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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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열여덟 살의 임윤찬이 우승을 하며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한국의 연주자들이 국제적인 콩쿠르에서 상을 받는 일이 많아지니 대한민국의 클래식 수준이 이젠 정말 세계적인 수준이라 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임윤찬의 우승은 연주실력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담담한 인터뷰 내용으로 인해 더 많은 기자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임윤찬은 인터뷰에서 가장 영감을 많이 받은 음악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우리나라의 가야금 연주자 ‘우륵’이라고 말했는데, 과연 우륵은 어떤 사람이었길래 임윤찬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와 같은 서양의 클래식 대가들이 아닌 우륵을 말했을까?


우륵은 원래 가야국의 한 사람이었다. 왕의 뜻을 받들어 12현의 가야금을 위한 12곡을 만들었고, 제자들에게 가야금과 춤, 노래를 가르쳤다고 한다. 가야가 망하고 신라로 가 살다가 우륵의 연주에 감동한 진흥왕의 배려로 다시 가야금 곡을 만들고 춤과 노래를 가르칠 수 있었다. 우륵이 만든 12곡은 신라에 와서 5곡으로 정제되었는데, 처음엔 마땅치 않게 여기다가 곡을 들어본 후엔 ‘즐겁지만 넘치지 않고, 애절하지만 슬프지 않으니 가히 바르다고 하겠다’ 고 했다고 한다.  임윤찬이 연주했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에서도 이런 우륵의 음악적 정신을 떠올리며 그만의 해석으로 더 훌륭한 연주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절제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주자는 어떤 곡을 연주하면서 그 음악에 몰입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과다해져 절제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너무나 슬프지만 슬픔에 빠지지 않고, 슬픔을 초월한 것 같은 그 무엇...... 그렇게 표현하기 너무 어렵지만 그런 연주를 한다면 듣는 청중에게 훨씬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임윤찬의 연주처럼 말이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피아니스트들의 종착지이자 무덤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체력과 어려운 테크닉을 요구하는 곡이다. 처음 이 곡을 만들고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그 당시 인기가 가장 많고 자신이 존경했던 피아니스트 요제프 호프만에게 선물하며 연주를 부탁했다고 한다. 그런데 곡의 난이도가 너무 어려워 결국 못하겠다고 포기하고 말았다고 한다. 결국 이 곡의 초연은 뉴욕 필하모닉과 함께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하게 되었다. 지금도 이 곡은 많은 피아니스트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듣고 있으면 어마어마한 전율과 빠져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던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아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예술가는 감정을 다 뱉어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감정을 절제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작가 김훈 씨는 우륵의 이야기인 소설 ‘현의 노래’를 쓸 때,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 씨가 우륵의 느낌을 느껴보고자 우륵이 바라봤던 밤하늘의 별을 똑같이 바라봤다는 얘길 듣고 자신도 그렇게 했었지만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 밤 그 별을 나 또한 바라보며 우륵의 느낌을 찾아보려 한다. 1500년의 시공간을 초월한 느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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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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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우륵’이 봤던 밤하늘의 별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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