 한 편씩 써보라. 수학 시간에는 도형의 닮음과 비례를 이용해 그림을 확대하라. 역사 시간에는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인 1차 세계대전 직전 상황에 대해 설명하라. 미술 시간에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림 뒤에 펼쳐진 세상을 그려라. 가사 시간에는 이 마을 사람들이 축제 때 먹을 음식상을 디자인하라. 연극 시간에는 이 그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연극으로 만들라. 음악 시간에는 팀을 이루어 이 그림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곡을 하라. 이렇게 그림 한 점을 두고 일곱 교과가 협력하여 융합 교육을 실시한다. 이미 영국의 사립 중학교는 우리나라보다 10년 빨리 실제 수업시간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는 한참 늦은 것이다. 마르크 샤갈의 「나와 마을」 4차 산업시대, 인간이 AI나 로봇보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는 바로 ‘생각의 힘’이다. 생각의 확장 방법으로 ‘6-LCAMST’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6’은 여섯 과목이란 말이고, 알파벳은 ‘(언어-사회-예술), (수학-과학-공학)’의 여섯 교과를 말한다. 그것은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을 분석해서 공통분모를 모아놓은 교과목이다. 앞의 세 교과목은 문과 계열, 뒤의 세 교과목은 이과 계열의 과목이다. 결국 ‘6-LCAMST’는 생각의 확장을 통해 사고의 넓이를 키워준다. 그런데 창의성의 사고를 강조하는 방법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우선 창의성의 고전이라 불리우는 『생각의 탄생』(미셀/로버트 루트번스타인)에서는 13가지 생각 도구(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 인식, 패턴 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 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를 언급했다. 또한 확산적 아이디어 창안법으로 유명한 스캠퍼(SCAMPER) 기법이 있는데, 교체해보기(종이 만화를 인터넷으로 옮긴 웹툰), 합쳐보기(전화기와 컴퓨터를 연결), 조정해보기(헬기의 프로펠러는 단풍잎의 씨앗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듦), 수정하거나 확대하거나 축소해보기(스마트폰은 컴퓨터를 작게 축소한 것), 다른 쓰임새 생각해보기(빵에 넣는 베이킹파우더가 요즘은 세제로 더 많이 활용), 없애보기(유선 마우스를 무선 마우스로 바꿔보기), 반대로 해보기, 순서 바꾸기(역발상) 이 그것이다. 그밖에도 브레인스토밍이나 마이드 맵 등 많은 창의적 방법들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생각의 방법들이다. 즉 ‘결과 중심 생각하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6-LCAMST는 ‘과정 중심 생각하기’다. 생각의 힘은 과정 중심 생각하기에서 더 강해지는데, 연상작용의 상상력으로 왜 이런 결과물이 나왔는가를 생각하면 할수록 생각의 힘을 더욱 굳세진다. 정답이 하나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생각을 확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고민하고 탐구해 나가야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생각의 힘은 근육이 단련되듯이 더욱 강력해진다. 키워드를 여섯 가지의 영역으로 나누고 그 결과물과 키워드 사이를 상상력을 동원하여 서로 관련되게 연결하는 것이 생각을 확산하는 핵심이다. 지금은 4차 산업시대다. 4차 산업은 창의성이 생명이다. 창의성은 연결과 편집으로 이루어진다. 김정운 박사는 그의 책 『에디톨로지』에서 ‘창조는 편집이다’라고 주장했다. 편집은 연결성으로 승부한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반전도 있고 재미도 다르다. 그래서 ‘영화는 편집이 생명’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스티브 잡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창의적인 사람은 아니다. 발명가는 더욱 아니다. 그런 그가 왜 창조의 아이콘이 되었나? 기존의 물건들을 하나로 연결시켜 애플 스마트폰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이란 ‘연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기존의 것들을 연결한 결과라고 하였다. 즉 창의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분야를 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융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들을 녹여서 하나로 합하는 것이므로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지식을 연결해서 창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영국에 올드미스가 많아지면 영국 해군이 강해진다.”는 말이 있다. 왜 그럴까? 이를 연상작용을 통해 논리적으로 그 과정을 설명해 보자. 올드미스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 올드미스가 많아지면 고양이가 많아진다. → 고양이가 많아지면 쥐가 줄어든다. → 들쥐는 뒤웅벌을 잡아먹기 때문에 쥐가 없으면 뒤웅벌이 많아진다. → 뒤웅벌이 많아지면 들에 목초가 무성해진다. → 목초들이 무성해지면 젖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 젖소들은 좋은 쇠고기와 우유를 제공한다. → 좋은 쇠고기와 우유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영국의 해군은 강해진다. 문제를 좀더 심화시킨 다음의 예를 보자. “미국은 자기들이 생산한 옥수수를 일본에 수출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일본에는 이미 태국에서 생산된 옥수수를 수입하고 있어 문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우선 미국은 태국에 눈을 돌린다. 태국에서 ‘아침 식사를 충분히 하자!’는, 얼핏 보아 아무 관계도 없는 것 같은 캠페인을 미국이 시도한다. 그 이유는, 태국 사람들이 듬뿍 아침 식사를 하게 되면 틀림없이 훨씬 많은 달걀을 먹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닭을 키워야 한다. 닭의 먹이로는 옥수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태국 내에서 옥수수의 소비량이 늘고, 그만큼 일본에의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미국은 또 그만큼 일본에 대한 옥수수의 수출량을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앞의 핀란드와 영국의 두 사례처럼 상상력에 의한 연상작용은 창조적 사고를 보다 넓고 깊게 만들어 준다. 창조란 결국 들레즈/가타리의 말로 ‘새로운 배치로 탈영토화’ 되는 것이다. ▣ 육우균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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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4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세상을 관조하는 관찰력의 힘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글로벌 솝 프로젝트 G.Soap Project.co의 수장이자 2011년 CNN이 선정한 “올해의 영웅”이었던 데릭 케욘고 Derreck Kayongo는 우간다 출신의 자선사업가다. 매년 200만여 명의 사람이 세균 감염으로 죽어가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경험했던 그는 출장 중 방문한 호텔에서 매일 아침 화장실의 비누가 새것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자선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비누가 고가의 사치품이어서 쉽게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버려지는 비누를 모아 새 비누로 제작한 다음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보내면 매년 200만여 명의 아이들이 자라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애틀랜타에 위치한 호텔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이후 케냐, 스와질란드, 가나 등 아프리카를 비롯한 전 세계 각국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300여 곳의 호텔과 주요 국제 보건단체가 뜻을 함께 하고 있다. 경험에서 비롯된 관찰력이 만들어낸 훌륭한 성과다. 창조적인 시각은 정확하게 보는 것, 그러니까 관점 Point of View으로부터 시작한다. 사회적 기업이나 여타의 가치적인 활동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창조적인 시각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게 만들며, 만나지 못한 세계를 만나도록 돕는다. 글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능력이다. 허먼 멜빌 Herman Melville은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며,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대문호다. 그가 20대 초반 선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장편소설 「모비딕」은 영문학 3대 비극으로 불린다. 작품 속 일등 항해사 스타벅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글로벌 커피 체인점의 이름으로도 톡톡히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데,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출간되었을 때는 소설이 아닌 ‘고래학’으로 분류되었을 정도로 세밀한 필체를 자랑한다. 「모비딕 」은 뛰어난 관찰력이 훌륭한 원고를 집필하는 데 얼마나 탁월한 기술인지 알게 해 준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 이스마엘과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바다 한복판에서 커다란 향유고래를 만난다. 육지를 벗어난 지는 오래다. 주변은 온통 검푸른 바다, 미지의 세계다. 그 속에 살고 있는 거대한 향유고래는 선원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상징이다. 허먼 멜빌은, 인간이 향유고래를 만났을 때 느낄 법한 극한의 두려움과 용기를 세밀한 관찰력만으로 극대화시켜서 서술했다. 그때 노잡이들은 아직 아무도 사활이 걸린 위험에 직면해 있지는 않았지만, 고물에 있는 항해사의 긴장한 표정을 보고 긴박한 순간이 왔음을 알았다. 그들은 코끼리 쉰 마리가 잠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버둥거리고 있는 듯한 굉음도 들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보트는 여전히 안개를 뚫고 달리고 있었으며, 파도는 성난 뱀들이 목을 빳빳이 세운 것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쉿쉿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저기 혹이 있다. 저기. 저기다. 한 방 먹여라.” 스타벅이 속삭였다. 휙 하는 소리가 보트에서 뛰쳐나갔다. 그것은 퀴퀘그가 던진 작살이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진 혼란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보트를 뒤에서 떠밀었다. 앞으로 밀려난 보트는 암초에 부딪힌 것 같았다. 돛은 쓰러져서 산산조각이 났고, 데일만큼 뜨거운 수증기 한 줄기가 보트 바로 옆에서 솟아올랐다. 보트 밑에서 무언가가 지진처럼 출렁거리고 뒹굴었다. -「모비딕」 허먼 멜빌, 289p, 작가정신 흔히 논문이나 학문 서적처럼 연구하고 탐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는 글은 관찰력과는 다른 능력이 요구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1. 광범위한 정보 탐색 2. 논리적 접근과 이해 3. 논증의 과정 거치기 이런 글에는 관찰력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하나의 지적 요소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면에 다양한 구성(시대적 배경, 내면의 흐름, 저술적 시점 등)이 필수요소로 받아들여지는 소설이나 영적 지능의 비약적 도약을 위해 집필되는 심리학 분야에서는 관찰력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통치권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으로 ‘편지’ 정도의 분량이지만, 매우 세밀한 관찰력에 토대를 둔 심리학 서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세밀한 관찰력에서 비롯되고 창조된 세계다. 관찰 Observation은 일종의 습관이다. 사물을 주의 깊게 연구하거나, 매사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살피는 습관이 관찰의 특징이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뛰어난 성과를 낸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관찰력은 놀랍게도 망상, 혹은 독특한 성격 정도로 인식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남들과 다른 생각과 사고의 흐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 산소 같은 경우 탄소 주변으로 향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이 가까워지면 탁 달라붙게 되는데요. 이때 어떤 방식으로든 열을 가해서 이 과정을 빠르게 할 수 있다면 산소가 탄소 주변으로 더 가까이 다가와서 탁 달라붙게 되는데, 이는 굉장히 불안정한 움직임을 가져옵니다. 그렇게 다른 원자들과도 부딪히게 돼 그 원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겠죠. 그러면 이 원자들도 다른 탄소 원자에 올라타 부딪히면서 불안정하게 움직이게 되고, 이는 또 다른 움직임으로 이어져 결국 끔찍한 재앙이 일어나게 됩니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노벨상 수상자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이론물리학자로 명성을 떨친 리처드 파인만 Richard Phillips Feynman은 앞서 이렇게 설명한 뒤 “그 재앙은 바로 불이라고 하는 것입니다.(That catastrophe is a fire.)”라고 이야기했다. 제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가능성의 길로 인도한 천재 물리학자의 언어는 탁월한 관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레오나르도는 받침대 위에 올라가 그가 그려놓은 것을 유심히 바라보며 붓 한번 대지 않고 팔짱을 끼고 하루 종일 서 있곤 했었다고 한다. 작품이 이렇게 파손된 상태 속에서도 그가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사색의 결과이다. <최후의 만찬>이야말로 인간의 천재성이 만들어낸 위대한 기적들 중의 하나인 것이다. -「서양미술사, 298p」, E.H. 곰브리치, 예경 관찰력은 인간이 가진 위대한 5가지 인지능력 중 하나이지만,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빠질 수 없는 지적 능력이기도 하다. 자연의 위대한 관찰자이자 탁월한 스푸마토sfumato 기법의 창시자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Leonardo Da vinci는 붓 하나만 가지고 인류 역사상 가장 영광스러운 여인을 창조했고, 미켈란젤로 Michelangelo Buonarroti는 허리가 꺾이는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눈으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기적이라고 불리는 천지창조(바티칸에 위치한 Aedicula Sixtina경당 천장화)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작품의 창조라는 측면에서, 글쓰기도 일종의 예술 분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독서가 중요한 이유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알려진 찰스 디킨스, 영국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쓴 유랑시인 호메로스의 공통점은 극사실주의Hyperrealism에 가까운 묘사와 표현을 바탕으로 문학사에 획을 긋는 탁월한 작품을 창조해냈다는 데 있다. 독서가 훈련되지 않은 사고의 규모를 넓히고 감정의 파동 범위를 빠른 속도로 축소시켜나간다는 점을 생각해봤을 때, 뛰어난 관찰력을 바탕으로 집필된 훌륭한 저서들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작품들을 접할 때마다 느껴지는 감동, 위대한 작품을 읽고,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즐거움과 쾌감이 삶에 상당히 즐거운, 또한 큰 경험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하는 말의 어휘와 단어가 달라져 있음을 느꼈다. 신뢰할 만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단어가 1,500~1,800자 정도 된다고 한다. 위대한 작품들은 그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 풍부한 어휘와 표현이 있다. 그런 작품에 스며들면서 나도 모르게 관찰력이 풍부해지는 것을 느꼈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형성된 관찰력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도구이자 기회였던 셈이다. 관찰력은 세심한 주의에서 비롯되는 가치다. 탁월한 관찰력을 키우고 싶다면 많은 글을 써보고, 세상 모든 사물들을 관찰하는 습관을 기르자. 만년필은 연필이나 볼펜과 달리 잉크 주입방식으로 제작된, 인간이 글을 쓸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자세에 손이 위치해있을 때 가장 적당한 잉크가 흘러나와 글을 쓸 수 있도록 고안된 펜이다. 브랜드는 모두 다르겠지만, 만년필로 집필된 수많은 작품들이 고전과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만약 보험설계사였던 루이스 에드슨 워터맨 Lewis Edson Waterman에게 '계약서에 잉크를 쏟으면 계약서가 잉크에 젖는다.'는 사실을 '관찰'하는 자세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토록 훌륭한 만년필이 이 땅에 나올 수 있었겠는가?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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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0
