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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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영화배우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수사 당시에 비공개 소환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망하기 하루 전까지 두 달 동안 유튜브 동영상과 언론 기사 수가 1만이 넘었다. 그렇게 많은 기사가 모두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작년에 4년 동안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렸고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당해 힘든 생활을 하던 초등학교 교사도 생을 달리했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학부모 민원에 대한 후폭풍을 남겼다. 
 
죽음으로 자신의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시도는 노동자나 교사를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 죽기 전까지 때로는 죽을 때까지 법적 고소로 약자를 괴롭히는 법은 공정의 수호자이기보다 유전무죄를 굳건하게 믿고 있는 특권 계층의 수호자가 된 듯하다. 한국 사회가 죽음으로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사회가 되었다면 우울하고 암담한 일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죽음의 의미를 자신들의 입장에서 왜곡하는 일도 안타깝다. 
 
목숨을 스스로 버려야 관심을 끌 수 있다면 정당한 소통이 차단된 사회다. ‘경찰, 언론, 유튜브’로 이어지는 선정적 보도의 순환 고리는 견고하다. 이익을 얻으려 하는 고리이다. 유튜브는 조회 수, 슈퍼챗(후원)으로 금전적 이익을 얻기 때문에 고리가 더 복잡하다. 언론과 검찰, 경찰, 악성 민원은 약자에 대하여 유독 강하고 잔인하다. 죽음으로 고발하는 억울함은 잠시 이목을 끌다가 사라진다. 마치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듯 억울한 죽음이 끝나면 다른 방향으로 채널을 돌리는 것으로 끝난다.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로 넘어간다. 
 
언론기관과 법 집행기관은 국민을 권력, 범죄,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사회가 용인해준 권력기관이다. 그 권력을 자신들의 집단이익을 위해 사용한다면 ‘서울의 봄’에 나온 쿠데타와 무엇이 다른가. 국민 보호를 위해 군인에게 세금을 쓰고 권한을 주었는데 정치적인 야망을 위해 쿠데타를 한 집단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국민을 위해 준 권력을 자신들의 카르텔을 위한 무기로 쓰는 집단에게는 국민이 준 권한을 빼앗거나 감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강한 권력을 가진 자에게는 반드시 강한 견제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속도가 빠른 자동차일수록 더 강하고 효율적인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민주주의의 중요한 도구인 법 집행, 언론, 댓글문화가 사회적 흉기가 되면 안 된다. 언론과 검찰과 사회관계망서비스는 자유와 행복을 위한 도구이자 장치이다. 이 막강한 힘은 사회의 약자와 민주주의를 향상하는 일에 써야 한다. 그것을 감시해야 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역할이고 교육의 역할이다. 약자들이 죽음으로 자신의 결백함이나 고통을 증명해야 하는 사회는 억압적 기제가 강한 사회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는 그러한 사회가 아니다. 
 
대중의 성숙하고 올바른 시민의식이 필요하고 여기에 교육의 지속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자정과 자성이 필요하다. 스스로 자정이 어려울 때는 국가와 사회가 강제적인 수단으로 마땅히 제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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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원 예술진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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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죽음으로 증명해야 하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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