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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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가정신의 승리’의 표상인 소설가 조정래 선생은 신작 『황금종이』를 발표했다. 그는 종교도, 권력도, 핏줄도, 도덕도 그 앞에선 소용없으며 인간의 생살여탈을 쥐고 흔들며 살아 있는 신으로 군림하는 돈에 대한 적나라한 10여 가지의 일화를 현실에 기초해서 실감나게 밝히고 있다. 돈은 매일 생각하고, 매일 걱정하고, 매일 꿈꾸는 것으로 일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기에 돈에 얽힌 현대인의 의식을 되돌아보며 품격 있는 인간으로 살아가고 부에 대한 개념을 교육적으로 새롭게 형성하는 것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이 소설의 1화에서 밝힌 이야기는 교육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는 이 글에 담아 우리가 청소년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궁구(窮究)해 보고자 한다. 얼마 전에 미국의 교육 연구자가 세계 여러 나라 어린이들의 의식을 조사하려고 우리나라에 왔다. 그런데 그 학자는 조사 결과를 보고 너무 놀라고 말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아이들이 돈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은?” 하고 묻는 설문지를 돌렸는데 아이들은 50퍼센트 이상이 ‘부자’라고 썼다. 
 
그렇다면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두 가지 관점에서 축약할 수 있다. 첫째, 아이들은 과학자⋅교사⋅법관⋅스포츠맨⋅연예인 등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둘째, 부자가 되고 싶은 아이들이 그렇게도 많았다.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일종의 기현상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돈에 빠져 미쳐 돌아가는 대한민국을 아주 리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까지 아이들이 돈에 오염된 것은 한때 대한민국 정치의 본산인 청와대에서 매년 정초에 나누는 덕담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부자 되세요”라고 바꾼 주인공이 크게 일조한 덕분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닌 것으로 공감이 간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큰 부자의 표상이자 후대가 자랑스러워하는 바람직한 삶을 ‘경주 최씨 부자’와 ‘제주 김만덕 상인’의 행실을 통해서 알고 있다. 12대 400년에 걸친 경주의 최씨 부자는 만석꾼이었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하지 않고, 늘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며 아낌없이 베풀 줄 알았던 진정한 나눔의 화신으로 손색이 없는 부자를 상징하고 있다. 또한 김만덕은 조선의 상인으로 제주도에 대기근이 닥치자 전 재산을 풀어 육지에서 사온 쌀을 모두 진휼미로 기부하여 빈사 상태의 제주도 백성들을 구제하였다. 이 때문에 제주에서는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의녀 김만덕으로 불린다. 
 
중국의 고사(古史)에서는 부모가 자녀와 함께 부잣집 앞을 지날 때는 경건하게 대문을 향해 절을 하고 지나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부자의 인식이 우리와는 다른 중국의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그만큼 부자는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존재이자 부의 의미는 숙연하고 남달랐다. 우리의 일반적인 부의 의미와는 차이가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떤가? 으리으리한 부잣집 앞을 지날 때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교육을 실시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대개는 부의 획득에 부정적 반감을 드러낸다. 그만큼 부자는 오히려 증오의 대상으로 전락한 삶의 대변자다. 
 
문제는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의 부에 대한 의식이다. 한때 10억을 준다면 감옥행도 불사하겠다는 청소년들이 이 사회를 어둡게 만들었다. 즉, 부자가 된다면 어떤 악행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아주 위험한 인성의 발현이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더 잘 살 수 없다는 진단이 내렸다. 그러니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은 어린 세대부터 뼛속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에게 부의 개념은 곧 출세와 동격이다. 가난이란 긴 역사의 수레바퀴를 벗어나기 위한 성공과 출세지향의 교육 가치는 이를 부추기고 사회에 굳건하게 뿌리를 내린지 오래다. 
 
이제 우리는 성공과 출세의 개념을 나눔과 배려, 공유의 가치로 전환해야 한다. 부자는 가난한 이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이를 인정하고 자신의 부를 이웃과 사회에 나눌 수 있는 가치관의 형성을 청소년 교육에서부터 굳건히 해야 한다. 청렴한 부, 나누는 부, 함께 하는 부는 현대판 부자의 개념으로 반드시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는 교육을 통해 어릴 적부터 의식화하고 행동화하는 자본주의의 초석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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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 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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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부자’가 되길 원하는 청소년에 대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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