  • [육우균의 깨봉 칼럼] 4차 산업시대 교육의 방법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글쓴이가 중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한문 수업 첫 시간이어서 나름 기대감으로 머릿속을 꽉 채운 상태였다. 한문 수업이 끝났을 때 나의 기대감은 절망감으로 다가왔다. 숙제가 너무 지겨워 한문 공부를 당장 때려치우고 싶었다. 숙제가 ‘한일(一)자’를 한 페이지 써 오라는 것이었다. 이건 숙제가 아니라 고문이었다. 아니 고문은 참으면 된다. 하지만 한문(한자)을 공부하는 즐거움을 선생님이 빼앗아 간 것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지. 한창 한문(한자)에 흥미와 재미를 느껴야 할 때, 오히려 한문(한자)에 질려버리는 경험을 했다. 단지 한일자를 한 페이지 써오라는 숙제 대신 이렇게 바꾸면 어땠을까. “우리 일상생활에서 ‘한일자’가 들어가는 단어를 5∽10개씩 찾아오라(일편단심, 동일, 1등, 합일, 일문일답, 일생, 일장일단 등)”든지, “‘한일자’의 여러 가지 뜻을 써오라(하나, 오로지, 첫째, 잠시, 한결같은, 다른, 좀, 약간, 만일, 혹시, 어느, 동일하다 등)” 그러면 단어 수준이 상당히 올랐을 것이고, 그것은 생각을 확장시켜 인식을 높였을 것이고, 새로운 학문을 접하는 데도 상당히 도움이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1타 3피. 한 시간의 수업만으로도 한 학생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다. 교사의 책무감을 상기시키는 글쓴이의 경험이었다. 들레즈/가타리에 의하면 세계를 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수목형(나무형) 사고와 리좀형(땅속 뿌리줄기형) 사고가 그것인데, 수목형 사고는 세계의 중심이 되는 어떤 것이 있고, 세계가 그 중심으로부터 위계질서를 가지고 존재한다는 식의 사고이고, 리좀형 사고는 중심도 없고 질서도 없고 패턴도 없어서 닥치는 대로 갈라지고 접속하고, 또 접속이 끊어지기도 하면서 뒤엉켜 있어, 위계질서가 없고 모두 평등한 관계를 맺는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수목형 사고는 ‘무엇이 존재하는가?’를 묻지만, 리좀형 사고는 ‘다른 사물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관심을 갖는다. 이를 교육에 대입해 보면 수목형 사고는 ‘장기형(체스형) 교육’에, 리좀형 사고는 ‘바둑형 교육’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장기형 교육’이었다. 부모님에게, 선배에게 배운 대로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미래가 보장되었다. 그래서 윗사람의 말씀을 신의 말씀처럼 잘 받들어야 했다. 이미 잘 닦여진 길을 걸으면 목표로 하는 지점까지 갔다. 아무런 장애물 없이. 그러나 4차 산업시대의 교육은 ‘바둑형 교육’이다. 길이 없다. 바둑은 흰 돌이든 검은 돌이든 두면서 길을 만든다. 그 길을 연결하면서 집을 만들어 나간다. 마치 땅속 뿌리줄기처럼. 그래서 더 이상 길을 몰라서 부모님이나 선배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왜냐하면 부모님이나 선배도 그 길을 모른다. 자기가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사고가 아니라 이전과 다른 사고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네 번째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만든 78번째 신의 한 수 같이, 이전에 없던 수를 만들어 내어 결과를 승리로 이끄는 것처럼 말이다. 상상력을 통해서 길을 내 손으로 만들어 나가는 교육이 4차 산업시대에 요구되는 교육이다. 길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이제 길은 ‘안전한 위험’이 되었다. 잘 닦여져 있는 길은 더 위험하다. 그 길을 따라가면 기존의 지식만을 얻어 고정관념에 빠진다. 그 고정관념은 장자의 ‘정저지와(井底之蛙)’와 같이, 자신이 만든 고정관념의 지식 그물에 갇혀 아집과 편견에 집착하게 된다. 창의성은 길러지지 않는다. 4차 산업시대에는 독서를 통해 고정관념의 얼음 바다를 깨는 도끼가 마련되어야 한다. 즉 그 도끼는 바로 창의성이다. 창의성의 핵심은 ‘연결’이다. 우리 속담에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고 하지 않던가. 매일 밤하늘의 은하수만 쳐다보면 뭘 하나, 그 별들을 연결하여 북두칠성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그렇게 별자리는 탄생하지 않았나. 스티브 잡스를 보라. 그는 축적의 시간으로 거둬 올린 지식의 거인 위에 올라선 난쟁이다. 그 난쟁이가 거인보다 멀리 볼 수 있다. 그는 애플 컴퓨터를 만들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어 창조성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제는 플랫폼 사업(에어비엔비, 우버, 요기요, 배달의 기수 등)이나 사물 인터넷으로 모든 제품을 연결하여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시대다. 4차 산업시대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은 우리의 뇌를 단련시키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방법은 다음에 언급할 세 가지다. 생각 확장법(6-LCAMST)과 수렴법(개념을 은유로 정의하기), 그리고 그것을 통한 융합적인 글쓰기다. ▣ 육우균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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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15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인연과 필연사이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첫 회사에 사직서를 쓰고 나온 날은 2014년 10월 31일이었다. 그날은 비가 내렸고, 퇴근길 라디오에서는 2pac의 "Life goes on"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빨간색 모닝을 타고 집으로 가는 동안,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몰라 한숨만 쉬었다. 자동차 앞유리에 투두둑 떨어지던 빗소리와 축축한 공기, 다소 차갑게 느껴지던 그 순간이 생생하다. 사업을 해보겠노라고 큰소리는 쳐두었으나, 사업이란 걸 해본 적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동대문에서 몇 벌 떼온 옷을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몰라 길거리에 테이블을 깔아놓고 판 적도 있고, 길가던 여대생을 붙잡고 설명하다가 거절을 받은 적도 있었다. 방황의 시간이었다. 2014년 11월 3일에 빨간 모닝을 타고 아내와 둘이서 떠난 가을여행은, 그런 실패의 서막을 마주하기 위하여 떠난 첫 가족여행이었다. 목적지는 전주였다. 가진 것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한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도 돈이 없었다. 제일 싼 펜션과 게스트하우스만을 골라 다녔다. 담양, 전주 등 포괄적인 목적지를 제외하고는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수준이었다.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전주는 지금이나 그때나 우리에게 꿈의 도시였으나, 사고 싶은 걸 사고 원하는 호텔에서 잠잘 수 있을 정도로 물가가 싸진 않았다. 그래도 첫 여행인데 큰맘 먹고 좋은 곳으로 가자 싶어 고르고 고른 곳이 분위기 좋고 아늑한 어느 게스트하우스였다. 하루 숙박료는 10만 원이었다. 싸지도, 비싸지도 않았다. 다만 우리에겐 큰돈이었다. 하루 숙박에 10만 원이라는 말에 아내가 망설이자 전화기 너머에 계신 사모님은 이유를 물으셨고, 아내는 "저희가 신혼부부라서 여행을 왔는데, 예산을 조금 초과했거든요."라고 대답했다. 아내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 그래요? 그럼 8만 원에 해드릴게요. 아니다, 7만 원에 해드릴게요."하고 이야기하시는 목소리가 무척 밝았다. 아내도 밝고, 사모님도 밝았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갈 필요 있겠나, 다른 데 가자.”라고 할 수도 있었을 그 상황에서, 깎아달라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음에도 우리에게 작은 호의를 베풀고자 한 그분의 친절이 우리를 이끌었음을 안다. 그렇게 도착한 게스트하우스는, 생각했던 것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우리가 생각한 건 작고 소소한 게스트하우스였다. 가난한 신혼부부가 잠시 쉬었다 갈 수 있을 정도의 아늑한 게스트하우스면 충분했다. 그렇기에 분위기도 좋고 예쁘긴 해도 10만 원씩이나 주고 자기엔 좀 비싸다, 하고 생각했던 게스트하우스가, 그러나 상당히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가진 엔틱가구들과 소품들로 가득 채워진 고급 갤러리에 가까운 게스트하우스라는 것을 알게 되자 한참을 '우와! 우와!'거리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대단히 품위 있는 예술공간의 일부분을 잘라내어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소망을 다스리는 며느리로서 지혜로운 딸들의 어머니로서, 무엇보다 위대한 남편의 현명한 아내로서의 역할을 하고 계셨을 사모님은 실제로도 무척 친절한 분이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사모님은 먼 이방인인 우리 부부에게 직접 만든 요플레를 예쁜 찻잔에 담아서 주셨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가 첫 손님도 아니었고, 딱히 좋은 인상을 남길 만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으나, 먼저 연락처를 물어보셨다. "너무 잘생기셨네요. 마치 영화배우처럼 생기셨어요.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빨간 모닝을 타고 전주까지 다녀오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오고, 3일 동안 샴푸도 없어서 물로 대충 감은 머리는 미역처럼 떡졌다. 그럼에도 '언젠가 영화배우가 되고픈 꿈이 있다'는 말에 과찬을 아끼지 않는 겸손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고객관리 차원에서 물어보시는가 보다 싶어 별 의미 없이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렇게 8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좋은 경험으로는 남아 있으나 그리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있지는 않은 지난 시간들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아내와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지나고 나니'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겪은 어려움들 속에 조금씩 쌓인 지긋지긋한 빚 때문에 경제적 여건이 썩 나아졌다고 이야기할 건 아니나,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통해 인생의 형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게 된 2022년이 되어서 다시 만난 전주는 처음 방문한 2014년 그때보다 조금은 더 너그러운, 그리고 풍요로운 마음을 갖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8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사모님과 반가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필연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진지한 고찰을 하게 되는 경험을 마주하게 되었다. 결혼 초기에 떠난 전주 여행에서 만난 사모님은 대단히 훌륭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사장님이었다. 우리는 빨간색 중고 경차를 타고 먼 도시에 여행 삼아 방문한 젊은 신혼부부에 불과했다. 그렇다 보니 이렇다 할 연결고리도 없었고, 종종 안부 인사를 드리는 것 외에는 관계가 이어질 리 만무했다. 그런데 8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내면의 중심에서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한 경험들이 나로 하여금 사람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형성시켜 주었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 서로의 마음에 크고 작은 신뢰가 형성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참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던 중, 사모님이 내게 물었다. "혹시 직업을 바꿀 생각 있어요?" "직업이요? 어떤 직업으로요?" "이런 카페를 하나 주면, 운영해볼 수 있겠어요?" 수도권에서나 볼 수 있는 초대형 카페는 아니었지만, 아름다운 도시 전주와 무척 잘 어울리는 예쁜 카페였다. "카페와 캠핑장을 운영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공사는 들어갔고, 완공되면 전주에 와서 같이 운영해보면 참 좋을 듯해요. 한번 고민해봐요." 검증되지 않은 도시로 머나먼 여행을 떠나는 것은 많은 두려움과 아울러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는 고민을 동반한다.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 엄청난 실수였을 수도 있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전화위복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어떤 것이 기회인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만남을 두고 기회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8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신뢰와 견고한 믿음이 상대방의 눈빛, 대화, 언어,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 속에서 섬세하게 드러나보였기 때문이다. 기회를 보는 눈이 어떠한가에 따라 그 사람의 자질과 역량이 판가름 난다고 믿는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의 앞머리는 길고 뒷머리는 대머리인 이유가 그러하다. 게다가 기회의 신은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저울은 조금이라도 무거운 곳으로 기울고, 칼은 자르는 능력이 있다. 기회를 보는 눈 안에는 저울질할 수 있는 분별력도 있고, 과감하게 잘라내는 신념과 믿음도 있다. 올바른 분별력은 기회를 만들고, 신념과 믿음은 기회를 성취로 연결시킨다. 올바른 분별력, 신념과 믿음이 인연과 필연을 판가름짓는 데 중요한 능력이 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귀한 시간이었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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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10
  • [육우균의 깨봉 칼럼] 4차 산업시대 교육의 패러다임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지식 정보화시대라 한다. 학교 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이 지식과 정보를 알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는 지식을 전수하는 공장이다. 교육 이론을 따지지 않아도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하는 옛 동요 가사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는 공장의 동시성, 보편성을 상징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학교 제도는 대개 좌뇌 지향적인 교육 현상에서 나왔다고 보아진다. 따라서 예술성, 창조성이 없다. 이는 근대 학교 교육의 시스템이 ‘지혜’를 목표로 삼지 않고, ‘지식과 정보’를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T.S 엘리엇이 말한 지혜보다 상위의 것인 ‘생동하는 생명, 기쁨, 즐거움, 감동에 찬 삶’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정보의 바다에 떠다니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조합, 가공, 응용해 지식을 창출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느냐 하는 방향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 즉 평면적 지식을 입체적 지식으로 바꿔, ‘지식의 소비자’에서 ‘지식의 창조자’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사회는 지식을 암기하는 단계를 넘어 여러 교과 지식을 활용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그렇게 해결한 문제를 논·구술을 통해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할 줄 아는 인재를 원한다. 아이를 이런 인재로 키우려면 우리나라의 주체적인 인재 교육인 융합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학생의 학업 성취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학습에 대한 흥미를 가지지 못하고 있으며 공부하는 것이 즐겁지 못하다. 이는 ‘수포자’란 말로 증명된다. 이어령 박사도 생전에 말한 바이지만 일제 강점기에 뿌리내린 ‘탑-다운’식의 주입식 교육의 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교과가 바로 수학이다. 4차산업의 핵심인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모두 수학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은 휩쓸어도 수학 흥미도는 꼴찌 수준이다. 재미와 흥미가 전혀 없다. 새로운 내용을 학습할 때 고통을 느끼기보다는 즐거움을 느끼는 인재가 필요하다. 