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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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계층 간의 갈등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른바 흙수저 논란이 그 대표적 증거다. 매년 고등학교 졸업자 수는 줄어드는데 대입 경쟁은 약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청소년의 자살률은 매년 최상위권을 달리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뿐이랴. 역으로 행복지수는 늘 최하위 수준에서 맴돈다. 역대 정부가 학벌타파를 위한 능력주의 사회구현을 내세워도 이는 언어의 희롱에 불과하며 어떤 정책 보완도 미미하다. 이러한 문제의 뿌리는 무엇일까? 
 
교육학자 박남기 교수는 우리사회가 크게 착각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실력(능력+노력)주의 사회가 구현되면 학교교육이 정상화되고, 대입경쟁도 완화되며, 우리가 꿈꾸는 보다 정의롭고 바람직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라. 오히려 그 반대로 가고 있지 않은가? 실력주의가 극으로 치달은 결과 교육에도 신자유주의 물결의 부작용과 사회적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가 큰 노동시장의 이중화 및 분단 구조의 양극화가 우려의 수준이지 않은가. 
 
영국의 사회학자인 마이클 영(Michael Young 1915~2002)은 지금 우리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과도한 경쟁, 교육전쟁, 학벌, 사회 양극화 등은 실력주의(meritocracy)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역으로 과도한 실력주의가 가져온 폐단이라고 말했다. 실력에 따른 보상의 차이가 점점 더 커지는 실력주의가 보완되지 않는 한 실력 판단의 잣대인 학력은 또 다른 이름의 학력을 향한 경쟁으로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객관적인 시험을 통해 공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직장이 SKY를 중심으로 졸업한 대학과 학과를 실력의 잣대로 삼는다. 그러니 해당 대학과 학과를 향한 치열한 경쟁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이는 학교가 경쟁을 조장한 것이 아니라 학교가 실력주의 사회의 극심한 경쟁의 장(場)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교육에 목숨을 거는 학부모의 입장도 무리는 아니다. 문제는 노동시장의 분단화 및 양극화 실상을 극복하지 않는 한 교육을 통한 경쟁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전통적인 실력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새로운 실력주의로 나아가야한다. 어떻게 말인가? 이는 실력과 대학 및 직업 사이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되 직업과 보상의 함수 관계를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업 간 사회적 분배의 차이를 줄이는 제도적⋅사회 문화적 보완장치가 마련되어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복지사회 정립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마이스터고 학력으로 전문가로 인정받고 행복하게 사는 독일이 그 대표적 사례다. 
 
박 교수가 주장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며 이보다 앞서 진보학자 김누리 교수가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누구나 어느 정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보장된다면 부모들은 자녀를 무작정 입시경쟁에 몰아넣지 않을 것이고 학생들도 자유롭게 자신의 꿈과 적성을 찾아 원하는 공부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친구가 경쟁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사회의 재화를 창출하는 동반자가 될 것이며 성공과 출세 지향의 교육 가치 또한 변화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실력주의 사회로 가는 첫 걸음이라 믿는다. 
 
이제 학교는 사회구성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교육개혁에 나서야 한다. 여기엔 상생(win-win)을 추구하는 교육이 우선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노력이 아닌 신에게서 받은 능력에 상응하는 부분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또한 서로의 노력과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희생과 봉사 그리고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몸과 마음에 익힌 정치인을 육성하는 정치교육을 학교교육에서부터 실시해야 한다. 더불어 교육당국은 학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지원하며 각종 교육개혁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진정한 민주사회의 기반이듯 학교가 올바른 실력주의를 통해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보루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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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 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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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실력주의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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