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6(월)
 

[교육연합신문=오범세 논설위원]

 

자녀는 부모의 의지와 욕구대로 또는 부모의 만족을 위해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잘못된 자녀 교육관 때문에 자녀들은 흔들릴 뿐이다.


지난 번(2011.11.24) 보도를 보면 전국 1등을 하라는 강요에 못이겨 잠든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패륜아 고3 학생의 이야기에 모든 국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그 학생은 살인자로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주위의 얘기를 들어 보면 어머니가 나쁘고 잘못했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는 유난히도 교육열이 높지만 공부만을 따지는 입시위주, 학벌 우위의 편향된 교육은 학생들이 정서적 학대를 받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자란 청소년들이 혹간 학력 성취도가 높더라도 그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결코 높다고 볼 수 없는 것이 정신과 전문의들의 견해이다.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교육을 통하지 않고는 인간이 될 수 없는 유일한 존재"(칸트)이기에 누구나 내 자녀를 잘 키워서 사회에 큰 일꾼으로 입신출세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즉 집안의 번영과 행복한 가정이 되려면 자녀를 잘 교육 시켜야 한다는 부모들의 열망을 누군들 막으랴.


아이들의 최초의 학교는 가정이며 부모는 최초의 교사로 자녀를 태교부터 장성하기까지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를 절대 중단해서는 안 되고 부모와의 격리된 생활은 심리적 병리현상을 나타내게 된다고 말했으니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역자교지(易子敎之)라. 부모가 자기 자식을 가르치기는 어렵기에 학문분야는 학교 교사에게 맡기고 부모는 훌륭한 안내자, 조정자, 지원 협력자, 상담자, 지도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부모의 권위로 엄격한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도 좋지만 소통 부재의 독선적 권위주의로 자녀의 현상을 무시한 채 달구치는 것은 역시 역효과라는 것을 이 사안을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부모들이 명심할 일은 지금 당장의 성적, 등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10년 20년 후에 어떤 직종에서 일하고 싶은지에 대한 꿈을 키워주어야 한다. 공부는 진학과 진로지도와 연결되어야 한다. 사교육을 많이 시키고 성적이 오르면 명문대에 입학하고 좋은 일자리에 진입한다는 고정 관념을 깨야 한다. 고관대작(高官大爵)이 되어야 성공하는 게 아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의 지능과 적성을 고려한 진로지도에 따라 그들이 소망하는 직에서 실력을 발휘하여 성실하게 일하고국가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성공으로 보아야 한다. 사람들은 달란트가 아르다. 적재적소에서 일하도록 천차만별의 직종이 있다.

 

레빈(Lewin)의 장(場) 이론에 의하면 B=f(P.E)로 바람직한 학습(B)은 요인과 주변의 심리적 물리적 환경요인(E)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함수관계에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가정의 교육환경의 중요성도 묵과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그 학교의 반에서 10위권 되는 학생을 전국 1등하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며 성적이 떨어지면 잠도 안 재우고 심히 체벌했다니 견디다 못한 나머지 그런 끔찍한 모자간의 비극을 불러왔다고 본다.

 

성경 말씀에도 "아비들아,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라."(에베소서 6:4)고 명시하였다.

 

이 말씀을 항상 명심하면서 먼저 노(怒)를 발하지 않고 자상하게 타이르고 가르친다면 자녀는 자성(自省)하며 분투노력할 것이다. 사람은 희노애락(喜怒哀樂)의 미묘한 감정 표출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을 때 사고가 난다.

 

이루지 못할 목표에 책임지게 하고 그것에 대한 결과를 가지고 체벌을 한다면 좌절감, 공격성, 분노감이 생기게 된다(세브란스 정신과 남궁기 교수)고 한바 그 학생을 둘러싸고 있는 교육환경이 원만하지 못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음악에 소질과 재능 취미도 없는 학생을 음대로 가라는 예와 같다. 이같이 빗나간 가정교육에서 어찌 자녀의 큰 성공을 기대할 수 있으랴.

 

우리나라는 예부터 때리는 회초리 문화였다. 서당에서 가정에서는 종아리를 걷으라고 하며 감정을 가라앉히고 때렸다. 그야말로 사랑의 매였다.

 

종전에는 일선학교 교사들이 가벼운 매, 벌세우기 하는 것은 별로 문제시 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인권보호라 하여 학교에서도 간접체벌까지 제한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화를 내고 드는 매는 그야말로 사랑 없는 폭행이다. 일선 교사도 부모도 무던히 참아 내는 수양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모가 화만 내면 아이를 망치고 부정적으로 탈선하게 만든다는 연구가 많다. 스스로 성취의욕을 갖고 자학자습하도록 정적강화(正的强化)를 주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몫이다. 어떤 일에 실패를 거듭 하거나 질책을 받으면 열등감에 사로잡혀 그 일을 회피하려고 한다. 자녀의 바른 성장과 성공을 기대한다면 사랑과 칭찬과 격려가 필요한 것이다.

 

명심보감에 부자자효(父慈子孝)가 있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으로 키워야 자식도 효도한다는 것을 왜 망각했을까.

 

부모는 자식의 동일시 대상이어서 자식은 부모의 일거수 일투족, 모든 가치 태도까지도 내면화 하게 마련이다.

 

그 학생은 왜 혈연관계의 어머니를 살해하지 않을 수 없었을까?

 

국가 사회에서는 학력 우수자만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고 지덕체(知德體)의 전인교육(全人敎育)과 전면교육(지력+심력+자기관리력+인간관계력)을 겸비한 인재를 요구하고 있으니 학부모들이 알아야 할 것은 교사, 학생, 학부모가 삼위일체가 되어 상황을 판단하고 상담하여 감성교육 인성교육에도 비중 있게 다루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심도 있게 실천해 가야 한다.

 

"가정은 도덕의 학교"(루소)로서 그 본분을 다해야 하겠다.

 

부모는 가정을 감성교육의 전당이 되게 하고 가정의 모든 인적 물적 환경은 잠재적교육과정이 되어 폭 넓은 바른 자녀교육, 가정교육이 잘 이루어지게 하여야 명실상부한 자녀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게 되리라.

 

모든 가정이여 사랑하는 자녀들을 잘 키워 성공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을 누리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오범세 前 인천청천초등학교 교장
인천교육대학 졸업
인천 작전초 교감
인천 청천초 교장
학교경영 우수교 표창
한자지도사(성균관장)
사회교육 강사(한국어, 한문, 교양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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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빗나간 가정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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