『논어』에도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라 하지 않았나. 『프랑스 교육처럼』을 쓴 이지현 님에 의하면 프랑스(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 수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나라)에서 고1학년 때 수학 시험을 보았는데, 20점 만점에 12점을 받아 선생님에게 이유를 묻자, 그때 선생님의 코멘트가 ‘개념 부재’, ‘상세 설명 부재’였다고. 다른 친구들 답안을 보았더니 문제 풀이 과정을 빼곡하게 모두 글로 설명해 놓았더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수학 시험 문제는 숫자만 쓰는 단답형, 또는 선다형 시험이잖는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에피소드다. 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생각의 전환.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이 있는 수학. 기-승-전 –반복학습이 아니라 호기심의 생산성을 만들어 내는 학습 등등. 이제 4차 산업 시대 교육의 방향은 보편성에서 다양성으로, 다양성에서 개별성으로 바뀌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4차 산업시대의 교육의 방향은 20세기까지의 ‘직선적 사고의 항상적 패러다임’을 ‘원형적 사고의 순환적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리하여 교육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자료, 정보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이 아닌,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상위의 것, 곧 ‘생동하는 생명, 기쁨, 즐거움, 감동에 찬 삶’으로 대체하는 교육으로 바꾸어 실천해 나가야 한다. 공장 같은 지식전수형 학교 교육으로 만들 수 없는 원형-순환적 패러다임의 출현으로 학교는 이제 순종교배의 순수함을 보전하려는 엘리트주의가 아니라, 잡종교배(하이브리드)의 다양함과 풋풋함이 넘쳐나는 새로운 실험과 교제가 이루어지는 곳이어야 한다. 이제 지식전수형 교육은 종말을 고했다. 다가올 미래는 연결의 시대다. 생각의 재료를 주고 융합을 통해 이를 버무리는 사고 훈련 과정이 필요하다. 앞으로 생각의 힘을 키우는 교육 외에 대안은 없다. 연결의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많이 배운 사람이 아니라 잘 배우는 사람 즉 배움을 즐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정보나 지식은 구글을 검색하면 된다. 오죽하면 ‘구글 신’이란 말이 다 있을까. 진정한 공부는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한 현상에 대하여 남다른 호기심과 의심의 눈초리로 시비를 걸면서 구체적 질문으로 만들어 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질문은 궁금증과 호기심의 발로다. 다이나마이트의 심지에 갖다 대는 불이다. 세상은 질문하는 자로부터 변화했다. 최진석 교수는 “문명의 모든 것은 생각의 결과이고, 질문의 결과다”라고 했다. 질문할 때만 주체자가 된다. 따라서 주체적 지식의 창조자가 되려면 질문해야 한다. 공부는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여러 가지 현명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다. 그러기 위하여 우리는 독서를 해야 한다. 먼저 통독하고 다음에 정독하는 방식으로 머릿속에서 융합적 사고가 일어날 때까지 빡쎄게 독서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복잡하게 서로 연결되고 있다. ▣ 육우균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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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07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극한의 즐거움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제법 사고라는 것을 할 만한 나이가 된 뒤에는, 딱히 나를 안쓰럽거나 불쌍한 존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은 있었으나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경우는 별로 없었기에, 나이가 들어갈수록 재밌고 감사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서재 말고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가 또 하나 있다. 주방 싱크대 아래 구석진 곳, 그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을 때 그렇게 편안함을 느낀다. 하루는 사무실 주방 싱크대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서 물을 마시고 있는데 지나가던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왜 거기 앉아 계세요?” “아, 그냥요.”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표정이었다. 등이 쏙 들어가는 주방 싱크대 모서리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그렇게 폭 들어맞을 수가 없다. 등을 대고 쭈그리고 앉아서 물이나 음료를 마시노라면, 혹은 퍽퍽한 고구마를 먹고 있노라면, 그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분위기 좋은 카페도 많고 푹신한 소파를 준비한 곳도 많은데, 하고 많은 자리 중에 왜 여기가 편할까 생각해보았다. 신체적인 굴곡에 맞춰진 모서리 공간, 주방이 주는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 혼자만 느낄 수 있는 심적인 여유와 여유를 보장해주는 자유로운 시간 등등. 우선은 거기까지였으나, 굳이 한 가지 이유를 더 꼽자면 '인간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의외의 편안함을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 물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요?" 그에게 대답했다. "시간이 아까워서요." 학창 시절에는 얼른 대학생,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 현실이 버겁다고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남들이 들으면 우스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단 한 번도 10대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이 없을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 잿빛 하늘처럼 울적하고 우울하기만 하던 10대 시절이 지나고 내 능력과 주관에 따라 뭔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시간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38살의 전준우, 39살의 전준우가 지나고 나면 불혹의 전준우가 찾아오고, 그 시간이 다시 지나면 지천명의 전준우가 온다. 늙수레한 외모를 두고 달리 부를 표현이 없어 불혹이니 지천명이니 하지만, 존경스러운 불혹과 겸손을 깨닫게 해주는 지천명의 리더들도 분명히 우리 주위에 있는 반면에, 예순이 넘도록 나잇값 못하는 철부지 노망쟁이들 역시 수두룩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렇다 할 생각이나 계획 없이 시간을 허비해버린다면 그들과 다를 바 없는 노년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그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그렇기에 극한의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하는 일이 많다는 뜻이거나, 시간관리에 소홀하다는 뜻이거나 둘 중 하나다. 딱히 시간관리에 소홀하진 않으나, 하는 일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늘 시간이 없었다. 선택과 집중의 의미도 알고 중요한 것도 알지만, 고정적인 월급을 제공할 테니 일은 1.5배에서 2배 정도 해달라고 지시하는 회사생활은 체질상 맞지 않았다. 시간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글도 써야 하고, 책도 써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좋은 분들과 식사도 해야 하고, 훌륭한 분들이 참석하는 모임에도 참석해야 하고, 강의도 해야 하고, 사업도 해야 하고, 사색도 해야 하고, 종교생활도 해야 하고, 아들과 책도 봐야 하고, 아내와 영화도 봐야 하고, 데이트도 해야 하고, 가족과 여행도 가야 하는 게 내가 해야 되는 일들이었다. 의미 있는 일에 대한 고찰을 위해서라면 돈을 받지 않고도 일할 의향이 있었지만, 늘 칼퇴근을 하는 나를 보고 "당신은 우리랑 일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라."는 어느 회사 대표의 말에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예, 알겠습니다."하고 짐을 싸서 나온 적도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다른 회사로 출근했다. 와달라고 하는 곳은 많이 있었다. 열심히 산다고 해서 인생에 여유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기회를 잡지 않으면 여유는 찾아오지 않았다. 꽤 오랫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이유였다. 기회를 분별할 만한 눈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을 지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순간 모든 순간이 여유롭게 다가왔고, 조금씩 일을 하면서 여유를 찾는 스타일로 바뀌어갔다. 누구는 인생이 쓰다고 하고 삶의 무게가 무겁다고 하는데, 나는 하루하루 흘러가는 순간의 연속이 너무 달달하고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매 순간을 살고 있다. 그렇기에 “삶의 무게”라던지, “인생이 쓰다.”는 식의 표현을 상당히 싫어한다. 쓰면 달게 만들던지, 무거우면 덜어낼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쓰다 무겁다고만 이야기하는 무리를 곁에 두고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나와 가족만 힘들어졌다. 환난의 많은 시련 가운데서 저희 넘치는 기쁨과 극한 가난이 저희로 풍성한 연보를 넘치도록 하게 하였느니라.<성경 고린도후서 8:2> 수천 년 전 형성된 초대교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환난의 많은 시련은 지금 우리가 겪는 시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어려움과 문제였을 줄 안다. 그러나 그런 극한 가난을 통해 마음에 형성된 굳건한 믿음과 기쁨이 연보를 하게 하였고, 초대 교회가 형성되는 데 큰 기틀을 마련해주었다. 수많은 예수쟁이들이 판을 치고 타락한 종교인들이 시끌시끌 떠들어대는 이 시국에, 극한 가난을 즐긴 수많은 믿음의 사람들 덕분에 지혜로 충만한 사람들이 태어났고, 그들이 만든 결과물들을 통해 우리는 삶에 상당한 편리와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삶 속에 찾아오는 극한의 과정은 상당한 쾌감과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극한의 과정을 즐겨보자. 굳이 익스트림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극한의 즐거움은 무수하게 많다. 나에게 극한의 즐거움을 선사해준 것은 독서, 글쓰기, 다양한 의미 있는 과정들의 연속이었기에 그에 걸맞은 최소한의 결과를 냈을 뿐이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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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30
  • [육우균의 깨봉 칼럼] 現교육제도의 실태와 비판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1905년 11월 17일(을사늑약)부터 1945년 8월 15일(조국광복)까지 일본은 우리 국민에게 총이나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식민교육은 인문학이 완벽히 배제된 우민화 교육이었다. 이후의 교육은 그들의 우민화 교육이 성공했음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초·중·고·대학 어디라도 좋다. 학교 현장에 가 보라. 인류의 문명을 진보시키고 역사를 바꾼 원동력인 인문학적 대화와 질문, 치열한 사색, 위대한 깨달음은 찾아볼 수 없다. 죽은 지식의 강제적 주입, 맹목적 암기, 기계적 문제 풀이, 친구와의 무의미한 무한 경쟁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청년들은 그렇게 불행하고 나약하고 소극적인 20대가 되어 사회에 나온다. 광복 이후 지난 70여 년 동안 우리 교육을 지배한 이 사악한 교육의 목적은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었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이 생각할 줄 모르면 죄다. 결국 식민교육은 우리를 범죄자로 만들었다. 그런 교육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우리 교육 당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되풀이해서 강조한다. “수능 문제는 교과서 밖에서는 내지 않는다. 수능 교육 방송만 잘 봐도 70%는 맞출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우리는 수능에 대비하기 위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외우고 외워서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 한창 지식욕이 왕성한 고교 시절의 금쪽같은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한 줌의 지식만 가지고 끊임없이 반복하며 실수하지 않는 연습만 하면서 보내게 하는 것이 타당한가? 언제든지 인터넷에서 검색이 가능한 시대에 차고 넘치는 지식과 정보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길이 아님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면 경쟁을 제거하는 것이 교육일까? 세상 모든 생물들은 하다못해 풀들까지도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현재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개선하려는 동기’를 속성으로 지닌다. 경쟁을 제거하는 것은 ‘개선하려는 동기’를 지닌 인류를 모독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는 경쟁이 제거될 수 없다는 점이다. 고교평준화 정책이 잘못된 이유다. 신분의 사다리가 망가져 가고 있다. 예전 가난한 시절에는 공교육이 일부라도 싸고 질 높은 교육을 공급했는데, 지금의 공교육은 다 같이 공부를 덜 하게 만드는 데에만 전념하고 있다. 어떻게 우리나라는 교육정책의 최대 목표가 ‘사교육비 절감’인가? 학교에서 경쟁을 피하고 고교평준화를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사교육비 절감이란 기준에서 나온 것이다. 전국 학생들이 EBS 교육방송의 강사에게서 똑같이 받은 수업으로 수능시험에 대비하란 말인가? 일방향적인 관계로 어떻게 교육이 가능한가?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했다. 교육은 예로부터 쌍방향적 관계일 때 그 시너지 효과도 큰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예외가 되겠지만. 프랑스 현대철학자 질 들레즈의 말을 빌려 보자. 그는 ‘홈패인 공간’과 ‘매끄러운 공간’의 개념을 말했다. ‘홈패인 공간’이란 고속도로처럼 주어진 방향으로만 가야 한다. 옆으로 셀 수가 없다. 앞을 향해 질주하거나 낙오해야만 하는 둘 중 하나만 있는 교육을 뜻한다. 현재 우리의 교육이 바로 ‘홈패인 공간’과도 같다. 맹목적으로 천편일률적인 인간을 공장에서 생산하듯 학교에서 만들어 사회에 내놓는다. 이제 4차 산업시대다. ‘홈패인 공간(교육)’보다는 ‘매끄러운 공간(교육)’ 예를 들면 사바나 초원이나 아라비아 사막처럼 평평하게 펼쳐져 있어 사방 어디로든지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홈패인 교육’은 실패와 성공이라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반대말이 아니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다. 실패해야 성공할 수 있다. 두려워하지 말자. 매끄러운 공간을 흐르는 물은 사방 어디로든지 흘러 다른 것들과 합쳐져 융합하고 거기에서 창의적인 생산물을 만들게 된다. 지식의 수용자가 되지 말고 이제 지식의 창조자가 되자. 인격을 가진 한 인간에게 점수로 평가받는 것이 현재 우리 아이들이다. 이런 획일적인 사고와 기준으로 어떻게 창조적인 인재를 만들 수 있나? 창조는 자유로운 개인, 다양성, 이종 간의 연결에서 나온다. 이런 우리의 교육 현실 앞에서 어떻게 세계와 경쟁할 수 있겠는가? ▣ 육우균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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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24
