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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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위기이다. 교실 붕괴 경고음은 20년 전부터 울렸다. 신뢰가 무너지고 시스템이 붕괴하고 입시가 지배하고 무엇보다도 무기력에 빠져있다. 유능한 인재들이 학교를 떠나려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광속으로 발전하고 있다. 구한말 일본이 사립학교법(1908)을 공포하면서 시작된 근대적 학교는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어려운 시기에 뗏목으로 강을 건넜다. 하지만 뗏목을 짊어지고 새로운 세상을 따라갈 수 없다.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서서히 죽는 편리함이라는 우물과 알 수 없는 미래로 가는 강물 가운데 대중은 편리함을 택한다. 여행보다는 집에 있는 것이 편안하다. 고치를 만들어 그 안에만 있으면 편안하다. 알 속에 평생 있으면 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래에 대한 공포는 새로운 변화에 눈을 감게 한다. 상대평가와 오지선다형과 입시교육이 교육을 망친다고 아무리 외쳐도 입시 체제는 흔들리지 않았다. 
 
총체적인 문제라면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기존의 것을 모두 다 무너뜨려서 평지로 만들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일제강점기에서 시작하여 미군정의 영향을 받은 교육과정은 대한민국 국민을 선진국 국민으로 만드는 미래역량 중심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현재의 교육과정이 미래역량 중심을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구호가 아닌 실제로 핵심 중추를 바꾸어야 한다. 
 
중학교부터 진로를 결정하는 교육과정은 불가능한가. 학생들이 선정한 주제로 주제 중심 프로젝트 수업을 학기 단위로 하는 교육과정은 불가능한가. 학생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은 불가능한가. 살기 어려운 시기에 시작했던 학교 건물에 대한 개념도 바꾸어야 한다. 사각형이고 콘크리트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간, 교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간, 군대 연병장을 본떠서 만든 운동장과 시설, 문화시설이 없는 학교 공간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변화해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잠자고 친구를 괴롭히고 교사에게 대들고 무기력하고 기계적인 학습을 한다면 그런 학교는 없는 것이 낫다. 창의력을 죽이고 인간성을 말살하고 이기심을 기르고 활동력을 묶어두는 학교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학부모들이 공교육보다 대안교육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있다. 
 
부모에게 자식보다 귀한 존재가 없다. 자식을 위해 어려운 일도 참고 굴욕도 참는다. 그런데 자식이 12년 이상이나 생활하는 초중고 학교에 관심이 적다. 가장 좋은 것, 가장 깨끗한 것, 가장 귀한 것이 있어야 하는 곳이 학교이다. 가장 귀한 자녀들이 몸을 담고 있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곳이 초중고 학교이다. 
 
신도시를 만드는 구상은 구도심을 조금 수선하는 수준이 되면 안 된다. 허허벌판에서 새로운 시스템으로 해야 한다. 구도심에서 조금씩 지붕을 개선하는 것으로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지 못한다. 남이 지어준 건물에서 한 세기가 지난 근대교육은 이제 재건축 시기가 되었다. 교육 현장에서 녹물이 나오고 배관이 흔들리고 방수와 방음이 안 된다. 우리 미래인 아이들에게 비가 새는 낡은 건물에서 구해내서 산뜻하고 멋진 건물과 도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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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원 예술진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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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절망의 끝에서 시작하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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