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교육연합신문=전재학 기고]

교육은 ‘바람직한 행동으로의 변화’를 추구한다. 개정된 2015 교육과정은 미래 교육이 지향하는 바를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육성’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미래의 세계가 창의성을 중시하며 논리적인 사고와 다양한 지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적 사고력을 갖춘 역량 있는 인재육성을 기저로 삼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위 창의·융합형 인재들에게 바람직한 품성을 갖추도록 인성교육의 축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인성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함께 부각되는 셈이다. 


지금처럼 적자생존의 살벌한 경쟁을 거쳐 사회에 배출되는 청소년들이 바람직한 인성을 소유하기란 쉽지 않다. 혼자서는 똑똑하고 유능해도 모래알과 같은 존재는 이 사회에 별반 힘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을 키우고 교육하는 가정과 학교 및 사회의 고민은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바람직한 인성을 소유한 미래의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느냐 하는 것이다.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는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라는 교훈 아래 지난 65년에 걸쳐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 오고 있다. 본교 출신의 명사(名士)뿐만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인 동문이 곳곳에서 역량 있는 인재로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들 대부분이 무한한 자긍심을 갖는 것은 고등학교 시절인 1956년 1학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무려 60년의 명문고 전통을 유지하며 대한민국 최초로 무감독시험 제도를 운영하는 학교의 졸업생이라는 것이다.

 

또한, 학교 측의 주도면밀한 계획과 진행에 의해 재학 중에 철저한 양심 교육을 받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사회생활을 영위해 나가는데 자신들이 받은 양심 교육이 사회적, 사상적 측면과 아울러 교육적, 전통적 측면에서 매우 자랑스러운 유산이라고 자부한다. 이것은 동문 제위가 사회에 진출해서도 양심 있는 지식인으로 살도록 그들의 몸과 마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양심의 1점은 부정의 100점 보다 명예롭다’는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하나의 전통을 반백년을 넘어 60년 이상 유지한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교육의 효과는 이 나라 동량으로 활동하는 많은 동문들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무형문화제’급 정신적 유산인 것이다. 학생들은 지금도 동문 선배들과 선생님, 부모님을 향해 당당하게 무감독 시험 선서를 외친다. 


“무감독고사는 양심을 키우는 우리 학교의 자랑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무감독고사의 정신을 생명으로 압니다. 양심은 나를 성장시키는 영혼의 소리입니다. 때문에 양심을 버리고서는 우리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제 말로만 인성교육을 부르짖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한 가지 행동으로라도 인성교육의 실천을 보여주는 실용적인 것이 절실하다. 민감한 사람들은 경쟁 사회에서 무감독 시험이 가능한 일이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는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고 또한 주변 여건이 부정적인 반응을 유도한다. 하지만 그 반증으로 60년을 이렇게 훌륭하게 자랑스러운 전통이자 역사의 산물로 지속해서 유지해 오고 있지 않은가? 인성을 갖춘 학식인 이자 사회인을 배출하는 것은 어떠한 분야별 전문가보다 더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이바지할 수 있다. 


타인을 신뢰하고 더불어 살아가며 가치 있는 삶을 지켜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인성교육의 진수가 되어야 한다. 필자는 양심을 지키며 실천하고 유지해 나가며 졸업과 동시에 명예로운 ‘양심인증서’를 부여받는 본교의 사례는 널리 확산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 인성교육의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학생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지니고 양심적인 생활 습관의 영유 및 자율과 책임감에 대한 인식을 불어 넣고 졸업 후 사회활동으로 이어져 양심과 진리를 실천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감독 시험제도, 살아있는 인성교육의 본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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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인성교육 '무감독 시험' - 인천제물포고 전재학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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