  • [대학탐방] '2022 일자리창출유공 대통령표창' 와이즈유 영산대학교를 찾아서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이번 호에는 부산 해운대캠퍼스와 양산캠퍼스에서 미래형 혁신교육으로 교육 명품 대학을 실현하는 와이즈유 영산대학교(학교법인 성심학원)를 찾았다. 영산대학교는 노찬용 제6대 성심학원 이사장을 중심으로 ‘원융무애(圓融無碍)’, ‘홍익이간(弘益人間)’의 건학이념으로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2022 일자리창출유공 정부포상’ 일자리창출지원 부문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을 만큼 학생의 취업률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취업에 강한 대학'의 면모를 과시하며 지역사회 공헌과 함께 글로벌 확산에 힘쓰고 있다. [편집자 주] ▣ 영산대학교 설립 및 건학이념 와이즈유 영산대학교(학교법인 성심학원 이사장 노찬용, 총장 부구욱)는 ‘원융무애(圓融無碍)’와 ‘홍익이간(弘益人間)’의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1973년 설립됐다. 내년(2023년)은 개교 40주년을 맞이하는 의미 있는 해가 된다. 영산대학교는 어릴 적부터 육영사업을 꿈꿔오던 성심장(聖心藏) 故박용숙 이사장이 훗날 부부가 된 영산(靈山) 故부봉환 선생과 함께 세웠다. 이어 1983년 2년제 성심외국어전문대를 설립했고, 1997년 경남 양산시에 4년제 대학 영산대학교를 개교하며 육영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2003년 성심외국어전문대와 영산대학교를 통합해 현재는 영산대학교(4년제) 해운대캠퍼스(부산시)와 양산캠퍼스(경남 양산시)에 이르고 있다. 영산대학교가 배출한 동문은 약 5만 1,000명이다. ▣ 학교법인 성심학원 노찬용 이사장 현재 학교법인 성심학원 제6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노찬용 이사장은 리더,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인 투명성 제고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으며, 수익사업 다각화를 통한 재정확충 등의 노력으로 성심학원의 핵심 목적 사업인 영산대학교를 지역 명문사학으로 발전시켜왔다. 이러한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은 노 이사장은 2021년 2월, 4년제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전국 175개 학교법인 이사장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대학법인협의회 제10대 회장에 추대되어 우리나라 사학 발전을 위해 다양한 봉사를 하고 있다. ▣ QS 세계대학평가 ‘위풍당당’ 와이즈유 영산대학교는 미래를 준비하는 글로벌 대학이다. 영산대는 도전과 혁신을 선도한다. 그 결과는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의 ‘2023년 세계대학평가’에서 지난해에 이어 전국 대학종합 순위 공동 38위에 올랐다. 특히, 학과별 순위인 호텔·관광·레저(Hospitality&Leisure Management) 분야에서는 세종대, 경희대, 한양대에 이어 전국 4위(비 서울권 1위)를 기록하는 등 명실상부 글로벌 대학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처럼 영산대는 ‘부울경’이라 불리는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명문사학으로 도약했다. 이제 영산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래를 위한 비대면 교육을 선도하며 인공지능(AI), 메타버스(metaverse) 등 혁신기술을 교육현장에 도입하고자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영산대는 급격한 기술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심을 잡고, 예상치 못한 미래사회 난제를 해결할 지혜로운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이다. ▣ 건학이념 : 원융무애, 홍익인간 영산대학교를 수식하는 키워드는 셀 수 없이 많다. 인성, 창의성, 실용성, 인문, 공감, 실무, 융합, 미래, 세계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키워드들을 관통하는 단어는 바로 ‘지혜’와 ‘행복’이다. 영산대는 지혜로운 인재를 키우고, 학생의 행복을 실현하는 대학이다. 영산대의 가치는 건학이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건학이념인 원융무애와 홍익인간은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또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전한다. 나와 내가 아닌 것이 둘이 아님을 깨달아 비로소 자유로워진 상태(원융무애),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경륜을 가진 인재(홍익인간)는 현대인에게 전하는 지혜의 메시지다. 영산대는 이러한 건학이념을 실현하고자 교육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영산대는 또한 학생에게 지혜를 전하는 동시에 오늘날 사회(산업현장)가 원하는 역량을 학생이 갖출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해 교육현장에 적용해야만 한다. 영산대는 쉼 없는 전문가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회의, 세미나, 포럼 등으로 미래사회를 정확히 전망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 결과로 웰니스(wellness), 관광‧마이스(MICE), 문화콘텐츠 분야의 특성화 전략을 도출했다. ▣ 특성화 분야 : 웰니스, 관광∙마이스, 문화콘텐츠 2050년 1인가구의 40%, 70대 이상 독거노인 가구. 통계청이 지난 6월 말 발표한 자료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추세를 반영해 영산대는 ‘웰니스’를 특성화 전략의 하나로 삼고 있다. 웰니스 분야에는 보건의료대학과 미래융합대학, 호텔관광대학과 Art&Tech대학이 있다. 100세 시대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대학(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치위생학과, 의료경영학과), 성인학습자의 웰니스 라이프를 위한 미래융합대학(부동산학과, 사회복지학과, 헬스케어학과, 아동‧가족상담학과, 연계전공학부, 인문문화융합학과)는 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한다. 영산대는 또한 부산의 글로벌 관광‧마이스 도시 성장에 발맞춰 ‘관광‧마이스’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QS 세계대학 학과별 순위 국내 4위에 안착한 호텔관광대학이 있다. 호텔관광대학은 관광컨벤션학과, 호텔경영학과, 조리예술학부(K-Food조리전공, 동양조리전공, 서양조리전공, Bakery&Beverage전공), 외식경영학과, 해양레저관광학과, 항공관광학과 등 마이스 분야를 망라한 전공을 운영하며, 관광도시 부산의 미래를 위해 함께 뛰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한류문화산업이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한 핵심요소는 문화콘텐츠라는 것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영산대는 ‘문화콘텐츠’를 특성화 전략에 포함시켰다. 이 분야에는 Art&Tech대학이 있다. Art&Tech대학은 콘텐츠 기획‧제작을 이끌 웹툰‧영화(연기공연)‧게임, 한류산업의 축을 담당하는 미용‧패션 관련 전공이 차세대 주역을 육성한다. ▣ 뛰어난 교육성과 영산대는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일자리창출유공 정부포상’ 일자리창출지원 부문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는 영산대가 독자적인 진로취업지원 프로그램인 ‘YCMP’(Youngsan Career Map Program)을 자체적으로 개발,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사업과 연계해 학생의 취업률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킨 덕분이다. 영산대만의 특별한 교육시스템의 성과는 여러 학과에서도 나타난다. Art&Tech대학 연기공연예술학과는 전국 최대 규모, 최고 권위의 대학공연예술 경연대회인 ‘2022 현대차그룹 대학 연극‧뮤지컬 페스티벌’ 본선에 3년 연속으로 진출해 대상을 수상하는 등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이는 부산‧울산‧경남지역 대학으로서는 유일하다. 현대차그룹과 사단법인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등 12개 문화예술단체가 후원하는 이 대회는 지난해까지 전국 누적 500여 개팀, 1만 2000여 명의 대학생이 참가한 전국 최고의 공연예술축제로 꼽힌다. 영산대학교 연기공연예술학과는 2020년 연극 ‘하녀들’로 최고상인 대상(팀)과 연기상(개인)을, 2021년 뮤지컬 ‘렌트’(Rent)로 무대미술상, 2022년 뮤지컬 ‘나는 독립군이 아니다’로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호텔관광대학도 학과·전공별로 뛰어난 교육성과를 자랑한다. 면면을 보면 호텔경영학과는 국내 최다(最多)인 23명의 호텔 총지배인을, 항공관광학과는 동남권 최다 객실승무원을 배출했다. 국내 최초 세계조리사회연맹(WACS) 인증대학인 조리예술학부는 WACS가 인증하는 세계조리대회에서 300여 차례나 수상했고, 이 가운데 4명은 셰프오브더셰프(Chef of the Chefs·최고대상)에 올랐다. 관광컨벤션학과는 벡스코 사장을 역임한 함정오 교수, 한국관광공사 마이스실장을 지낸 김기헌 교수 등 최고의 마이스 전문가가 교수진을 구성하고 있다. 교육부 인증 지역특성화 학과인 해양레저관광학과는 해양레저 및 스포츠관광 산업을 선도하는 동남권 특성화학과로 특무직 공무원을 배출해 왔다. 보건의료대학의 물리치료학과는 미국 노스 조지아대학교와 함께 학위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해당 과정은 영산대학교 물리치료학과에서 6년가량의 학사‧석사과정을 마치고, 1년 3학기제의 노스 조지아대 물리치료 임상박사(ppDPT)를 졸업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마치면 미국 물리치료사 면허 취득자격이 주어진다. 미국 물리치료사 시험을 보려면 박사학위까지 현지에서 7년제 학위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영산대와 노스 조지아의 학위연계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현지에서의 학위과정을 1년으로 줄일 수 있어 큰 장점이 되고 있다. ▣ 지혜로운 인재 양성 영산대의 글로벌 대학 성과는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영산대만의 특별한 교육을 실현해온 덕에 언택트 시대를 거치면서도 전보다 더 뛰어난 교육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영산대는 지식기반사회의 다음 단계에서 건학이념(원융무애‧홍익인간)이 속한 지혜의 영역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교육해 왔다. 이는 영산대의 브랜드네임인 ‘와이즈유(Y’sU)’에도 담겨있다. 와이즈유는 대학의 영문명(Youngsan University) 이니셜(YSU)을 따온 것으로, 지혜로운 대학(Wise University), 지혜로운 당신(Wise You)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와이즈유 영산대는 건학이념을 교육현장에 녹여내고자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바로 ‘건학이념 학술대회’다. 2010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열린 건학이념 학술대회는 故이어령 전 장관을 비롯해 국내외 석학이 모두 모이는 담론의 장이다. 지금껏 20차례 열린 학술대회를 통해 원융무애와 홍익인간을 다각도로 탐구하고 교육에 녹여냈다. 뿐만 아니라 다산(茶山)프로젝트는 학생들이 교양과목마다 반드시 1권 이상의 고전을 읽도록 해 졸업 전까지 50권 정도의 고전을 읽도록 독려하는 교육이다. 선인들의 지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또한 행복을 주제로 올해 처음 열린 ‘스마일페스티벌’, 인간 내면의 깊은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휴머니티 콘테스트’, 즐거움 속에 선후배, 동기가 소통하는 ‘와이즈유 영심(心)비 페스티벌’, 신입생 음악회와 합창제, 체육행사 등도 영산대만의 특별한 교육이다. ▣ 학교법인 성심학원 노찬용 이사장 ◇ 숙명여대, 고려대경영대학원, 부산대국제전문대학원 석·박사 졸업 ◇ 학교법인 성심학원(영산대학교) 6대 이사장 ◇ 한국대학법인협의회 회장 ◇ 사단법인 재한외국인 사회통합지원센터 법인 이사 ◇ 부산섬유패션정책포럼 정책자문위원 ◇ 세정나눔재단 이사 ◇ 부산고등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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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24
  • [책소개] 국어교사가 초등학생 어휘력 향상 위해 쓴 ‘아빠! 이 말이 무슨 뜻이에요?’ 출간 화제
    [교육연합신문=편집국] 현직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권승호 교사(전주 영생고)가 초등학생의 어휘력 향상을 위해 쓴 ‘아빠! 이 말이 무슨 뜻이에요?’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자녀와 함께 길을 걷다가 맨홀 뚜껑 위에 쓰인 ‘오수’ ‘우수’라는 글자를 가리키며 무슨 뜻인지 물어본 적 있나요? 종량제 봉투를 들고 있는 아이에게 ‘종’은 무슨 뜻이고 ‘량’은 무슨 의미이며 ‘제’는 무슨 뜻인지 질문해 본 적은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권 교사는 부모의 역할은 질문하는 일이고 자녀와 함께 연구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간판으로 키우는 단어 실력’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만나게 되는 단어를 글자 한 자 한 자 풀어서 정확한 뜻을 알려주는 책이다. 간판과 안내문에서 만나는 단어의 뜻을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그 글자와 관련된 또 다른 단어를 소개했다. ‘학교 가는 길에’, ‘시장 가는 길에’, ‘친구 만나러 가는 길에’, ‘산책 가는 길에’, ‘병원 가는 길에’의 5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권 교사는 공부하는 시간이 많고 공부에 투자하는 돈도 많은데 실력은 보잘 것 없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단어의 정확한 뜻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고민 끝에 한자를 활용한 단어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한자를 활용한 공부는 하나를 공부해 다섯을 알 수 있는 공부라는 확신으로 아이들이 자주 만나는 간판의 단어를 분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아야 문장의 뜻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고 글의 내용을 제대로 알게 돼 실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요즘 학생들의 단어 실력 부족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저자인 권 교사는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교과서에서 만나는 단어와 용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아야 하고 단어와 용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한자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자가 어렵다는 아이들에게는 한자가 어려운 게 아니라 한자를 모르기 때문에 공부가 어려운 거라고 이야기한다. 권 교사는 아이들에게 간판, 광고문, 안내문 등에 쓰여 있는 단어의 뜻을 물었더니 모르는 것이 많았고 알고 있는 것도 제대로 아는 경우는 극히 적었다. 간판, 광고문, 안내문 등을 보면서 공부는 길에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주 만나면서도 의미를 모르는 그 한자어의 정확한 뜻을 알려주고 싶었고 그 단어에 쓰인 글자로 만들어진 또 다른 단어도 한자로 풀이해 정확한 뜻을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생겨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공부도 즐거운 놀이인데 학생들은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일로만 여기고 있음이 안타깝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운동이 재미없는 것처럼 어휘력이 부족하면 공부가 재미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진단한 저자는 어휘력 향상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땀 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휘의 뜻을 통째로 암기하려 하지 말고 한자의 뜻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면서 방충망을 ‘막을 방’ ‘벌레 충’ ‘그물 망’으로 알아야 하고, 승강기를 ‘오를 승’ ‘내릴 강’ ‘기계 기’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한자를 쓸 줄 아는 능력은 필요하지 않고 뜻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축구가 ‘찰 축’ ‘공 구’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고 농구는 ‘바구니 농’, 배구는 ‘밀칠 배’, 야구는 ‘들 야’, 탁구는 ‘탁자 탁’인 것만 알아도 된다는 것이다. 분수는 ‘나눌 분’ ‘숫자 수’로 1보다 작은 수를 나타내기 위해 만들었기에 1보다 작으면 ‘진짜 진’을 써서 진분수이고 1보다 크면 원래 분수를 만든 뜻에 어긋난 가짜 분수이니까 ‘거짓 가’를 써서 가분수이름 붙였다는 것이다. 대분수의 ‘대’가 ‘이을 대(帶)’인 이유는 정수와 분수를 이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열대야’ ‘대처승’의 ‘대’도 ‘이을 대’임을 함께 안다면 공부도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지은이 권승호 ◇ 전주영생고등학교 국어교사 ◇ 저서 《삶의 무기가 되는 속담 사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야 했다》, 《공부의 기본기 한자 어휘력》, 《공부가 쉬워지는 한자 어휘 사전》,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 《스스로 공부 잘하는 법》 ◇ 펴낸곳 이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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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23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고전 탐구생활이 나에게 주는 것들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두 달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인문고전 탐구 모임이 있다. 매주 정해진 요일 새벽 6시부터 1시간 반 동안 일정 분량의 고전을 읽고 발표하며 의견을 나누는 모임인데, 생각 외로 흥미로운 경험들을 많이 한다.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과 고전을 읽고 발표하며 의견을 나누는 1시간 반(대개 1시간 반을 넘기고 2시간가량 토론하기 일쑤다.)의 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깊은 사색으로 말미암은 감동으로 가득 채워지곤 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나, 직업을 통해 상대방이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지는 어렴풋하게나마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추측이 대개는 맞아떨어진다. 