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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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정식 판매 부수가 8,000만 부가 넘는 책이 있다. 1943년 4월 6일 뉴욕에서 영어판과 프랑스어판으로 동시 출간한 그 책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이다.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가 작은 별에서 우주여행을 온 어린 왕자와 만나서 나누는 이 이야기는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어린 왕자가 사는 별은 겨우 집 한 채보다 클까 말까 하다. 내가 사는 아파트 공간 크기가 어쩌면 소혹성 B612호와 비슷할 듯하다. 지구는 어린 왕자가 찾아오는 일곱 번째 별이다. 그 전에 방문한 별은 이상한 어른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명예와 허영과 술과 일에 매몰된 자기 폐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비행사를 만난 어린 왕자가 처음 한 말은 ‘양 한 마리만 그려주세요.’였다. 왜 어린 왕자는 맨 처음 본 사람에게 양을 그려달라는 부탁부터 했을까. 절실함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사는 별을 구하기 위해서다. 그 별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다. 무엇이 위기인가. 바오바브나무 씨앗이 너무 큰 나무로 커져서 별이 부서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어린 왕자는 양이 바오바브나무를 먹을 수 있냐고 묻는다. 씨앗에는 이로운 씨앗과 해로운 씨앗이 있다. 바오바브나무는 조금이라도 자라면 영영 없애 버릴 수가 없게 된다. 어린 왕자는 바오바브나무 씨앗이 큰 나무로 자라기 전에 없애지 않으면 나중에 재앙이 온다고 걱정했다. 그것 때문에 어린 왕자는 바오바브나무를 먹어 없애는 양이 필요했던 것이다. 

 

바오바브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의 종류로 알려져 있다. 나무가 너무 커버리면 작은 별 전체는 나무로 가득 찬다. 나무뿌리가 별을 뚫는다. 별은 작은데 바오바브나무가 많으면 별이 산산조각이 나버리는 것이다. 어린 왕자는 규칙적으로 신경을 써서 바오바브나무를 뽑아야 한다고 한다. 어린 왕자는 게으름뱅이가 살고 있는 어느 별을 이야기한다. 다른 별에 사는 게으름뱅이가 작은 바오바브나무 세 그루를 무심히 내버려 두었다가 낭패를 당할 것을 걱정한다. 

 

우리도 자기만의 특성을 지닌 작은 행성이다. 외로운 작은 별이다. 자신의 작은 행성에 많은 씨앗들이 날아온다. 씨앗이 장미가 될지 바오바브나무가 될지는 모른다. 자신의 몸과 내면을 망가지게 하는 씨앗은 어린 왕자가 한 것처럼 계속 정리를 해 주어야 한다. 잘못된 만남은 암처럼 속도가 빠르다. 

 

새해가 온다. 자그마한 씨앗 중에도 바오바브나무처럼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거대한 인습이 되는 씨앗이 있다. 바오바브나무 씨앗들이 더 크기 전에 정리하자. 새해에는 나쁜 습관의 씨앗이 커가지 못하게 부지런하게 뽑아내자. 바오바브나무가 소중한 행성에 멋대로 커나가게 둘 것인가. 학교든 자신이든 바오바브나무 씨앗과 같은 파괴적 조짐은 뿌리를 내리기 전에 단호하고 꾸준하게 정리를 해야 한다. 세 그루 바오바브나무를 방치해서 자신의 별을 바오바브나무에게 온전히 내 준 게으름뱅이처럼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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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원 예술진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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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어린 왕자가 사는 별의 바오바브(baobab)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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