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교육연합신문=김미영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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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Let lt Go' 음악에 맞춰 엘사공주가 등장한다.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하여 긴장했던 아이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갑자기 박수가 터져 나왔고 잠시 동안 입학식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교를 방문한 유치원 아이들에게 김 교장은 살짝 질문을 해 보았다. 

 

초등학교는 어떤 곳일까?

"공부하는 곳. 친구들이 많은 곳. 유치원보다 선생님이 무서운 곳, 말을 잘 들어야 하는 곳 등"이라는 아이들의 생각을 듣게 된다. 아마도 주위 어른들의 말을 듣고 입학하기 전부터 학교에 대하 경직된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 김 교장의 고민이 시작된다. 

 

'학교는 신나고 즐거운 곳'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입학식부터 잘 준비해 보자는 마음으로 그 또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찾고 고민 끝에 엘사교장이 되어 보기로 작정을 하고 1학년 선생님들과 입학식 전 과정을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 입학식 이후 우리 1학년 천사들은 김 교장을 만나면 "엘사 교장 선생님" 하고 부르며 뛰어와 안기기도 하고 쉬는 시간이면 교장실에도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아이를 바래다주러 온 학부모들도 교문 앞에서 만나면 아이들이 학교 가는 것을 무척 즐겁게 생각한다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많이 듣기도 했다. 경직되어 있는 곳에서는 즐거움이 있을 수 없고 행복할 수도 없다. 학교는 우리 아이들에게 즐거운 곳이어야 하고 오고 싶은 곳이어야 하며 편안한 곳이어야 하는 또 하나의 집이어야 한다. 

 

부임 첫날 김 교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교장실의 창문을 투명하게 바꾸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누구든지 편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교장실 출입문을 항상 열어 두는 것이다. 아이들의 반응과 선생님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1학년들은 여기가 엘사교장이 사는 곳이라고 물어보며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그 외 학년들의 눈에는 신기한지 지나가면서 계속 들여다보기만 하다가 들어오라고 손짓하면 바로 들어와서 재잘재잘한다. 

얼마나 이쁜지? 

그러면서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교육의 답을 찾아냈다. 이 모습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학교다. 

 

교장실이 투명하지 않으면 교장실에서 무엇을 하는지 볼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다. 투명해진 유리창은 아이들에게 교장실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효과가 있다. 링컨이 항상 누구든 자신을 찾아올 수 있도록 집무실을 열어 두었듯이, 창문으로 교장의 업무 모습을 볼 수 있고 문이 열려있으니 쉽게 들어올 수 있게 되었지. 권위를 넘어 소통을 잘해보겠다는 김 교장의 의지이기도 했다. 

 

이만큼 우리 어른들의 메시지는 중요하다. 아이들과의 소통은 곧 학부모들과의 소통과 연결된다. 선생들과의 소통은 아이들의 행복과 직결된다. 이것이 김 교장이 매 순간 애쓰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학교교육의 최종 목표는 아이들의 행복이지 않을까? 

 

김 교장이 신남초에 부임해서 느꼈던 점은 학교가 전체적으로 어둡고 약간은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학교가 오래되기도 하였지만 복도에 걸린 낡은 게시물과 구석구석 버리지 못하고 구석구석 쌓아둔 물건들을 비롯하여 겹쳐겹쳐 붙여 놓은 스티커들이 아이들의 정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복도 게시물을 과감히 철거하고 낡은 학급 표찰에는 교체할 때까지 희망의 상징인 나비를 전 교실을 다니며 휴일에 출근하여 부착했다. 

 

나비를 부착한 이유는 ‘나비가 되려면 애벌레는 부지런히 신선한 잎들을 먹고 때가 되면 자신의 몸에서 뽑아낸 실로 고치를 만든다. 고치라는 틀을 깨는 과정에서 나비는 작은 구멍을 비집고 나와야 하고 이때 가위로 구멍을 크게 해 주면 불행하게도 그 나비는 평생을 날지 못하고 힘없이 바닥에서 뒹굴게 된다고 한다. 

 

나비가 작은 구멍을 힘겹게 빠져나오려고 애쓰는 동안 그 몸통에서 나온 액체가 날개를 적시고, 그렇게 단련된 날개라야 훨훨 잘 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날개가 약해 잘 날지 못하지만, 조금 지나면 날개에 힘이 생기고 화려하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어 훨훨 잘 날아갈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나비의 변태처럼 혼자서도 작은 구멍을 뚫고 나와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은 기다려주고 지켜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의 삶 속에서 언제나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주고 조금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의 행동을 모델링하게 되는 데에서부터 교육은 시작한다. 

 

김 교장은 아이들에게서 늘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점점 흐려져가는 것들도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때론 예쁘게 덧칠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내가 얼마나 더 가까이 갈 수 있을까?" 이 고민이 끊어지면 우리는 더 이상 선생님일 수가 없다. 교육은 아이들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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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영

◇ 前신남초등학교 교장 

◇ 前부산한솔학교 교장 

◇ [특수교육 교구 제작의 이론과 실제] 저자 

◇ [학교디자인의 실제] 공동 저자

◇ 부산교육대상 수상 

◇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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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장의 따뜻한 학교 이야기] 교육은 아이들이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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