고위직 공무원이나 전문직 종사자, 전문 경영인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과 같을 리는 없다.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하는 이유다.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목표의식을 갖고, 똑같은 기준을 갖고 산다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다른 예도 있다. 어떤 모임에서 무슨 활동을 하느냐를 통해 그 사람의 관념과 가치관을 확인할 수도 있다.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내진 않았지만, 경제적인 여유와는 거리가 먼 활동들을 하며 삶에 의미를 찾는 일들을 주로 해왔던 나와 경찰 공시생이었던 아내는 벌어둔 돈이 없어서 단출하게 신혼을 시작했다. 부모님에게서 절반을 지원받고, 절반은 신혼부부 대출을 받아서 자그마한 빌라를 매매로 얻었다. 지은 지 20년이 넘어가는 흔한 동네 빌라였다. 가진 것 없는 우리 주제에 대단히 훌륭한 아파트나 저택을 구매할 여력은 없었다. 그렇기에 별로 불만을 가지지도 않았고, 딱히 불편스러운 것도 없었다. 그러다 아들이 태어나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아들에게 더 좋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나의 좁고 편협한 시각 때문에 아들이 좁은 세상 속에서 그럭저럭 살아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주변을 돌아보는 눈이 뜨여진 것도 그 무렵이었다. 지역적 텃세가 심한 곳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내와 나는 활동지역이 동네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주칠 일이 없었고, 관계는 상호 간에 이루어지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맺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거주하는 거주지 반경에 있는 아이들과 관계를 맺기 마련이다. 아이는 부모의 그림자라는 말도 있듯이, 내 아이가 마주하게 될 아이들은 대개 이웃주민들의 아이들이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내게 있어서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의 의미는 “무탈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앞서 밝힌 바 있다. 내게 있어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책과 거리가 멀고, 부정적인 단어를 습관적으로 남발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며, 옹졸하고 편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게다가 가난하다는 것은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인생에 찾아오는 기회를 습관적으로 무시해버리는 사람들(Poor, Pass Over Opportunity Repeatedly)이라는 점에서 생각해봤을 때, 우리가 사는 곳 근처의 이웃 주민들은 대단히, 매우, 상당히, 평범하고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꽤 오랫동안 그들과 대화를 시도해보려고 노력했다. 언제 어디서 도움을 주고받을지 모르는 일이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떡을 해서 돌리고, 궁금한 게 있으면 먼저 연락해서 물어보았다. 이웃집 어린아이들에게는 천 원짜리와 만 원짜리를 쥐어주며 “건강히 자라거라.” 하고 덕담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들은 전혀 변화하지 않았고, 성장하지 않았다. 늘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서로를 대했고, 형식적인 인사치레 외에는 별다른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10여 년 간 지켜본 결과 준중형 승용차가 중형 승용차로, 중형 승용차가 준대형 승용차로 바뀌는 식의 변화 외엔 삶에 어떠한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웃주민들의 삶이라는 것이 대개 그런 식이었다. 반면에 어느 지인은 갖은 고생 끝에 상당히 큰 사업적 성장을 일구어내면서 삶을 큰 폭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는데, 그의 삶 속에서 보이는 여유와 안정감은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었다. 이는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었고, 그의 아이들도 대부분의 주변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크고 작은 활동들(자가 요트를 타고 낚시 투어 다니기, 학교 마치고 서핑 수업하기, 방학기간 동안 크루즈 타고 유럽 대륙 투어 하기 등)을 통해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의 성장과 변화가 경제적 안정으로 끝나버렸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안정되었으나 가정이 불행하다던지, 겉으로 보기엔 나름 성공한 사업가로 보이는데 법적인 문제에 휘말려서 갖은 고초를 겪는 부자들을 꽤 많이 만나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젊은 사람의 성공스토리 정도로 인식한다면, 그의 성공 역시 부러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도전의 대상 정도로 느껴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내게 있어서 그가 '정말 멋있는 삶을 산다.'하고 느꼈던 포인트는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었다. 그는 사업을 키워나가는 와중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 엄청난 규모의 서재를 빼곡히 채우다 못해 여기저기에 수북이 쌓여있는 책들을 소유한 애서가이자 다독가였다. 무엇보다 새벽마다 가지는 인문고전 탐구 프로그램도 그런 배움의 활동들 중 하나였다. 그런 활동들이 그로 하여금 더 깊은 사색으로 말미암은 성공의 기회를 제공하였으리란 사실에는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 고전에는 인생을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깊은 지혜가 숨어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해석과 풀이에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 어느 정도까지는 읽고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맥락을 이해하는 정도이거나 글자 수 헤아리기 정도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인도자의 도움이 없으면 별다른 진척이 없을 듯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접하게 된 고전 탐구 모임은 그런 내적 갈증을 해소해주는 기회이자 훌륭한 인맥을 선물해주는 소통의 경로이기도 했다. 나에겐 인생을 바꿀 자유도 있고 더 나은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있지만, 생각의 수준이 달라지고 깊어지지 않는 한 그런 기회에도 한계가 있었다. 경험의 폭과 시각의 범위가 좁고 낮았기 때문에 품위 있는 대화나 모임을 접할 기회가 적었다. 그렇기에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과 나누는 대화들이 마음에 깊게 심기워지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음은 물론이다. 무엇이든지 일단 시작하면 10년을 바라보고 진행하는 성격 때문에 차근차근히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나가고 있다. “크산토스여! 왜 내게 죽음을 예언하는가? 정말 너답지 않구나.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죽을 운명임은 나도 잘 아는 바다. 그렇다 해도 트로이아인들에게 전쟁이라면 신물이 나도록 해주기 전에는 나는 결코 쉬지 않으리라.” -일리아드 19장 420절 준마 크산토스가 아킬레우스에게 죽음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아킬레우스가 던진 대사다. 죽음의 운명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투에 임하는 위대한 장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킬레우스의 죽음을 알리는 복선伏線의 의미를 담고 있는가 하면, 오직 명예와 영광을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욕심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고전은 다양한 방면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풍부한 어휘를 활용할 수 있는 활용 방법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고전을 공부하면서 아들과 대화할 때 언어가 달라짐을 느꼈다. 아들이 “비누 어디 갔어요?” 하고 질문하면 “세면대 위에 있어.” 하고 이야기하면 될 것을, “검은 세균의 군단들과 힘 있게 싸우는 비누는 물을 만나면 나쁜 세균들을 검은 하수구 속으로 흘려보내서 영원한 전쟁의 굴레 속에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도록 이끄는 힘이 있지만, 오랫동안 물과 함께 있다면 순두부처럼 연약하고 부드러워져서 위대한 장군에서 어두운 밤을 무서워하는 어린아이처럼 변해버린단다. 그래서 항상 자신의 몸을 지켜줄 수 있는 훌륭한 곽 속에서 틈이 날 때마다 잠을 자야 해.” 하고 말하는 식이었다. 의도하고 한 말도 아니었으나, 어느 순간 사용하는 언어의 형태가 달라짐을 느끼면서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이제 겨우 두 돌이 지난 아들은 병원에서 5~6살 정도의 어휘력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좋은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 라이너스 폴링 생각은 수많은 변수를 갖추고 있으므로, 형상화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기에 수많은 생각들 중에서 최선의 생각을 골라내기 위해서는 변별력과 분별력이 필요하다. 반면에 좋은 생각은 많이 생각하는 습관에서 비로소 형성된다. 많이 생각하지 않으면 삶 속에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결과들만 얻게 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엮이게 된다. 살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사고력과 분별력의 부재에서 시작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고전 탐구와 사색이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나,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 점에서 충분히 시간과 돈을 투자할 만하다. 관심이 생긴다면 지금 바로 도전해도 좋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읽고 생각하라는 것이지, 고전을 집필하라는 게 아니지 않은가. 놀랄 만한 인사이트는 읽고 사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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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15
  • [육우균의 깨봉 칼럼] 프롤로그(prologue)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옛 중국 고전인 「장자」에 보면 정저지와(井底之蛙)란 말이 나온다. ‘우물 안 개구리’란 말이다. 개구리에게 바다를 설명해 줄 수 없다. 또한 한 여름만 살다 가는 매미에게는 찬 얼음에 대해 설명해 줄 수가 없다. 편협한 지식인에게는 진정한 도의 세계를 설명해 줄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가르침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장자는 이 ‘정저지와’란 고사에서 세 가지의 집착과 한계를 파괴하라고 충고한다. “시간, 공간, 지식의 그물을 찢어라.”라고. 프란츠 카프카는 독서를 “내 마음에 고정관념으로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따라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란 제목의 책도 나왔다. 이처럼 자기 내부의 한계를 깨부수어야 새로운 창조가 시작된다. 말하고 글쓰기는 아웃 풋(out put)이다. 인풋(in put)은 읽기와 듣기다. 따라서 글을 잘 쓰려면 먼저 독서부터 해야 한다. 독서를 하면 언어가 생성되고 언어는 개념을 만든다. 그리고 개념은 사고를 만든다. 인간을 흔히 ‘생각하는 갈대’라 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약하지만 생각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생태계의 최상위자가 되었다. 생각하는 힘은 결국 언어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했다. 사물에는 이름이 있다. 이름은 언어로 만든다. 그러므로 사물은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즉 언어는 사물의 속성을 파악해 규정해 놓은 것이다. 언어를 많이 알고 있으면 생각의 힘도 세진다. 언어를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생각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언어를 많이 알 수 있을까? 책을 많이 읽어야 하지만 일단 신문부터 읽는 습관을 들이자. 신문은 종합적인 독서력을 길러주고 백과사전적 지식을 제공한다. 책 읽기, 신문 읽기를 하면 우리의 뇌 속 뉴런들이 복잡하게 생성된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마치 나무의 뿌리나 잔가지처럼 사방으로 붉은 색이 뻗어간다. 즉 독서를 많이 하면 우리의 뇌 속에서 자라고 있는 뉴런의 잔가지들이 많아지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융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서 창의력이 자라난다. 이 칼럼에서는 창의・융합적인 글쓰기의 방법으로 사고확장법을 알려주려 한다. 사고확장법은 지식의 확장(6-LCAMST)과 지식의 수렴(개념을 은유로 정의하기)을 통해 사고의 넓이와 깊이를 가져온다. ▣ 육우균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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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11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반응방식을 선택하는 기술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30대 시절을 되돌아 생각해보면, 어려움과 실패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잘못된 선택으로 어려움을 당한 시간들이 꽤 많이 있었는데,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세일즈에 전혀 관심도 없고 자신도 없는데 자동차 영업을 했고, 무역회사에서 해외영업 관리자로 밤 10시, 11시까지 일했다. 이건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싶어 사표를 쓰고 나와서 세차장에서 시급을 받아가면서 일했다. 세계 5대 금융기관이라는 외국계 보험사에서도 얼마간 근무를 했으나, 아버지 양복을 입고 학예발표회 주인공으로 등장해야 하는 초등학생처럼 느껴졌다. 그곳에서 1년을 버티고 퇴사했다. 외국계 보험사의 특성상 사람들은 상당히 권위적이고 딱딱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사람들은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버렸다.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냈는지,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신기하다. 꽤 성공한 선배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물상을 차리는 게 꿈이었다."는 이야기가 귓구멍으로 쏙 들어오는 바람에 고물상에 이력서를 들고 방문한 적도 있다. 세상을 몰라서 엉뚱한 일을 경험하기도 하고, 6개월 동안 월 100만 원도 벌지 못한 적도 있었다.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었다가 고소를 당하는 바람에 법원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난 경험도 있다. 이렇다 할 혐의가 없었기에 무죄로 풀려나긴 했지만 상당히 가슴 아픈 경험이었다. 순전히 미래에 대한 두려움만으로 선택한 길이었는데, 덕분에 운명은 내게 사람도 잃고, 돈도 잃고, 시간도 잃을 수 있는 놀라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경험들은 나로 하여금 분별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기분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마인드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런 분별력과 태도는 놀라운 기회로 연결되기도 했다. 사람을 보는 눈, 일의 미래를 가늠하는 눈은 이론만으로 배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니 다양한 방면의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얻게 되는 기회들이 있었다. 최근에는 한국학 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출신 지인을 통해 정부사업을 함께 하자는 제안도 받게 되었다. 직업에 귀천은 없으나, 세차장보다는 시급이 높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경제적 고립에 허덕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언론에 종종 나온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적은 유서, 편지, 그리고 얼마간의 현금. 마지막 월세이거나, 뒤에 남은 사람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으리라.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선택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여기저기에 도움의 전화를 걸었더라면, 소리쳐 싸우고 대들고 하소연이라도 했다면, 구걸이라도 할 요량으로 길거리에 나섰더라면 분명히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는다. 