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교육연합신문=한관흠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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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누구를 위하여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 시대의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건국 원칙 열세 번째는 ‘헌법 제정의 목적은 집권자가 자신의 약점 때문에 국민을 해치지 않도록 국민을 보호하는 데 있다’이다. 상위법인 헌법 제정의 원칙이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다른 모든 하위 법안들 또한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 원칙은 비단 미국으로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약칭 공교육정상화법)은 공교육 정상화를 말하고 있지만 그 실체는 몇몇 소수의 관계자들(이익집단)의 목소리만 담긴 법안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런 법안을 만들어 놓은 국회에서 날로 늘어나는 사교육 대책을 강구하라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다. 과거 어떤 국회의원들은 공교육 망가뜨리기 법안[2014.3.11. 제12395호]을 발의해서 대부분의 의원들이 그 법안을 통과시켜 주고, 요즘 어떤 국회의원들은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법안으로부터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법안이 아닌 대안을 찾으라고 하니 시도교육청과 학교 현장에서는 그 답안도 국회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다수의 국민들과 진정한 공교육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 주길 바랄 뿐이다.


과거 우리 세대들은 사교육을 받을 형편이 안되어 모든 교육을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충분히 ‘개천에서 용이 되는 사례’ 즉 가난한 환경에서도 교육을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금도 도시와 농어촌의 지역 격차 및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 능력의 차이에 따라 사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다. 


과거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습능력에 따라 보충과 심화를 적절히 구성한 수준별 학습, 방과후보충 수업 등을 운영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수준별 학습을 선행학습으로 단정하는 데에서 기인하여 선행학습 금지를 위한 공교육정상화법이 제정되고 이에 학교가 아닌 학원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하기에 지금의 공교육정상화법의 실체는 사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꼼수 법안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과거의 교육은 다수의 집단을 대상으로 일제식 교육이었다면, 현재의 교육은 학생의 수준에 맞추어 개별화 및 수준별 교육이 되어야 한다. 25년부터 도입하려고 하는 고교학점제 역시 학생 스스로 자신의 진로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교육시스템이다. 


한편, 교육 수요자인 학생의 진로 희망에 따른 교과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이 선택중심 교육과정이지만 학교의 현실은 교과에 따른 선생님의 배치 범위 내에서만 선택이 이뤄지는 어려움이 있어,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학교 내 주문형 강좌 운영 및 인근 학교 간 연계를 통한 교과 클러스터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해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중에는 무학년제로 운영되는 프로그램도 적잖게 있는데, 그렇다면 고교학점제는 선행학습 금지를 위한 공교육정상화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공교육정상화법은 표면으로 드러난 의미보다 숨어 있는 선행교육방지법이라는 의미가 더 큰 문제이다. 이 법안으로 인해 미래의 공교육 기관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학부모들은 불안감 해소를 위해 자녀들을 사교육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공교육정상화’법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교육부장관 및 교육감이나 시군교육청 교육장, 학교장은 학교에서 선행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하고, 지역청 담당 장학사들은 정기적으로 학교에서 선행교육이 이루어졌는지 정기고사 문항지를 받아서 점검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교육 목적으로 둔 예술 체육 등의 교과를 비롯한 모든 교과도 법의 형평성에 의해 함께 제동을 걸었어야 한다. 하지만 예체능 및 기술 가정 분야는 사교육 시장이 크지 않기에 예외를 둔 것일까? 아니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수준별 교육은 학생들의 정신적 신체적으로 문제가 되고, 사교육 기관에서 하는 수준별 교육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만일 이 법안이 대한민국의 미래 인재 육성에 대해 발목 잡는 법안이라면 빨리 폐지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교육자치 및 학교자치에 의한 교육 실현을 추구하고 있는데, 국가 교육과정을 너무 치밀하게 제시하면 학교 현장에서의 교육자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교 교육공동체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끝으로 새로운 법안에 대해 입법 예고 시 관례적인 공문서에 의한 형식적 의견수렴보다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과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공청회를 통해 의견수렴이 된 상황에서 잘 조율된 법안을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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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관흠

◇ 경기도여주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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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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