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최근의 학교폭력은 그 난폭함의 정도뿐만 아니라 피해학생이 이를 감추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기존의 제도로는 빙산의 일각만을 건드리는 수준에서 그쳤던 느낌이 없지 않고, 그마저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이 중심이 되었던 터라 날로 다양해지고 진화하는 학교폭력에 적절히 대처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학교폭력에 대한 대처는 기존의 응보(應報) 형태에서 예방 및 교화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시대적 요청이 있었고, 단순히 학교 내부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해결하여야 할 사회문제로 인식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지난 2008. 3.경 제정되어 같은 해 9.경부터 시행되고 있는 법률이 바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 또는 “이 법”이라 한다)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반갑다 아니할 수 없다.

이 법은 학교폭력의 가해학생에 대한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말 그대로 “예방”과 “대책”의 관점에서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와 교육,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 일반 학생들 및 교원들에 대한 학교폭력 예방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법의 특징 중의 하나는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이하 “지역위원회”라 한다)의 설치에 있는데, 지역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인 시․도의 산하기관으로 매년 학교폭력의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위하여 해당지역의 학교폭력에 관한 자료를 교육감 및 지방경찰청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   

또한 각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원회”라 한다)를 두어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을 위한 체제 구축,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와 징계,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간의 분쟁을 조정할 수 있고, 전문상담실과 상담교사를 두어야 하며, 학기별로 1회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한편 학교의 장은 직권 또는 자치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피해학생에 대하여는 심리상담, 치료를 위한 요양, 학급교체 및 전학권고를 할 수 있고, 가해학생에 대하여는 서면사과, 접촉 및 협박의 금지, 전학, 봉사활동, 특별교육 및 심리치료를 명할 수 있다.

그리고 자치위원회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 간의 손해배상에 관한 합의 등 분쟁을 조정할 수 있다.

결국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과 대처를 학교 내부의 구성원에게만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인사들을 참여시켜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내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법에는 강행규정이라고 볼만한 것이 별로 없다. 가령 학교폭력을 본 자는 이를 신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게을리 하였다고 하여 달리 제재를 받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여한 자가 그 직무상의 비밀을 누설하였을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학교폭력으로 인하여 조건부퇴학처분을 받은 가해학생의 부모가 무고(無故)를 주장하며 피해학생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는데(아마 명예훼손 등 정신적 피해도 함께 주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학교에 자치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할 것을 요청하는 사실조회신청을 하였으나, 학교가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함을 이유로 관련 정보의 공개를 거부한 사안이 있었다.

위 사건에서 서울행정법원은 "학교폭력예방법 제21조는 피해학생 및 가해학생과 관련된 자료의 누설을 금지하는 한편 자치위원회 회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것이지 관련 자료의 정보공개 자체를 금지하려는 취지라고 볼 수는 없다"며 "학교폭력예방법은 정보공개법 제9조1항 제1호에서 정한 법률에 의한 비공개대상정보로 규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학교는 가해학생의 부모에게 자치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할 것을 명한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09구합5541호 사건).

아무튼 아무리 잘 정비된 법률도 현실이 그에 따라주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학교폭력예방법의 성공은 정부의 예산지원도 관건이겠지만 무엇보다도 각 학교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법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원한다.

 

 

천재민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lawdeo@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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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교육법률산책] 05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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