비극적인 결과의 시작점에는 잘못된 선택이 있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결과의 시작점에도 선택이 있다. 그 선택은 훌륭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대단히 훌륭한 선택은 아니고, 단지 조금 더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무단횡단을 하더라도 좌우를 살피며 재빨리 무단횡단을 하느냐,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느냐의 차이다. 무단횡단은 옳지 않다.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선택의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이고 옳은 것인지 파악하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분별력과 같은 말이다. 나는 종종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고 연구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적절한 분별력을 기르는 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리가 고통스러운 것은 일어난 사건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반응 방식 때문이다. 물론 우리에게 무언가가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해를 입힘으로써 슬픔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성품, 즉 기본적인 자기 정체성이 반드시 상처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사실 우리가 겪은 힘든 경험들은 자신의 성품을 형성하고 내면적 힘을 개발해주는 시련이다. 이는 또 장차 닥칠 어려운 여건을 다스리는 능력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내력도 키워준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136p, 스티븐 R. 코비, 김영사 인간에게 있어서 훌륭한 분별력은 지혜로운 시간으로 삶을 매꿔가는 데 필요한, 매우 중요한 삶의 도구다. 누구든지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지 못한다면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감옥에 있는 사람들의 90%는 잘못된 반응 방식의 폐해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상황에 대처하는 반응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하고 고통을 겪는다. 그들은 죄가 있어서 감옥에 간 것이 아니다. 그들의 죄는 그저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일 뿐이지 않은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니, 피해 갈 수 없는 결과였다느니 하는 운명론적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결정적 상황에서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 인해 남들과 다른 운명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는 게 옳은 일인지 궁금하다면 감옥을 떠올려 보라. 결정적인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모르는 즉흥적선택주의자들이 모인 곳이다. 불치병이나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가 갇힌 세계를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을 줄 안다. 그러나 많지 않다. 독서하고, 산책하고, 대화를 나누고, 여행하고, 적절한 스트레스 속에서 어려움을 당하는 과정들은 올바른 분별력을 갖추기 위한 훈련이다.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올바른 선택은 다양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지혜이자 그런 노력으로 말미암은 결과물이며, 그렇기에 동사(動詞) 형이다. 계속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올바른 선택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자존심에 상처가 가는 행동이기 때문에,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 때 만나는 결과들을 예측해보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는 무단횡단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건 사고는 결과를 예측하지 않은 사고의 부재 때문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아직 어린아이 수준의 사고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어떤 어려움도 직원들과 함께 극복해야 하며 그들에게 개인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직원들이 사우스 웨스트가 항상 그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 Southwest Airlines CEO 허브 캘러허 국내선 여객 수송인수 세계 1위, 여객 운송 기준 세계 3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흑자를 내고 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고객이 1순위, 직원이 0순위다. 40년 넘는 세월 동안 흑자를 기록한 세계적인 항공사의 ceo 허브 캘러허는 직원의 행복이 고객의 행복으로 이어지고, 직원의 만족이 고객의 만족으로 이어진다고 믿었으며, 그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다. 그들은 우리에게 '오늘 내가 내린 선택이 20년 뒤, 30년 뒤 내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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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15
  • [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찰나’의 삶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응급의학과 의사가 나와서 인터뷰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다. 우리가 아는 응급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생과 사의 경계가 치열한 곳이었다. 정말 다양한 사고를 당한 환자가 가게 되는 곳이지만, 무엇보다 나를 집중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곳에선 그 ‘순간’에 삶이 계속되기도, 삶이 끝나기도 한다는 사실의 무게감이었다. 수많은 순간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순간’의 무게감을 매번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워 그냥 살아가고 있든가 나와는 상관없는 먼 훗날의 일이라 생각해 관심이 없든가 그렇지 않을까.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또 너무 짧다. 자신의 삶의 끝이 언제인지 알고 삶을 계획하고 살아나가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언제 어떻게 생을 마감하고 떠나가게 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늘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35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모차르트는 레퀴엠을 작곡할 당시 “나 자신을 위해 이 곡을 작곡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레퀴엠을 마저 다 완성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레퀴엠이란 카톨릭에서 죽은 자를 위해 치르는 미사나 그 미사에서 연주되는 음악을 말한다. 모차르트가 이 레퀴엠의 작곡을 시작했던 10월, 그의 건강은 양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참 작곡 중이던 11월 말쯤은 병세가 심각해져 누워있어야만 했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모차르트는 곡을 완성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12월 초 이 곡을 완성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정황 때문에 이 곡에 관한 많은 추측들이 생기게 된다. 우리가 잘 아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모차르트의 재능을 질투하던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나오지만, 사실 그 당시 살리에르는 궁정 음악가로서 존경을 받고 있었던 인물로서 모차르트를 질투할만한 위치는 아니었던 것 같다. 모차르트의 최후의 작품이 된 레퀴엠을 쓸 당시, 이 작품이 보수가 높아 무리해서 일을 하기도 했고, 레퀴엠을 쓰면서 동시에 다른 작품들의 일도 하느라 병세가 더 악화되었던 것 같다. 결국 작업을 하면서 모차르트는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던 것일까. 모차르트가 완성하지 못한 레퀴엠은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가 모차르트의 스타일을 최대한 반영하여 완성했다고 한다. 12월 5일 숨을 거두기 하루 전 모차르트는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를 불러 레퀴엠의 부속가 중 한 곡으로 8마디밖에 작곡하지 못한 ‘눈물의 날이여(Lacrimosa)'를 어떻게 작곡해야 할지 지침을 주고 몇 시간 후 세상을 떠난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음악에 혼신을 다했던 그의 삶, 너무나 짧았던 생이지만 그렇기에 더 그의 작품이 빛나고, 이 레퀴엠은 바로크 시대의 엄격함과 까다로운 화음과 뛰어난 선율이 독창적으로 결합해 있다는 점에서 음악 양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누구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할 수는 없고, 알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중요한 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죽음이고,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찰나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늘 깨어있어야 우리의 삶이 그래도 조금은 더 의미 있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 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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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28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분별력으로 말미암은 지혜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사무실에서 사용할 파티션이 필요해서 알아보기 위해 가구매장에 전화를 걸었다. "사무실에서 쓸 파티션이 있나요?" "네, 높이가 120cm, 150cm가 있습니다." "120cm는 좀 낮은 것 같고, 150cm로 6장 부탁드려요." 파티션이 도착했고, 설치를 했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키가 170cm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과, 키가 158cm밖에 되지 않는 아내와도 키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150cm에 달하는 파티션 때문에 사무실은 요새가 되어 버렸고,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 생겼다. 세계적인 천재 법학자 칼 비테 주니어를 교육한 아버지 칼 비테Karl Witte는 아들이 지혜로운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가르쳐주기 위하여 아무나 믿지 않도록 가르쳤다. 겉으로 보이기엔 순해보이고 천진난만해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속은 어둡고 교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침으로써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사는 동안 다양한 능력과 기술이 필요하지만, 지혜로운 마음을 갖추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별력이 아닐까 싶다. 매사에 정확한 분별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어려움과 문제들을 걸러낼 수 있는 지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분별력은 빨간색 공과 까만색 공을 식별하는 시각적인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 좋고 나쁨, 선과 악을 가르는 일차원적인 능력을 뛰어 넘어서 탁월함과 탁월하지 않음, 도움이 되는 것과 도움이 되지 않는 것, 사소한 실수로 인해 어마어마한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능력 등을 포함하는 능력이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남성 2명이 전동킥보드를 함께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몇 번이고 돌려봤다. 그들은 차가 돌진해오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킥보드를 타고 길을 건넜다. 신호 위반이었기에 차는 그대로 그들과 충돌했고, 그들은 세차게 쏟아붓는 소나기를 맞은 가을 낙엽이 힘없이 우수수 떨어지듯이 날아가버렸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세계 속에 숨어서 고소해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서 불쾌하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얼마나 분별력이 없으면 저런 사고를 당하나' 하고 혀를 찰 뿐이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어느 물류회사 공장에 가면 신기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품이 진열대 위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데, 그런 진열방식이 연면적 5만평이 넘는 건물 전체에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다. 선뜻 보기엔 이해할 수 없으나, 고객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서 가장 자주 구매하는 상품군끼리 묶어서 배치하는 방식이었다. 고객의 구매 패턴이 일종의 프레임이므로, 프레임에 맞춘 물품 배치로 인해 국내 최초로 가장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배송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분별력은 일종의 프레임과 같다. 인간의 생각은 프레임으로 구축되어 있다. 간단한 프레임으로 구축되어 있을 수도 있고, 아주 복잡한 프레임으로 구축되어 있을 수도 있다. 정확할 수도, 모호할 수도 있으며, 견고하거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프레임이 견고한 사람일수록 옳음이 강해서 듣지 않으며 그에 걸맞는 결과를 맞이한다. 프레임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사람은 역시 그에 걸맞는 결과를 맞이한다. 코로나 19 발생 초기에 뉴질랜드는 재난 상황으로 설정해놓은 뒤 국경을 잠궈버리는 봉쇄 정책을 실시했고, 영국은 코로나 19를 감기 정도로 생각하며 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오래지 않아 뉴질랜드는 코로나 청정국가를 선포했고, 영국에서는 5만여 명의 코로나 19 관련 사망자가 발생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되는 문제들 중 상당수는 분별력의 유무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식할 것인가, 소식할 것인가 하는 문제 앞에서 소식을 선택한다면 상당수의 성인병이 사라진다. 일찍 잠자리에 들 것인가, 야식을 하고 늦게 잠자리에 들 것인가 하는 문제 앞에서 이른 잠자리를 선택한다면 상당수의 불면증과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것과 탁월한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것인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것인가 하는 문제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형태 역시 큰 폭으로 달라진다. 지금 처해 있는 환경이나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올바른 분별력을 바탕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했기에 발생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최선의 수단과 최선의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지혜라면, 지혜는 분별력의 유무에 따라 상당히 크게 자라거나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지혜는 최선의 수단으로 최선의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아일랜드의 철학자 프랜시스 허치슨Francis Hutcheson의 말을 기억하자.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최선의 목적을 이루는 것의 의미를 기억하며, 올바른 분별력은 결코 틀린 결과를 선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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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30
  • [대한민국 알리기 프로젝트 Fun&Easy Guide to Korea] The Founding Myth-Jumong Story
