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교육연합신문=전재학 기고]

미국의 오바마 전직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한국의 교육열과 교사의 질적 수준을 언급하며 ‘한국 교육을 배우라’고 한껏 띄웠다. 그때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싶어 슬그머니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지적한 사항이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은 사실이었다.

 

올해 초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보여줬듯 한국의 교육 현실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지나치게 긴 학습 시간, 창의력을 해치는 주입식 교육, 공교육을 능가하는 사교육비 등등, 사실 우리에게는 오랜 시간 익숙한 문제들이지만 외부인이 이를 간과하고선 그런 판단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다소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감정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그러면서 다시금 우리 교육의 현실을 성찰하게 된다. 그때마다 마음의 주름살은 늘어간다. 지극히 비효율적이고 비정상적인 우리 교육의 실상을 어찌하면 좋을까. 이는 마치 집안의 말썽꾸러기가 외지인으로부터 뜬금없이 효자로 인정받아 두리뭉실하게 둔갑한 것과 무엇이 다르랴.

 

대한민국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사교육 공화국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 1000원에 달했으며 이는 2007년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국가적으로 사교육비 총액은 19조 5000억 원으로 2012년 이후 최대치다. 두 말이 필요 없이 정부가 추진하는 공교육 강화 정책은 무용지물에 가깝다.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2.8%로 전년 대비 1.7%포인트 상승했다. 초등학생이 82.5%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 69.6%, 고등학생 58.5%였다. 문제는 저소득층의 참여율은 증가했지만 고소득층 비율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이는 한때 교육열이 높은 상류·중산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교육이 이제 학령과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가정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결론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사교육을 시키겠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공교육 불신은 사교육 시장을 키우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방과후학교’ 비용은 2015년부터 계속 줄어들고 있다. 자율학습을 위해 제작된 EBS 교재를 구매하는 비율 역시 5년째 감소 추세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방과후학교가 저렴하지만 교육의 질에서는 사교육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또한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사회 분위기도 사교육 시장 의존도를 높이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이는 자녀가 적을수록 1인당 사교육비가 높은 것에서도 확인된다. 부모가 자녀의 생존경쟁을 위해 올인하는 우리와 같은 사회에서는 공교육 강화만으로 사교육 의존을 끊을 수 없다. 이제 우리 사회의 교육격차는 기회균등, 제도 공정성만으로 치유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근본적으로 교육 가치가 바뀌어야 한다. 대학이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돼선 안 된다. 부모의 돈과 정보력이 아닌 학생의 재능과 특기, 꿈이 대학의 선택 기준이 돼야 한다.

 

공교육 내실화는 사교육을 경감할 수 있는 중요하고 핵심적인 대책이다. 그래서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사를 신뢰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방과후학교를 활성화하고 돌봄교실을 확충하는 정책은 지속해서 추진돼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는 더디더라도 성적 지상주의와 학벌주의가 철폐되고 개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병행돼야 한다. 이것이 교육의 가치를 바꾸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보다 더 절실하고 중요한 것은 없다. 사교육비 때문에 자녀를 갖기를 꺼린다는 현실, 고급 장성이 자녀 한 명의 사교육비 때문에 가정의 생계유지가 힘들다는 현실은 결국 이 땅에서 살아갈 차세대에 인구감소를 초래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적 운명을 안고 있다. 우리가 살길은 바로 교육 가치의 변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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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가치의 변화, 우리가 살 길이다 - 인천제물포고 전재학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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