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학교 앞 당구장은 합법일까 불법일까?

 

   학교출입문에서 200미터 이내의 구역에는 학습과 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는 시설물의 설치가 금지된다. 이를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이하 “정화구역”이라 한다)이라 하고, 학교보건법이 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정화구역 내에서는 일정한 행위나 시설의 설치가 금지되는데, 학교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미터 이내의 구역은 이를 절대정화구역이라 하여 비교육적 시설의 설치가 일체 금지되어 있고, 그 다음부터 200미터 이내의 구역은 이를 상대정화구역이라고 하여 교육감의 재량 하에 일정한 시설의 설치가 허용된다(단, 영화관과 당구장은 절대정화구역 내에서도 교육감의 재량 하에 그 설치가 허용된다).  

   학습과 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는 시설물의 대표적인 예는 주유소, 폐기물모집장소 등 위험시설이나 유흥업소, 숙박업소, 도박장 등 미풍양속을 해하는 시설들을 들 수 있다.

   또한 일부 시설들은 학생들의 연령대에 따라 그 설치가 달리 제한되기도 한다. 즉, 영화관, 비디오감상실, 당구장, 만화가게, 노래연습장 등은 대학 주변의 정화구역 내에서는 설치가 허용되나 초중고등학교의 정화구역 내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사실, 정화구역은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학교보건법은 그 동안 끊임없이 위헌 여부가 논란이 되어왔다.

   가장 헌법적 도전을 많이 받은 시설은 ‘당구장’이다. 당구장은 종전에는 유기장업으로 취급되다가 1987년경 체육시설로 분류되면서부터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기 시작했는데, 그로부터 10년 후인 1997년경 헌법재판소는 대학과 유치원 인근에까지 당구장의 설치를 금한 학교보건법의 관련 조항을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였다고 보았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대학생들은 변별력과 의지력을 갖춘 성인이라는 이유에서, 유치원생들은 주변에 당구장이 있다고 하여 학습을 소홀히 하거나 교육적으로 나쁜 영향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그러한 곳의 주변까지 당구장의 설치를 제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판시하였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기타 이와 유사한 교육기관의 학생들은 아직 변별력 및 의지력이 미약하여 당구의 오락성에 빠져 학습을 소홀히 하고 당구장의 유해환경으로부터 나쁜 영향을 받을 위험성이 크므로 이들을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초중고등학교 주변의 당구장 설치 제한은 2005년경 다시 한번 위헌 여부가 논란이 되었는데, 당시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이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당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헌법소원을 각하함으로써 실질적인 판단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다만 조대현 재판관은 “당구장업 자체가 초·중·고등학교의 교육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것이 아닌 점, 당구는 정신집중 훈련과 여가선용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는 점, 당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유기에서 체육활동으로 바뀌었고 그러한 사정이 국내의 입법과 국제적인 체육행사에까지 반영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당구장업을 아직도 초·중·고등학교의 유해환경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고, 오히려 초·중·고등학교 주변 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내에도 당구장을 설치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특기를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함으로써 시대가 변함에 따라 법원의 시각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만일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위 사건이 문제되었다면 그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당구장에 대한 설치 제한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겠지만, PC방에 점점 밀려 사라지는 지금의 형국을 보면 그 때까지 소송을 제기할만한 당구장이 남아있을는지는 심히 의문이다.

 

 

천재민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07 lawdeo@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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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교육법률산책] 07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직업의 자유를 제한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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