    [교육연합신문=유정희 연재] ◈ 건국신화-주몽 이야기 가온)주몽이 누군지 알아요? 애니)아니요, 그가 누군데요? 가온)그는 부여의 왕자였어요. 그가 알에서 부화했다는 전설이 있어요. 애니)말도 안 돼요! 가온)금와왕은 유화부인이 낳은 알을 들판에 버려서 없애려고 했지만, 동물들이 그 알을 오히려 보호했어요. 그리고 후에 알은 부화했어요. 애니)정말, 이상한 이야기네요! 알에서 태어난 소년이 어떻게 왕국의 지도자가 되었을까요? 가온)옛날 사람들은 새를 인간과 하늘의 신을 연결해 주는 상징으로 보았어요. 그래서 알에 태어난 왕의 이야기가 탄생한 것이지요. ◈ Tell me more 천제의 아들 해모수는 물의 신 하백의 딸 유화를 사랑했어요. 유화가 그의 아이를 임신했으나 해모수는 그녀를 떠나버렸지요. 홀로 남은 유화를 금와왕이 돌보았는데 유화가 알을 낳자, 놀란 금와왕은 그 알을 야생 동물들에게 먹이로 주었어요. 그러나 동물들은 오히려 그 알을 돌보았어요. 이를 안 금와왕은 알을 유화에게 돌려주었어요. 한 소년이 알에서 태어났어요. 소년은 활을 아주 잘 쏘아 주몽이라 불렸어요. 금와왕이 주몽을 사랑하자, 금와왕의 왕자들이 주몽을 질투했어요. 그들이 주몽을 죽이려 하자 주몽은 부여를 도망쳤어요. 그리고 기원전 37년 졸본에 고구려를 세웠습니다. ◈ 역사돋보기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이야기는 중국 집안 지역 광개토대왕의 공적을 적은 광개토대왕 비문에 나타나 있어요. 비문에는 주몽이 “나는 천제의 아들이며, 하백의 따님을 어머니로 모신 추모왕이다”라고 한 내용이 적혀있어요. 광개토대왕의 아들인 장수왕은 비문에서 선조인 주몽 이야기를 통해 천제, 곧 하늘의 후손임을 밝히고 국력이 가장 강력했던 5세기, 고구려인의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어요. ▣ 지은이 유정희 ◇ 국제교류문화진흥원 원장 ◇ 마리이야기 대표 ◇ 융합관광콘텐츠학회 국제학술대회위원장 ◇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이사 ◇ 저서 《Fun & Easy Guide to Korea》, 《담덕이야기》, 《궁파이야기》, 《창덕궁》,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 펴낸곳 응용한국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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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21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아버지, 제가 안 훔쳤어요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초등학교 2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우리 가족은 방 2칸짜리 집에서 셋방살이를 했는데, 그 곳에서 2년 정도 살았던 기억이 난다. 방문을 열고 나오면 세숫대야와 호스가 있는 곳이 주방이었고, 화장실은 공동화장실이었다. 주인집은 나와 동창인 친구네 집이었다. 가끔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레고를 갖고 놀았는데 '왜 우리 집에는 레고가 없을까? 하고 생각하던 기억이 난다. 하루는 아버지가 나를 부르셨다.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하셨다. "어떤거?" "니가 만 원 갖고 갔나?" "아니." "솔직하게 이야기해. 거짓말하지 말고." "안 갖고 갔는데." 아버지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다. 어린 마음에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댄 적이 있다. 오락실이 가고 싶은데 용돈만으로는 부족했다. 3천원인가 4천원을 몰래 꺼내서 오락실에 갔다. 몇일 뒤 엄마가 물었고, 나는 순순히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대지 않았다. 5학년과 2학년은 불과 3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만원을 대하는 자세는 다르다. 1992년에 만원은 9살짜리 꼬마에게 상당히 큰 돈이었다. 경제관념이 없었기에 100만원이면 집도 한 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던 때였다. 깡패들한테 돈 빼앗길까봐 무서워서 오락실도 가지 않았기 때문에 딱히 둘러댈 구실도 없었다. 무엇보다 아버지를 굉장히 무서워했기 때문에, 아버지 지갑에서 만원이라는 돈을 훔칠 만한 용기가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 작은 방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책상, 이불, 책, 누나와 내 옷이 정돈되어 있는 장농까지. 9살 인생 아들의 생각에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숨겨두었을 만한 곳'을 샅샅이 살펴보며 만원을 찾으셨다. 교과서, 일기장, 이불, 책상 서랍을 샅샅이 뒤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여보, 아들이 안 훔쳤다고 하잖아요. 인제 좀 그만해요." "당신은 가만히 있어. 어릴 때는 돈을 보면 훔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자기도 모르게 훔칠 수도 있는 거야!"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버지는 엄마의 이야기도 듣지 않았다. 한참을 누나와 내 책상이 놓여 있는 작은 방을 뒤지면서, "아들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만원을 내놓으면 아빠가 용서하고 통닭을 한 마리 사줄텐데..."하고 이야기하셨다. 1992년, 그 때 아버지는 지금의 나보다 젊은 36살이었다. 한참 뒤 아버지가 방에서 나오셨다. 티비를 보고 있던 나는 아버지에게 "찾았나?"하고 물었고, 아버지는 "아니."하고 대답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만원을 훔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 만원은 찾을 수 없다. 고상한 철학적 가치를 운운하려는 건 아니지만, 믿음 안에서 사랑이 만들어지고, 믿음 안에서 성공이 만들어지고, 믿음 안에서 인류의 모든 역사가 창조되었다는 점에서, 믿음보다 큰 건 없다고 생각한다. 돈을 벌고 사업을 하고 책을 쓰는 것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의 일부 아닌가. 당시 나는, 아버지가 아들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에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 어린 마음에 표현력이 부족해서 표현을 하지 못했을 뿐, 그 때 받은 상처가 생각보다 깊었다. 어른이 되어 아버지의 마음을 발견하기 전까지, 아버지는 늘 무섭고 두려운 분이자, 아들을 믿지 않는 분으로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 때 아버지가 나를 믿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내 눈을 바라보면서 "나는 아들을 믿는다. 아들이 훔쳤을지라도 나는 아들을 사랑한다. 그러나 아들이 절대 훔치지 않았다고 믿는다."라고 이야기해주었더라면, 그리고 "아빠는 걱정이 되었을 뿐이란다. 아빠가 틀린거라면 용서해다오. 어떤 경우에라도 나는 아들을 사랑한단다."하고 이야기해주었더라면, 내 마음 속에 아버지는 더 크고 선명한, 위대한, 그리고 가장 어려울 때 제일 먼저 연락할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을텐데. 스티븐 R. 코비Steven R. Covey는 '선택할 힘과 자유를 원칙에 따라 겸손하게 사용할 때 사람,문화, 조직, 전체 사회가 도덕적 권위를 얻는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도덕적 권위Moral authority는 '단기적이고 이기적인 이해관계로 형성된 사회적 가치가 아니라 원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용기'라고 이야기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8번째 습관 83p, 김영사) 통제적 사고방식은 조직사회에서 주로 통용되는 사고방식으로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의미한다. 직원이나 조직 구성원들을 수평관계에 있는 동료로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 구조의 아랫부분에 속해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언제든지 교체 가능한 부속품이나 대체제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반면에 도덕적 권위는 겸손, 친절, 배려, 수준 높은 양심으로 말미암아 신뢰할 만한 영적, 감성적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1인기업가, 프리랜서, 예술인, 더 나아가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은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혼자만의 세계 속에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들을 구상해내고 상품화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누구든 조직을 떠나서 살 수는 없다. 어떤 식으로든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단기적이고 이기적인 이해관계로 형성된 조직(학교, 회사, 직장, 거래처, 군대 등)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생활한다. 도덕적 권위보다는 통제적 사고방식controlled thinking이 더 먹히는 조직사회 속에서 지내다 보면 도덕적 권위의 중요성을 망각하기 쉽다. 자연스럽게 권위에 의존하게 되고, 대인관계에 있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다. 도덕적 권위라는 것은 상식이지만, 상식이 언제나 융통성 있게 활용되거나 지식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음주운전, 성추행과 성폭행, 불법유턴, 보복운전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도덕적 권위라는 것에 대해 이론으로 배운 사람들이 행하는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실제로도 그렇다. 도덕적 권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그렇기에 잘 띄지 않으며, 관심을 바탕으로 한 관찰이 아니면 느끼는 게 어렵다. 반면에 사회적으로 상당히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도덕적 권위가 상당히 뛰어나고 수준 높은 어휘력을 사용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통제적 권위를 가진 조직사회나 인물들은 나와 맞지 않았다. 상당히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기지 않으면 말 자체를 별로 하지 않는 'INFJ'의 특성상, 그 속에서 나만의 견고한 리더십을 구축한다거나 지적, 영적 능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세밀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 자체가 나에게는 없었기에 통제적 권위와 분위기를 가진 조직사회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게다가 고집이 세고 사람을 가려서 사귀는 성격 때문에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더라도 통제적 조직사회에서나 어울릴 만한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습관이 생겼다. 반면에 도덕적 권위로 중무장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100% 신뢰하며 인간관계를 구축해나가는 습관도 생겼다. 도덕적 권위를 바탕으로 비전과 열정을 키워나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 깊은 존경심을 느낀다. 언젠가 아들에게 "아들, 이제 아빠랑 한글 공부하자."라는 말이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다. 자식에게는 절대 공부에 대한 압박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과 달리,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아들은 18개월째에 한글을 뗀다거나 30개월째 되던 해에 영어원문을 줄줄 읽는다는 식의 깜짝 놀랄만한 성장을 하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결코 느리게 성장하지도 않았다. 20개월이 지나면서 문장으로 말을 만들어서 사용했고, 몇몇 영어단어를 사용해서 우리 부부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귀중한 선물이었다. 그러나 도덕적 권위가 아닌 통제적 사고방식을 갖고 아들을 대하려는 자세가 나의 내면에 숨어 있는 한, 귀중한 나의 아들도 아버지의 고루한 믿음 때문에 평범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도덕적 권위를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의 실패를 다양한 매체와 인생 속에서 발견한다. 그들은 모두 믿음이 부족했다. 조직에 대한 믿음, 인간에 대한 믿음,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믿음은 도덕적 권위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능력이다. 두바이는 믿음에서 시작되었고, LA도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믿음이 없이는 어떤 것도 형상화할 수 없다. 30년 전 그 때를 생각하다 보면, 지금도 자다가 눈을 뜨곤 한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아버지, 제가 안 훔쳤어요." 하고.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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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19
  • [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꽃이 피는 시기는 다 다르다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세상에는 많은 식물이 있다. 식물들은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꽃은 여름에만 피지 않고, 봄에 피는 꽃, 겨울에 피는 꽃 등 저마다 처해 있는 기후나 환경에 따라 다른 시기에 꽃을 피운다. 비단 식물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인생의 꽃을 피우는 시기는 누구나 같지 않다. 얼마 전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루 코엘류의 75살 생일이 지났다. 그도 처음부터 유명했던 건 아니다. 대중음악의 가사를 쓰는 일을 하기도 했던 그는 어느 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여행을 하고 돌아와 그 여행의 경험을 토대로 <마법사의 일지>를 발표하며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해 <순례 여행>을 출판했다. 이때 그의 나이가 40살이었다. 우리에게 유명한 <연금술사>는 41살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20여 개 국어로 번역되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다. 또,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톰 소여의 모험>은 마크 트웨인이 41세에 출간한 책이다. 심지어 마크 트웨인은 30세 이전까지 한 번도 글을 써본 적이 없다고 한다. 또 몇 년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저자 요나스 요나손이 47세에 쓴 첫 소설이라고 한다. 평생 배우의 매니저로 일하다가 43세에 처음으로 소설을 쓴 브램 스토커는 50세에 <드라큘라>를 출간했고, 대니얼 디포는 59세에 최초의 장편소설 <로빈슨 크루소>를 출간했다. 43세에 소설가로 데뷔한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는 64세에 <메르타 할머니>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태어나 어린 나이에 놀라운 업적을 이루는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시기에 인생의 꽃을 피운다. 꽃은 꼭 화려해야만 꽃이 아니다. 너무나도 화려한 색감으로 눈에 띄는 꽃도 있지만, 무채색이나 단아한 모습으로 잔잔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꽃도 있다. 길가의 잡초 사이에 무심히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도 얼마나 따뜻한 아름다움을 주는지 우리는 살면서 종종 느끼곤 한다. 모진 비바람과 뜨거운 햇살을 견디어내고 자신만의 꽃을 피워 낸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를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75세의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101세에 사망할 때까지 1600여 점에 달하는 그림을 그렸다. 심지어 그중 100세가 넘어 그린 그림이 250점이라고 한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나이 탓을 하며 할 수 없다고 말을 했던가? 모지스 할머니를 보면 핑계대기 바쁜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인생의 제2막에 꽃을 피운 우리나라의 훌륭한 배우도 있다.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 배우, 그의 나이 79세에 이 영화로 존재를 부각시켰으며, 윤여정 배우도 74세에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최우수 조연상을 수상했다. 모지스 할머니의 말대로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는 것 같다. 내 인생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선 일단 시도해보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열정과 끈기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 기획·연재
    • 연재
