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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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최근 통화 중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공개했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동시 통화가 가능하다. 컴퓨터를 이용해 언어를 번역하려는 시도는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술은 인공지능 기반의 인공신경망 기계 번역이다. 통신업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한 서비스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내년은 서비스 상용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 말한다. 인공지능이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외국어 공포증에서 벗어날 날이 머지않았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한국어로 길을 물어볼 수 있는 때가 올 수 있을까? 이것이 중학생 시절에 처음 영어를 배우며 가졌던 꿈이었다. 영어처럼 한국어 시험에 통과해야 입사가 되고 대입시험과목에 들어가는 날이 올까? 평생 자가용을 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당시로서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꿈이었다. 
 
영어 단어를 외우면서 계속 쏟아지는 새로운 영어 단어가 마치 테트리스 블록처럼 느껴졌다. 영어 단어 시험을 보고 성적에 따라 손바닥을 맞는 체벌을 경험했다. 영어시험은 성장해 가는 길에서도 수문장처럼 곳곳에 서 있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독일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했다. 관사를 외우던 기억밖에 없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영어권 사람들이 편하게 영어로 대화하며 예약하고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 부러웠다. 영어를 배워서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군대에서 야전잠바에 영어책을 넣고 다니다 상관에게 기합을 받았다. 한국 국력이 커지면 한국어 교사 수요가 폭발하리라 확신했다. 한국어 해외교육은 기대한 만큼은 확산하지 못했다. 
 
학창시절은 의미도 잘 모르는 팝송을 눈만 뜨면 듣던 시대였다. 파란 눈과 금발머리는 모두 멋있어 보였다. 수십 년이 지나 비틀즈만큼 유명한 그룹이 한국에서 나오리라고 상상조차 못했다. 한국 노래가사를 미국, 남미, 유럽에서 따라 부르는 것을 예상할 수 없었다. 21세기 '비틀스(Beatles)로 불리는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유럽, 중동, 아시아 등으로 인기가 확산되자 한국어 학습이 확산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세계 105개국에 1,348개 대학, 3,000여 개의 각급 기관단체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국제언어연구원에 따르면 세계에 약 3백만 명 이상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2022년 언어 앱 듀오링고에서 7번째로 가장 많이 공부하는 언어가 한국어다. 2023년 앱이 네 번째 글로벌 언어 보고서를 출시했을 때 한국어는 6위로 뛰어올라 이탈리아어보다 더 인기 있는 언어가 되었다. 이런 날을 보게 된 것만 해도 우리 세대는 가슴이 벅차다. 
 
한국어로 세계여행을 하면서 핸드폰 없이도 길을 물어볼 수 있는 시대에 대한 소망은 여전하다. 1949년 한글타자기를 발명한 공병우 선생님은 이런 말을 남겼다. 한글은 금이요, 로마자는 은이요, 일본 가나는 동이요, 한자는 철이다. 우리의 멋진 한글이 인공지능시대에도 세계로 번성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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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원 예술진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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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언어 장벽의 무너짐과 한국어의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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