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4(토)
 

 [교육연합신문=편집국]

요즘 언론 및 뉴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다가오는 지방 선거일 것이다. 선거는 어쩌면 우리를 설레게 하는 측면도,  그들만의 잔치라고 애써 외면하는 부분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바꿔지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로 부풀게 한다. 출마자들의 공약을 보면 선거가 끝나자마자 천국의 문이 열리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더욱 관심을 갖게 하는 부분은 교육 관련 선거 공약이다.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근본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철학의 부재를 드러내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왜, 이렇게,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성찰이 우선이다. 국가 교육 정책을 창의성 신장에 두고 있으면서 수능에서는 EBS 강의에서 거의 그대로 출제를 한다고 안내와 홍보를 하는 나라가 세계에서 과연 몇 나라나 될 것인가?

 

우리의 교육이란, 언제나 정답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래서 학교에서, 그리고 학원에서, 아이들은 정답을 찾는 법을 배운다. 누가 더 정답을 잘 찾는 지가 모든 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답 찾기는 정답이 필요하고 존재했던 세계에서는 무척 유용한 방법이었다. 문제는 이제까지의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세상을, 그리고 새로워질 세상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더 큰 문제는 학교에서 말하는 그 정답에 관해서 누구도 의심해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그 시험지 안의 정답을 답안지에 기입하는가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가장 빈약한 어른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고민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새 학기가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학교에서 교과목 관련 용어를 가르치는 학교는 얼마나 될까? 교과서의 대강을 설명해주는 학교는 과연 있을까? 아니면 그런 생각이나 해보았을까? 그냥 학기가 되면 교과서를 나누어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 파충류·양서류, 화성암·퇴적암, 인수분해 등의 용어에 담긴 뜻도 모른 채 배웠다. 이러한 낱말이 漢字로 쓴다는 것을 아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다. 그 이름에 쓰인 漢字를 알았더라면 훨씬 재미있고 쉽게 배울 수 있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인식을 하고도 고치기는커녕, 교육 방법이 이렇게 가야 한다고 크게 외치는 사람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깊고 넓게 배워서 가장 쉬운 낱말과 방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처음 배울 때 선생님이 왜 이런 이름인지 뜻풀이를 해주었더라면 그렇게 헤매지는 않았을 것 같다.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는 한자 공부를 소리글자 공부하듯이 하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학생들은 漢字하면 세상에서 제일 따분하고 제일 재미없는 工夫라고 느끼며, 왜 그런 어려운 글자를 배우는지도 모르겠다고 한단다. 왜일까? 한자를 가르쳐 주고, 그 글자가 왜 이런 모양을 가졌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하는 과정과, 그 글자에 대한 유래와 의미를 가르쳐 주지는 않으면서 적어도 10번 이상 쓰고 외우게만 하는 것은 어닌가? 
  
漢文은 지금도 살아서 펄펄 뛰는 글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곰팡이 냄새 풀풀 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것은 뜻글자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漢文은 우리 생활 속에 있는 우리 글자 중의 하나다. 중국 글자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잘못된 시각에서 연유한 것이다. 한자는 뜻글자이다. 이런 뜻글자는 소리글자 공부하듯이 하면 안 된다. 漢字 工夫는 글자의 모습에서 배울 내용을 익혀야 하며, 무엇을 배울 것인가도 거기에 들어 있다. 그래서 인문학인 것이다.
 
몇 년 전 고교생 프로그램인 KBS ‘골든벨’에서 “이비인후과는 어디가 아픈 사람이 갈까요?”라는 문제가 나왔는데, 틀린 학생이 무더기로 나왔다고 한다. 제작진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耳가 귀, 鼻가 코, 咽喉가 목구멍을 뜻한다는 것만 알면 쉽게 맞힐 수도 있는 문제가 아닌가?
  
漢字는 陰陽五行과 井田法에 근거하고 있다. 그래서 한자는 천지자연의 이치와 사람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 것이다. 나뭇잎은 가을이 되어 생명을 다하게 되면, 열매가 떨어진 다음에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이것은 떨어진 열매가 짐승과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도록 하는 즉, 보호하는 순환과 생명존중의 원리가 담겨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자 교육도 중요하지만, 먼저는 가르치는 사람이 음양오행, 정전법 등을 깊고 넓게 배워서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도록 자질이 담보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어사전에 실린 우리말 어휘 가운데 한자어가 70% 이상이라고 한다. 교과서에 실린 학술용어는 90% 이상이나 된다. 한자를 모르는 어린 세대가 한글로만 쓰인 교과서를 배우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임산부가 진통(陣痛)을 한다고 할 때의 진통과,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진통(鎭痛) 주사를 맞을 때의 진통을 구별하지 못하는 의료인도 있다고 한다. 2009년 교육부 설문 조사 결과 학부모 중 초등학교 한자 교육에 찬성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무려 89.1%였다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한글과 한자 두 기둥으로 하는 교육이 시작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뜻글자와 소리글자를 함께 활용하는 최초의 국가로 거듭날 것이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소통하기 위해서, 더 나아가 우리의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학문적 보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자와 한자 공부가 적극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그것도 뜻글자의 올바른 지도 방법으로부터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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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왜, 漢字와 漢字工夫인가? - 미래교육포럼 공동대표· 敎育學博士 愚虛 文 德 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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