    2022-09-14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리더의 리드는 어떻게 다른가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한 소년이 있다. 사람을 죽였다. 12명의 배심원이 유죄라고 판결하면 이 소년은 사형 선고를 받는다. 11명이 유죄라고 이야기하고 한 명만이 무죄일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영화는 결국 12명의 사람들이 모두 무죄를 선고하면서 끝이 난다.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의 대략적인 스토리다. 세상에 태어나서 읽어본 책들 중 가장 훌륭한 책을 꼽으라면 레미제라블이었다. 최근에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Iliad로 바뀌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레미제라블처럼 잘 쓴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 정말 멋진 소설이었다. 영화는 '12인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이었다. 포레스트 검프, 캐스트 어웨이, 타이타닉, 오아시스 등등 재미있게 감상한 영화는 많이 있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대부분의 작품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흡사 상당한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예술 작품과도 같았기에, 오래전에 출시된 영화라고만 하기엔 너무 아까웠다. 극 중에서 '소년은 유죄일 수도 있으나, 무죄일 수도 있으므로 성급하게 유죄 판결을 내리긴 이르다.'라고 언급하며 토론을 이끌어간 주인공 데이비스(헨리 폰다)는 건축가 architect였다. 영화가 제작된 1950년대에 건축가라는 직업이 결코 나쁘진 않았겠지만, 법을 다루는 사람들에 비해 논리 정연하게 생각을 정리해서 토론의 장을 이끌어갈 만한 직업군으로 보기엔 알맞지 않다. 그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이 뭘 안다고 귀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냐'라고 외치며 불평을 해댔고, 나름의 적절한 논리로 그를 공격했다. 영화는 순조롭지 않고 거칠기까지 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11명의 사람들은 모두 유죄에서 무죄를 선언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선 무죄일지도 모른다고 언급한 주인공은 상당히 논리적인 사고로 문제를 다루었다. 앞뒤 상황을 정확히 유추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대화 중간에 낙서를 하며 딴청을 부리는 사람들과 달리 결코 가볍지 않은 상황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감정에 치우치지 않았고, 선별된 단어와 적절한 톤으로 이야기했다. 마지막까지 유죄를 주장하던 배심원(리 J. 콥스)은 마음에 새겨진 아들에 대한 사랑과 원망으로 아들과 찍은 사진을 찢다 말고 울음을 터뜨리며 무죄를 선언하는데, 주인공 데이비스가 혼자 남아 눈물을 추스르는 마지막 배심원에게 재킷을 건네주고 재판소의 방을 둘러보며 영화가 끝이 난다. 배심원 제도를 다룬 법정영화라는 특수성을 제외하면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강한 리더십을 갖춘 리더를 통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다룬 영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언젠가 아내가 나에게 "오늘 젊게 입었네? 대학생이라고 해도 믿겠어!"하고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아내에게 고맙다고 대답했고, 금방 잊어버렸다. 4살 차이가 나긴 하지만, 아내는 나와 함께 살면서 나의 모든 모습들을 기억하고 알고 있다. 그렇기에 보이는 범위 안에서 판단할 수는 있다. 패션이야 개인 취향이니 젊고 예쁘게 입고 다닐 수는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눈에도 젊게 보이는 건 아니다. 나이는 감출 수 있고 속일 수 있어도 변함없는 현실을 담고 있다. 어리고 예뻐 보여도 말투, 행동, 옷차림, 걸음걸이, 상대를 대하는 태도 등에서 나이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나이가 드러나거나 생각의 속도가 드러나거나 둘 중에 하나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리더십에 대한 책과 영상은 많다. 리더십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중요하기 때문에 자주 강조하고 이야기한다. 목소리만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처럼 강한 자세와 태도가 리더십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반면에 리더십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가지고 있지 않은 리더십을 드러낼 수는 없다. 극 중 주인공 데이비드가 보여준 리더십은 한 명의 생명을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초반부터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마지막까지 유죄를 주장하던 배심원(리 J. 콥스)의 강한 반대에 수긍해버렸기에 그의 리더십이 아니었다면 아까운 생명의 호흡이 대지의 부르심을 따라 길을 옮기면서 찬찬히 풀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리더십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면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리더십을 가장 잘 정리한 작품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저서인 <갈리아 전쟁기>가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신화가 으레 그렇듯이 문학적 작품성을 드높이기 위해 크게 미화되고 부풀려진 데 반해, 3인칭 관점에서 전쟁을 서술하며 객관적으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집필한 <갈리아 전쟁기>에는 로마 최고의 관직인 집정관이자 세계의 중심이었던 인물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리더십이 세밀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나나미 시오미의 말처럼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세상을 움직인 게 아니라, 세상이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중심으로 움직인 것이다. 반면 반구대 보존 사업단 이사장님과 대화를 나누거나 일을 할 때마다 상당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사장님에게 살면서 가장 인상적인, 가장 도움이 되었던 책이 무엇이었나 여쭤보니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맹자였다."하고 대답하셨다. 나와는 비교대상조차 될 수 없는 상당한 수준의 필력을 가진 이사장님의 글은 최근 한겨레 신문에 기고되었다. 역사는 전쟁의 연속이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전쟁은 인간의 가장 연약한 면과 가장 용기 있는 면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위대함과 경솔함의 반복적인 여정이다. 논리적인 사고의 연속적 진행이 없다면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건 한 순간이었다. 일리아드에서 위대한 장군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영웅 아킬레우스에게 아버지, 어머니, 남편, 아들을 잃고 아킬레우스의 손자를 낳는 비운의 여인이었다. 10여 년 간의 트로이 전쟁을 겪는 동안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가장 비참한 운명을 맞이한 안드로마케는 남자(안드로)를 다스리는 자(마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헥토르는 일리아드를 대표하는 위대한 영웅이었으나 비참한 죽음을 피해 갈 수 없는 영웅적 자세를 갖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내 운명을 거슬러 나를 하데스에 보내지 못하오. 그러나 인간들 가운데 누구도 운명은 피하지 못했소. 겁쟁이든 용감한 사람이든 일단 태어난 이상은. -일리아드 6장 490행 에도 시대 초기 무장이었던 도쿠가와 이에아스는 적군의 아내가 되어버린 어머니를 시어머니라고 부르는 비운의 여인에 의해 태어났다. 무장이자 정치가로서 일본을 대표하는 인물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고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리더십을 통해 일본과 한국의 외교관계는 정상화될 수 있었고, 지금의 일본을 만드는 데 초석이 다져졌다. 리더라는 존재가 특별하지 않다는 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긍한다. 화를 내고, 슬퍼하고, 짜증을 내고, 비난하고, 실수를 한다. 그럼에도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역사 속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라는 것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생사의 갈림길을 헤매는 그들의 모습에서 변하지 않는 마음의 결을 발견하라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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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재
    2022-08-25
  • [대한민국 알리기 프로젝트 Fun&Easy Guide to Korea] Dolmen
    [교육연합신문=유정희 연재] ◈ 고인돌 애니) 저 돌들을 봐요! 가온)그건 고인돌이에요 애니)고인돌이 뭐죠? 가온)그것은 청동기 시대 지도자들의 무덤이에요. 애니)그래요, 정말 흥미롭네요! 가온)한국에는 45,000개의 고인돌이 있는데, 전 세계에서 발견되는 고인돌의 40% 이상을 차지해요. 애니)오! 정말요? 정말 무거워 보이네요. 가온)덮개 돌의 무게가 80톤 이상 나가는 것도 있어요. 이 돌을 일으키려면 500여 명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요. ◈ Tell me more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지배자의 무덤이지요. 어떤 덮개돌은 무게가 80톤이 넘는데, 이를 세우기 위해서는 500명 이상이 동원되었을 거라 하니 이 무덤의 주인이 정말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진 통치자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지요 그럼 이제 고인돌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살펴볼까요? ① 먼저, 쓸만한 돌들을 찾아 땅에서 파냅니다. ② 그러고 나서 이 돌들을 통나무 위에 놓고 굴려서 원하는 장소로 옮깁니다. ③ 고임돌을 세운 후에 흙으로 공간을 채웁니다. ④ 덮개돌을 위로 올린 다음 고임돌 사이의 흙을 치워냅니다. ◈ 역사돋보기 고인돌은 말 그대로 ‘돌을 고였다’라는 뜻이에요. 이 고인돌들은 워낙 흔하고 그냥 바위와 구분하기도 어려워, 옛날에는 농부들이 농사일을 하다가 잠시 앉아 쉬거나 그 위에서 새참을 먹거나 했다고 해요. 왜, 청동기 지배자들은 이 커다란 돌무덤을 만들었을까요? 청동기 시대는 농경과 목축이 발달하게 되어 식량이 더욱 풍부해졌어요. 그래서 공동 집단 내에서 남는 생산물을 많이 가진 사람이 권력자가 되었어요. 이들은 자신의 힘과 권력을 보여주는 고인돌과 같은 기념물을 남겨 자신들의 존재를 영구히 과시하려 하였어요. ▣ 지은이 유정희 ◇ 국제교류문화진흥원 원장 ◇ 마리이야기 대표 ◇ 융합관광콘텐츠학회 국제학술대회위원장 ◇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이사 ◇ 저서 《Fun & Easy Guide to Korea》, 《담덕이야기》, 《궁파이야기》, 《창덕궁》,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 펴낸곳 응용한국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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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10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단조로운 일상을 극복하는 방법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나는 생각하는 즐거움을 안다. 평소에는 지속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서재에 꼼짝없이 앉아서 10시간 넘게 독서하고 글만 쓴 적도 있다. 학창 시절 잘 나가는 '부진아'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괄목상대할 만한 성장이 아닌가 싶다. 덕분에 일상이 단조롭기 그지없다. 회사에서의 시간을 제외하면 육아, 독서, 운동, 공부가 전부다.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태우지 않는다. 아내 몰래 숨겨둔 여자도 없고, 노름도 하지 않으며, 게임도 하지 않는다. 숨겨둔 여자가 없으니 숨겨둔 비상금도 없어서 돈도 별로 쓰지 않는다. 반면에 틈만 나면 소설을 쓰고, 오래된 고전을 묵상하며, 노트를 꺼내서 잡다한 메모를 한다. 나쁘지 않은 습관들을 체득했고, 그러는 사이에 굉장한 집중력과 끈기가 생겼다. 단조로운 일상은 나로 하여금 상당한 집중력과 끈기라는 능력을 선물해준 셈이다. 그처럼 평범한 일상, 단조로운 일상은 이렇다 할 문제점을 만들지 않는 데다 주위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신용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졌다. 돈을 벌지 말고 신용을 벌어라. '신용을 가진 자'는 현대의 연금술사이다. -니시노 아키히로 신용을 얻는 것이 잘 짜인 단조로운 일상 덕분에 만들어진 셈이지만, 일상이 마치 하나의 시스템처럼 짜여 있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짜두지 않은 다른 일정이 공간을 비집고 들어오면 난처해진다. 최근에 어느 지인이 책을 출간하려고 준비 중인데 윤문을 좀 해주십사 하고 부탁을 해온 적이 있었다. 좌우지간 싫지 않았던 사람이라 거절할 수는 없어 우선 알겠다고는 했으나, 월요일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빼곡하게 짜인 일정 가운데 통째로 반나절을 비워야 하는 윤문 작업은 시간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덜 급한 일을 뒤로 미루고 윤문 작업을 끝냈다. 어쨌거나 단조로운 일상은 나름의 시스템으로 말미암아 만들어진 습관의 연속이고, 그 시스템 안에서 체계적으로 시간을 짜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만들어진다. 퇴근 후 소파에 앉아 티브이 리모컨이나 만지작거리는 일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난 1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러한 단조로운 일상이 일직선처럼 곧게 뻗은 일의 효율성이나 업무상 성과를 제공하는 결정적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운동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은 단조로운 일상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 나름의 시스템 안에 구축된 사이클이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사고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깨지고 부딪히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가치들이라는 것을 발견한 뒤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디어를 창조해내고, 꿈을 꾸거나 꿈을 실현하는 모든 과정은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18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 군이 피아노를 배운 것은 7살 때였다.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줄 알아야 되지 않겠나, 싶어 배운 피아노가 그의 인생을 뒤바꿔놓았다. 12살 때부터 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통해 피아노를 배웠고, 한국 영재교육원을 졸업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했다. 피아노를 배운 지 10여 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그가 피아노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어린 나이에 아들의 훌륭한 예술적 재능을 알아보고 꽃 피울 수 있도록 지지해준 부모 덕분에 좋은 대학교,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가가 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단테 소나타를 연주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달달 외우다시피 읽어낸 저력이 있기에, 뭘 해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겠구나 싶다. 하지만 예술적 재능의 90%는 타고난다는 말이 있다. 훈련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재능은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피아노 역시 다양한 경험 속에서 만난 하나의 취미였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영원한 파트너가 되어 있다. 단조로운 일상을 두고 잘 짜인 시스템의 구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그 단조로운 일상을 조금은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직장 동료의 죽음, 그리고 어린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였다. 감사와 소망이 마음을 채우는 한 편, 이렇게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 그 무렵이었던 것 같다. 나는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좌우를 살피지 않고 파란불 횡단보도를 전력 질주한다던지, 세 살배기 아들의 손을 잠시 놓고 길거리를 산책하는 일 따위는 결단코 내 사전에 없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 마음이 모험심으로 똘똘 뭉쳐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위험을 피하되, 모험심을 따라 매 순간을 사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며 가치있는 일이라 믿는다. 마음 가득한 모험심을 잠자코 다독인 뒤 단조로운 일상이 가장 훌륭한 선택이라고 자부하며 하루하루 살다 보면, 어른이 된 아들이 어느 날 내게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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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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