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교육연합신문=전재학 기고]

교사 : (…) 축하해~ 좋은 학교에 입학해서. 교복이 잘 어울리는구나. 요즘 학교생활이 힘들지?

학생 : 예, 장거리 통학에 많이 힘들어요. 아빠가 아침에 차로 태워다주셔서 다행이지만 아빠께 미안해요. 아침 일찍 저 때문에 바쁘시거든요.

교사 : 그래? 아빠가 많이 고마우신가보구나. 네 마음이 착하구나. 아침 등교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

학생 : 약 40~50분 정도 걸려요. 아침에 차가 밀리거든요. 늘 고마우신 아빠께 감사하는 마음 입니다. 공부 열심히 해야지요.(…)

교사 : 그래. 좋은 아들이구나. 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건강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해야지?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면 나중에 좋은 동창생이 돼 사회에 나와서도 서로 도와주면서 살 수 있단다.

학생 : 예, 감사합니다. 친구들과 잘 지낼게요. 격려해주시어 고맙습니다.(…)

 

최근 필자가 근무하는 고등학교의 한 신입생과 나눈 대화이다. 그는 장거리 등·하교로 학교활을 버거워했다. 중학교와는 사뭇 달라진 교육환경에 당황하고 힘들어하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다양한 중학교 출신의 친구들이 학급에 모여 있어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은 듯했다. 다소 내성적으로 보이는 성격 탓에 먼저 다가가거나 또는 대응하기를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학생의 부모가 자녀의 학교생활이 걱정됐는지 특별히 자녀에게 관심과 격려를 요청했다. 그래서 필자는 일단 학생을 만나고 최대한 존중해주면서 래포(Rapport)를 형성하고자 했다.

 

신학기에 학생은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많이 힘들어한다. 특히 고등학교 신입생은 더욱더 그렇다.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거치면서 진학한 요즘 고등학생들은 다소 자유분방하고 구속과 통제를 특히 싫어한다. 교우 간에 충돌이 잦은 이유이다. 그래서 적절한 공동체 생활의 안내가 필요하다. 스스로 늦게 터득하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기회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활동에서는 학생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매우 중요하다.

 

가정 이외에 학교에서 교사로부터 또는 어른들로부터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학교생활에서 ‘자아 존중감’을 형성하는 핵심이다. 자라면서 사랑을 받은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줄 안다. 성장이나 학업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학생들에게 학교가 ‘존중의 옷’을 든든하게 입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존중받는 학생은 결코 일탈 행위나 학교폭력에 연루되지 않는다.

 

필자는 학교에서 학생과의 만남이 이뤄질 때마다 학생들을 최대한 존중해주려 노력한다. 상대방의 존재에 대한 이런 존중은 상호 간의 거부감을 낮춰 줄 뿐만 아니라 서로의 대화가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영향을 미친다. 또한 존중은 산소 같은 생각들을 자신에게 그리고 상대방에게 자주 전달해 준다. 학생을 존중하는 대화에서는 필자 또한 존중을 받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당연한 인지상정이다.

 

교사나 어른이 학생들에게 존중의 옷을 입히지 않으면서 학생이 예쁘고 바른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환대하고 참여시키며 존중해주는 시간들이 지속되면 아이들의 태도도 틀림없이 달라진다. 단 많은 시간을 인내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그것이 고통스럽다할지라도 의미와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선택은 아이들의 몫이다. 부모나 교사의 조바심을 경계하기만 하면 된다. 아이는 존중받고 자랄 때 진정한 인격체로 성장한다. 이것이 전통적으로 온 마을이 나서서 한 아이를 키웠던 마을공동체의 아름다운 풍속이다. 학생에게 존중의 옷을 입히자. 이것이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키우는 출발점이고 시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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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 존중의 옷을 입히자 - 인천제물포고 전재학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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