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6(월)
 

[교육연합신문=송인영 학생명예기자]  하늘이 시샘하나? 몇 날 며칠을 손꼽은 여행이었는데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비 오는데 여행이 계획대로 잘 진행될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내 걱정은 기우였다. 약속 장소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얼굴에 기대를 가득 담고 있었다.

 

비가 오는 가운데 버스는 예정대로 출발하고, 센터 원장님이 준비해 온 간식을 먹으며 다문화가정의 엄마들과 이야기꽃을 피운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드디어 여행지인 곡성 기차 마을에 도착했다.

 

비를 긋고자 한 우산 아래 둘씩 짝지어 걷다 보니 불편하긴 해도 한편으로는 서로 더 친해진 느낌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기차 출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우리는 마을 곳곳을 둘러보았고, 그러다가 눈에 띈 바이크를 빌려 네 명씩 짝을 지어 타고 함께 페달을 밟으면서 마을을 쭉 돌았다. 인상 깊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옛날식 역사(驛舍)와 오래 된 기관차, 그리고 비록 비 때문에 탁했지만 세차게 흐르는 섬진강……. 또, 이주 여성들이 레스토랑으로 꾸며 놓은 객차에 관심을 보여서 들어가 보려 했지만 문이 닫혀 있는 관계로 둘러보지 못했는데, 아쉬운 마음은 나만이 아닌 듯 모두의 눈에 서운한 빛이 가득했다.

 

기차가 곧 출발한다고 알려주는 사람이 있어 모두 객차에 올랐다. 기차가 느릿느릿 출발하고, 이어 가이드가 곡성 기차 마을에 대하여 설명해 주는데 말이 너무 빨라서 아직 한국말에 익숙지 못한 이주 여성들이 잘 알아듣지 못한 듯했다.

 

그래서 내가 가이드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말해 주었고, 내 설명을 들은 그들은 금세 그 말을 이해했다. 단지 가벼운 나들이쯤으로 여겼던 여행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싶어서 뿌듯해졌다.

 

기차가 멈춘 곳은 압록역이었다. 역에서 내리니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훤히 보였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건너지 못하고 다리 아래에서 비를 긋는 동안 효녀 심청에 대해 말해 주었다.

 

심청전은 한국의 옛이야긴데, 심청은 효녀여서 눈이 먼 아버지의 광명을 위해 물에 몸을 던진다, 그 후 옥황상제의 명에 따라 환생한다, 결국 다시 딸과 마주하게 된 아버지가 그 기쁨으로 눈을 뜬다, 그리고 이곳 기차 마을이 있는 곡성이 심청이 살았던 고을이다.

 

이런 이야기를 자세히 해 주었더니 엄마들은 물론 그 아이들까지도 심청전을 꼭 읽어 봐야겠다며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야기를 마치고 곰곰 헤아려 보니 다문화가정의 엄마들 모두가 효녀 심청과 같았다.

 

한국에 시집와서 어려운 친정집을 돕기 위해 아끼고 아껴서 생활비를 보내는 그 가족 사랑이야말로 심청의 효심에 비길 만하지 않겠는가.

 

지금 내가 비록 선생님이라는 자격으로 그들에게 한국 문화와 한글을 가르치고 있지만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나 희생정신만큼은 내가 그들에게 배워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큼지막하게 내 마음 한편을 차지했다.

 

곡성 기차 마을에서 다문화가정의 가족들과 함께한 여행은 다른 때에 비해 남다른 의의를 남겼다. 예전에 여행할 때는 가이드에게 의지하면서 단지 보고 듣는 것만 즐기면 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번 여행은 그렇지 않았다.

 

즐기기보다 다문화가정의 엄마들과 아이들을 통솔하고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깊다고 하겠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여행이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다. 사전 준비가 부족해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광주 문정여고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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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 마당] 다문화가정과 함께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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