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4(토)
 

[교육연합신문=기고 황한이]

1.JPG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먼저 잘못을 인정해야,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사과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는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우리 사회의 인식이 강해, 섣불리 먼저 사과하지 말라는 조언을 듣곤 한다. 이는 잘못한 사람은 용서받을 기회를, 피해를 입은 사람은 사과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학교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사과는 어떤 의미일까? 


첫 번째는 피해자가 일상생활을 회복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피해 후 초기에는 분노하다가도 “나의 잘못으로 이런 일이 생겼나?” 라고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내 잘못으로 치부하고 자책하기도 한다. 

 

가해자의 사과는, 우선 피해자는 자기 잘못이 아님을 알게 하고, 피해자와 가족이 사안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고,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두 번째는 가해자가 자신의 폭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행위를 통해, 본인이 저질렀던 행동에 대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음을 피해자에게 알리고, 본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용서받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학교폭력 사건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일상도 무너뜨리는 것을 본다. 자신의 회복을 위해서도 사과가 필요한 부분이다.

 

사과와 용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심리적·물리적인 균형을 바로잡아, 양자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정중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는 사과하는 방법과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단순히 “미안해”라는 단어만을 언급하고 사과했다고 말하는 것은 진정한 사과의 모습이 아니다. 사과를 요구하는 청소년도 어떻게 사과받아야 하는지, 사과하는 청소년도 어떻게 해야 바르게 사과하는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사과의 태도나 형식에 따라 쌍방의 생각이 확연히 달라져서, 오히려 사과를 두고 새로운 갈등이 야기될 수도 있다. 사과하는 방식은 대체로 피해자 요구에 따라 미리 어느 정도 타협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사과의 시점을 놓친 경우는 자칫 사과의 진실성이 오해받을 수 있고, 형식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어 적절한 사과의 시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사과는 상대가 진정으로 용서할 때까지 구해야 하는 행동인 것 같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사과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비단 학교폭력의 당사자들인 경우 외에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크던지, 작던지 잘못을 한 경우에는 바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진정한 사과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문화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익광고,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나서서 사과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우리 청소년들이 한 번의 잘못으로 인해 평생 죄책감 속에 자기 회피와 변명으로 살아가지 않고, 진솔하고 용기 있는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거울이다. 자녀에게 잘못한 것이 있는가? 그렇다면 용서를 구해보기를 당부한다. 사과의 시작점이 되고 문화의 시작이 될 것 같다.

 

이 시간 내가 누군가에게 잘못했던 행동이 떠오른다면 사과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뜬금없다는 답이 돌아올 수 있지만 내 마음 한켠에 접어둔 부정적인 정서 한 숟가락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전체댓글 0

  • 06886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기고] 사과가 문화가 되는 사회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