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6(월)
 

    [교육연합신문=김성민 기자]  전라북도내 임실 삼계중학교는 전교생이 14명에 불과하다. 이 학교 교사들은 올해초 삼계초등학교를 졸업한 8명 중 3명이 남원으로 진학하자 깊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삼계중 교사들은 지난 1년간 이 학생 유치를 위해 삼계초교 6학년생들을 수시로 만나면서 1년간 공들여왔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농촌 학교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6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가 32.5%를 차지하고 있는 전라북도로선 이 위기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이들 소규모학교는 김제, 남원, 임실, 순창, 부안 등 농촌지역에 집중돼 있다.

▸     학생수 60명 이하 학교 현황 (전북교육청 교육행정자료집 2011)

구 분

전체 학교

60명 이하 학교

초등학교

420

176

중학교

208

65

고등학교

132

6

합 계

760

247

점 유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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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그러나 최근 성공한 농촌학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임실, 완주, 진안, 정읍 등 소규모 농산촌 학교들의 성공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전북교육청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와 맞물리면서 파급효과가 커지고 있다.

성공한 농촌학교의 특징은 무얼까? 좌절을 딛고 성공모델을 쓰고 있는 농촌학교의 배경을 집중 분석한다.

 

○ 소명의식으로 뭉친 교사들의 팀워크
완주 삼우초등학교(교장 나영성)는 현재 전교생이 107명으로, 수십 명에 불과한 여느 농촌학교와는 다른 풍경이다. 익산시 성당면에 위치한 성당초등학교도 전교생이 100명이 훌쩍 넘는다. 진안 장승초교도 2009년 전교생이 9명에 불과했으나 현재 67명으로 급증했다.

 

이런 시골학교의 기적 뒤에는 소명의식으로 뭉친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다. 2002년 통폐합 대상으로 지목된 완주 삼우초교(서초교와 삼기초교 통합)는 염시열, 나영성, 정은숙, 송수갑, 지혜란, 이현근, 김종환 교사들의 문화부림교과연구회가 있다.

 

이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전북농촌학교 살리기운동본부, 고산지구 급식관리위원회 설치운영 규정 제정하는 등 농촌학교 살리기운동에 앞장서왔다. 그 결과 현재 삼우초교는 도심학교들도 부러워하는 ‘공교육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익산 성당초등학교도 농촌학교 살리기 운동을 펼쳐왔던 2명의 교사들이 2009년 전보신청을 해오면서 65명에 불과했던 전교생이 3년 만에 100명이 넘어서는 활력이 넘치고 있다.

 

농촌유학센터 운영으로 잘 알려진 임실 대리초등학교도 농촌학교 살리기운동을 하는 3명의 교사들이 아예 임실지역으로 이사를 왔다. 이들 교사들은 특정학교를 살린 후 이웃학교로 전보를 가는 방식으로 임실 전체 학교를 살리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공한 농촌학교 뒤에는 소명의식을 뭉친 교사가 있는 것이다.

 

이리 부송초교 최한성 교사는 “교사 혼자 학교를 바꾸기는 어렵지만 뜻을 같이 한 교사들이 팀을 이뤄 의기투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 특성화된 교육과정 운영
성공한 농촌학교는 또 도심학교와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화려하거나 특별한 교육을 꿈꾸지 않습니다. 교사가 되면서부터 생각해왔던 진실된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자연 속에서 몸소 체험하는 활동을 통해 단순히 아는 것보다 깨달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가꿔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이하 생략)”

 

정읍 수곡초등학교 교육과정 맨 처음에 나오는 글이다. 교육의 본질을 찾고자 노력하는 교사의 마음이 깊이 담겨있다. 전교생 96명인 이 학교는 △자연을 닮은 전인적 통합 교육과정 △행복을 키우는 학교문화 △성장이 있는 교육전문가 △자연과 상생하는 교육공동체 등 4본 12색이라는 독특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학년은 19명이지만 7명에 불과한 6학년에서 알 수 있듯이 폐교위기에 놓였던 이 학교는 교사의 헌신성과 특성화된 교육과정이 맞물리면서 학생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완주 이서초교는 곰솔 계절학교(친환경 체험학습), 꿈꾸리 학교(예체능 동아리활동), 좋은 수업연구 발표 등을 운영하고 있다.

 

○ 유학센터 운영 등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성공한 농촌학교는 또 지자체, 주민 등 지역사회 자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한 공통점이 있다. 농촌유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임실 대리초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리농촌유학센터는 마을주민이 땅을 내놓고, 임실군이 1억원을 투자해 건립됐다. 현재 이곳에는 20여명의 초중학생들이 ‘농촌유학’을 와 생활하고 있다. 임실, 장수군 등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은 교육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인구 감소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들 지자체는 학교와 함께 손을 잡고 인구 이탈 방지책의 하나로 학교교육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임실군 삼계면에 위치한 삼계초교와 삼계중학교를 중심으로 이장단협의회, 삼계면장 등이 참여한 삼계면 교육발전협의회를 구성하고 △박사골 농촌유학가정 운영 △박사골 농촌유학센터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 전북교육청 혁신학교로 통해 집중 지원
농촌학교의 성공에는 또 혁신학교가 있다. 전라북도교육청은 그동안 혁신학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읍 4곳, 남원 3곳, 김제 3곳 등 농촌지역 학교 살리기에 집중해왔다. 전북교육청은 특히 학교 변화에 대한 교사의 열망 정도를 가장 중요한 혁신학교 선정기준으로 설정해 교과부에서 추진해왔던 기존 연구학교 등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스승의 날 정읍 동화중학교 교사들은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전북교육청의 혁신학교 중에 하나인 이 학교 교사들은 이날 강당에서 학생들의 발을 일일이 씻어주는 세족식을 가졌다. 특별한 스승의 날 행사를 고민하던 교사들은 회의 끝에 학생의 발을 씻어주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학생들은 자신의 발을 교사들에게 맡긴 채 어쩔 줄 몰라했다.

 

전북교육청 박일관 장학사는 “농촌학교를 발령받은 교사들은 몇 년간 시간을 보낸 후 도심학교로 전근을 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소명의식을 가진 교사들은 농촌학교를 살리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인식하고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를 성공한 농촌학교의 주요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학교를 1년간 운영한 결과, 매우 짧은 기간이지만 교사들의 소명의식과 자발성을 살려주는 것이야말로 교육개혁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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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농촌학교의 성공방정식…교사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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