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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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핀란드와 영국에서 하는 융합 교육을 소개한다. 핀란드에서는 융합 교육을 ‘현상 기반 학습’이라 하는데, 교과 간의 벽을 허무는 융합 교육 개혁을 강하게 시도하는 중이다.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 (2018)를 쓴 박형주님의 사례를 보자. 바다에 유조선이 좌초해 기름이 쏟아진 상황을 던져주고 한 학기 동안 각종 자료를 뒤지고 책을 읽어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내용으로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융합 교육이 시작된다. 역사 시간에는 유사한 기름 유출 사례를 찾아본다. 화학 시간에는 기름 제거 방법과 약품을 찾아본다. 수학 시간에는 어떤 대처법이 가장 효과적이었는지를 빅데이터로 분석한다. 생물 시간에는 생태계 복원에 관한 자료를 찾아본다. 이런 학습을 한 학생들은 왜 그동안 지겹게 역사와 화학과 수학과 생물을 공부했는지 사무치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 학기에 심화 수업을 하더라도 학생들은 즐거움을 느끼며 공부에 더욱 매진하게 될 것이다. 
 
다음은 영국의 사립 중학교 수업시간에 하는 융합 프로그램이다. 도나 그리핀 교과개발팀장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런 방식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수업은 다음과 같다. 먼저 마르크 샤갈의 「나와 마을」이란 그림을 보여 주고, 국어 시간에는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눔직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짧은 소설 한 편씩 써보라. 수학 시간에는 도형의 닮음과 비례를 이용해 그림을 확대하라. 역사 시간에는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인 1차 세계대전 직전 상황에 대해 설명하라. 미술 시간에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림 뒤에 펼쳐진 세상을 그려라. 가사 시간에는 이 마을 사람들이 축제 때 먹을 음식상을 디자인하라. 연극 시간에는 이 그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연극으로 만들라. 음악 시간에는 팀을 이루어 이 그림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곡을 하라. 이렇게 그림 한 점을 두고 일곱 교과가 협력하여 융합 교육을 실시한다. 
 
이미 영국의 사립 중학교는 우리나라보다 10년 빨리 실제 수업시간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는 한참 늦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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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의 「나와 마을」

 
4차 산업시대, 인간이 AI나 로봇보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는 바로 ‘생각의 힘’이다. 생각의 확장 방법으로 ‘6-LCAMST’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6’은 여섯 과목이란 말이고, 알파벳은 ‘(언어-사회-예술), (수학-과학-공학)’의 여섯 교과를 말한다. 그것은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을 분석해서 공통분모를 모아놓은 교과목이다. 앞의 세 교과목은 문과 계열, 뒤의 세 교과목은 이과 계열의 과목이다. 결국 ‘6-LCAMST’는 생각의 확장을 통해 사고의 넓이를 키워준다. 
 
그런데 창의성의 사고를 강조하는 방법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우선 창의성의 고전이라 불리우는 『생각의 탄생』(미셀/로버트 루트번스타인)에서는 13가지 생각 도구(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 인식, 패턴 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 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를 언급했다. 또한 확산적 아이디어 창안법으로 유명한 스캠퍼(SCAMPER) 기법이 있는데, 교체해보기(종이 만화를 인터넷으로 옮긴 웹툰), 합쳐보기(전화기와 컴퓨터를 연결), 조정해보기(헬기의 프로펠러는 단풍잎의 씨앗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듦), 수정하거나 확대하거나 축소해보기(스마트폰은 컴퓨터를 작게 축소한 것), 다른 쓰임새 생각해보기(빵에 넣는 베이킹파우더가 요즘은 세제로 더 많이 활용), 없애보기(유선 마우스를 무선 마우스로 바꿔보기), 반대로 해보기, 순서 바꾸기(역발상) 이 그것이다. 그밖에도 브레인스토밍이나 마이드 맵 등 많은 창의적 방법들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생각의 방법들이다. 즉 ‘결과 중심 생각하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6-LCAMST는 ‘과정 중심 생각하기’다. 생각의 힘은 과정 중심 생각하기에서 더 강해지는데, 연상작용의 상상력으로 왜 이런 결과물이 나왔는가를 생각하면 할수록 생각의 힘을 더욱 굳세진다. 정답이 하나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생각을 확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고민하고 탐구해 나가야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생각의 힘은 근육이 단련되듯이 더욱 강력해진다. 키워드를 여섯 가지의 영역으로 나누고 그 결과물과 키워드 사이를 상상력을 동원하여 서로 관련되게 연결하는 것이 생각을 확산하는 핵심이다. 
 
지금은 4차 산업시대다. 4차 산업은 창의성이 생명이다. 창의성은 연결과 편집으로 이루어진다. 김정운 박사는 그의 책 『에디톨로지』에서 ‘창조는 편집이다’라고 주장했다. 편집은 연결성으로 승부한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반전도 있고 재미도 다르다. 그래서 ‘영화는 편집이 생명’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스티브 잡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창의적인 사람은 아니다. 발명가는 더욱 아니다. 그런 그가 왜 창조의 아이콘이 되었나? 기존의 물건들을 하나로 연결시켜 애플 스마트폰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이란 ‘연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기존의 것들을 연결한 결과라고 하였다. 즉 창의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분야를 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융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들을 녹여서 하나로 합하는 것이므로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지식을 연결해서 창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영국에 올드미스가 많아지면 영국 해군이 강해진다.”는 말이 있다. 왜 그럴까? 이를 연상작용을 통해 논리적으로 그 과정을 설명해 보자. 올드미스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 올드미스가 많아지면 고양이가 많아진다. → 고양이가 많아지면 쥐가 줄어든다. → 들쥐는 뒤웅벌을 잡아먹기 때문에 쥐가 없으면 뒤웅벌이 많아진다. → 뒤웅벌이 많아지면 들에 목초가 무성해진다. → 목초들이 무성해지면 젖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 젖소들은 좋은 쇠고기와 우유를 제공한다. → 좋은 쇠고기와 우유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영국의 해군은 강해진다. 문제를 좀더 심화시킨 다음의 예를 보자. “미국은 자기들이 생산한 옥수수를 일본에 수출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일본에는 이미 태국에서 생산된 옥수수를 수입하고 있어 문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우선 미국은 태국에 눈을 돌린다. 태국에서 ‘아침 식사를 충분히 하자!’는, 얼핏 보아 아무 관계도 없는 것 같은 캠페인을 미국이 시도한다. 그 이유는, 태국 사람들이 듬뿍 아침 식사를 하게 되면 틀림없이 훨씬 많은 달걀을 먹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닭을 키워야 한다. 닭의 먹이로는 옥수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태국 내에서 옥수수의 소비량이 늘고, 그만큼 일본에의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미국은 또 그만큼 일본에 대한 옥수수의 수출량을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앞의 핀란드와 영국의 두 사례처럼 상상력에 의한 연상작용은 창조적 사고를 보다 넓고 깊게 만들어 준다. 창조란 결국 들레즈/가타리의 말로 ‘새로운 배치로 탈영토화’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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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우균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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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균의 깨봉 칼럼] 생각의 확산(6-LCAM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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