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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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 풍습에는 종을 만들 때 짐승 피를 종에 바르는 의식이 있었다고 한다. 제물로는 잘 생기고 뿔이 곧은 소를 바쳤다. 한 농부가 뿔이 조금 삐뚤어져 있어서 바로잡으려 팽팽히 뿔을 동여매었다. 그러다가 뿔 전체가 빠지는 바람에 소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유래이다. 결점(缺點)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手段)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의미할 때 흔히 쓰는 고사성어이다. 
 
교육계에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백년대계라는 나무가 흔들리고 시야는 뿌옇게 흐려졌다. 교육은 공룡처럼 커다란 사회 분야이다. 이렇게 큰 분야를 수술하려면 준비가 치밀해야 한다. 사교육비를 없애기 위해 이른바 ‘킬러문항’을 없애라고 대통령이 발표했다. 발표 나흘 만에 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했다. 정부에서는 대입 수능 5개월을 앞두고 평가원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사교육시장에 만연한 ‘카르텔’을 잘라내겠다는 것이다. 
 
친척이 통증이 심해서 병원에 갔는데 피부약을 계속 바르고 약도 먹었지만 효과가 없었단다. 전문병원에 가자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이 금방 나와서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잘못된 진단과 치료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되는 많은 고생을 했다고 들었다. 차량수리나 병원치료에 서 잘못된 진단으로 고생했다는 사례를 들은 경험들이 있으리라 믿는다. 
 
진단을 잘못한 수술은 생명까지 위협한다. 살을 가르고 혈관을 자르고 내용물을 꺼내고 다시 살을 꿰매는 일에는 반드시 커다란 출혈이 있다. 그 일이 자기 몸이라면 걱정이 클 것이다. 그 의사가 최고의 전문가라 하더라도 큰 수술을 앞둔 사람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전문의사가 아닌 병원 관계자가 수술을 잘 안다고 내 몸에 메스를 댄다면 어떨 것인가. 
 
지금 세계는 교육에 대하여 대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에는 크고도 중요한 시기이다. ‘OECD 교육 2030’, ‘UNESCO 교육의 미래’ 보고서는 전 지구적 ‘위기’ 인식에서 교육의 변혁을 강조한다. 환경과 경제와 사회에 대한 도전은 인류가 함께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공통의 과제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존의 경제 중심 · 경쟁주의 교육관에서 벗어나 사회를 변혁하고 미래를 만들어갈 역량을 제시한다. 다양한 교육 전망과 미래 교육 시나리오를 관통하는 핵심은 결국 ‘교육을 통해 지구를 구하라’는 것이다. 그만큼 절박한 호소를 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교육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대이다. 학벌과 경쟁은 그대로 두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변별력을 없애는 시도는 효용성에 대한 의심을 받고 있다. 대학 서열, 입시 체제,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교육 현장이 현실이다. 변혁적 교육론이 필요하다.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의 대변혁을 요구하는 시대에 시험문제 한두 개에 얽매이기보다는 시대를 초월하는 교육 변혁에 대한 큰 계획과 실천을 준비해야 한다. 상대평가를 통한 경쟁과 불평등한 교육체제에 대한 정비가 없이 급조된 갈등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은 한국교육에 대한 미래를 걱정하게 한다. 
 
수능 킬러문항을 킬(kill)하려다가 교육을 죽이는 교각살우는 없어야겠다. 섣부른 집도는 위험하다.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크고 심각할수록 전문의가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메스를 들어야 국민이 가지는 근심이 적을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과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생각들이 쓸데없는 걱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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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원 예술진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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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교각살우(矯角殺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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