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4(토)
 

[교육연합신문=임오숙 화순도곡초 교장]

나의 어린 시절과 너무나 다른 요즘 젊은 세대들은 아주 어린 유아들부터 스마트폰 사용을 좋아하고,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인터넷 과다 사용, 과도한 SNS와 게임에 몰입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며 과연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하는 걱정에 걱정을 이어가는 기성세대들의 하소연을 자주 듣곤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의 원인과 처방에 대한 근원을 찾는 일이 시급하지 않을까?

 

아이들의 특정한 행동의 원인에 대해 ‘요즘 아이들은 본래 그래. 사춘기니까 그러지. 취업이 안 되어 그러지.’ 등 자신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으로, 더 나아가 아이들 개개인의 구체적인 현상을 이론에 맞춰 설명하는 상황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아이들의 교육환경, 학부모들의 변화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만, 그 속에서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역할을 찾아서 실천하는 어른들의 문제가 아닐까? 우리의 미래이고 우리의 자녀들이지 않는가?

 

‘한 마디 말로 천하의 근심을 다스린다.’는 뜻의 ‘一言一藥’이라는 사자성어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마음에서 우러나는 기쁨에서 시작하는 배움은 수평적으로는 스스로 서고자 하는 만큼 남을 서게 해 주며, 수직적으로는 가르침을 힘써 전해 제자들을 기르고 각자 뜻을 펴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인간’을 알아야 하고, 그렇게 되려면‘말’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현재 상영 중인 '말모이'라는 영화를 보면 일제강점기의 삼엄한 감시 속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말을 모아서 ‘우리말 사전’을 만들어 가는 힘든 우리 조상들의 목숨 바친 노고를 알 수 있다. 말이란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정신세계가 바로 말인 것 이다. 그래서 그토록 힘든 일을 우리 조상들은 해낸 것이리라. 信(믿을 신)이라는 글자를 보면 人+言으로 구성되어 있다.

 

天地人의 하나인 사람이 하는 말은 天地間을 울리므로 그 말한 바를 지키고 이해하는 데서 미더움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람을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언어라고 이해한다면 반드시 행동이 따라야 하기에, 그러지 않는 현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사람과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믿음은 내적으로는 信念과 自信感으로, 외적으로는 信義와 信用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신념과 자신감이 없으면 스스로 설 수 없고, 남들에게 신의나 신용을 지키지 못하면 더불어 일을 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말이란 그 사람 전부를 표현하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의 한 마디는 그 사람 자체를 말하는 것이고 그 사람의 사람됨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가 자식을 가르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배우는 자녀가 부모의 사람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말과 그 사람은 별개로 인식되어져 가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마치 말과 사람이 따로 국밥인 것처럼……. 그 사람과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출처가 다름으로 인해 혼돈의 사회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직 말과 실제를 통합화는 一言一藥으로만이 가능하다. 

 

사람들에게 인간의 문제에 대해 눈을 뜨게 하고, 사람 노릇 하는 방법은 공자의 ‘一言一藥’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의사도 병원을 찾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처방을 한다. 같은 감기 환자일지라도 무조건 같은 약을 처방하지는 않듯이, 하나의 아이에게 필요한 말 한 마디, 유일한 처방을 찾는 것이 전문직이 할 일이고, 그러한 처방전을 찾아 치유하는 역할이 우리 어른들의 몫일 것이다.

 

제자들의 같은 질문에도 그 제자의 성품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각자 다른 처방을 내리는 孔子의 ‘一言一藥’의 지혜를 공부해야 한다. 말을 할 때에도 기준은 앞에 있는 상대여야 하고, 상황과 목적에 맞게 표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말이 바뀐다는 것은 그 사람이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에게 맞게 처방전을 내려 행동하게 하는 것이 ‘一言一 藥’의 개별적인 처방전이 아닐까 한다. 보고 읽고 외워 말하는 것보다 그 사람에게 맞는 생각을 담아 그릇을 빚듯이 말을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를 말하는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전문직이다. 따라서 전문직일수록 어휘력과 독해력이 필수이며, 더 나아가 생활용어에 대한 공부가 깊고 넓어야 한다. 그래야 개개인에게 적합한 말을 적절하게 할 수 있고, 듣는 사람도 知行合一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한자 어원을 모르고는 우리말의 개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을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80~90代 기성세대와 20~30代의 청년들이 말귀가 트일 수 있도록 낱말의 어원을 따져서 바르게 사용하는 교육이 이루어 져야 한다.

 

우리말을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은 교육 정책 담당자들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모든 공직자들 또한 앞장서서 우리말을 공부하며, ‘一言一藥’의 올바른 처방전을 배우는 학습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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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一言一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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