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교육연합신문=김다혜 기고]
나의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소록도 봉사활동의 경험은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소록도는 한센병(나병) 환자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곳이다. 한센병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 즉, 전염이 되고, 유전이 되는 병이라고 알고 있었을 때는 봉사활동 가는 것을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센병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나서는 두려움이 없어졌다. 한센병은 유전도 전염도 되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현재는 1982년 세계보건기구에서 개발한 DDS, 리팜피신, 클로파지민이라는 약을 다제요법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한센병에 걸린다고 하더라도 완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4박 5일 동안 소록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걱정도 되고, 기대가 됐다.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했고 약 180명 정도가 함께했다. 조를 편성해 각 조에는 조장이 있었고, 조장은 소록도 봉사활동을 여러 번 와 본 사람이었다. 우리 조는 10명 중 5명이 처음 온 사람이었는데 처음에는 서먹서먹하고 낯설었지만, 조장이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줘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활동시간은 새벽 3시에 기상해 밤 8시 취침시간까지이다. 아마도 소록도 어르신들이 일찍 주무시고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시간에 맞춘 듯하다. 우리들은 조별로 나눠 각 마을로 들어가 어르신들의 집에 가서 말동무, 안마, 집안 청소, 텃밭가구기 등의 봉사활동을 했다.
 
첫 번째 날 우리 조는 어느 할아버지 댁에 들어갔다. 조장이 어떤 자세로 어떻게 대화하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줘서 어렵지 않게 소통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우리를 손자 손녀처럼 대해줬다. 음료수도 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 주시고, 즐겁게 하루를 시작했다. 분명히 봉사활동을 하러 왔는데 오히려 봉사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할아버지에게뿐 아니라 함께 활동하는 조원들에게도 배려하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둘째 날도 역시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배를 드리고 새벽 산책을 했는데, 새벽 공기가 이렇게 맑고 상쾌한지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벌써 적응이 됐는지 졸리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았다. 아침을 먹고 부침개를 만들 준비를 해서 어느 할머니 댁에 갔다. 부침개를 부쳐 먹으면서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것을 보니까 우리도 좋았고, 서로 배려하며 나누는 시간이 이렇게 행복하다는 것을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또한, 어제 만났던 할아버지에게 부침개를 갖다드렸더니 우리가 보고싶어 기다리고 계셨다고 하며 무척 반갑게 맞아주셨다.
 
우리를 기다렸다는 말에 우리가 활동을 마치고 가면 다음에 올 때까지 긴 시간 동안 또 기다릴 텐데 얼마나 적적하실까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저녁때는 할머니와 함께 할머니 집에서 잠을 잤다. 마치 친할머니 같은 느낌을 주는 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느낌을 갖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서는 박 할아버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 박 할아버지 댁에 들어가 더 많은 이야기도 들었다. 한센병에 걸려 고립된 생활과 자녀와도 떨어져 살아야만 하는 삶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력이 흐릿해져서 힘들다는 말씀을 했다. 봉사활동 오는 학생들 중 딸처럼 가깝게 대하는 학생이 있는데, 이 학생마저도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애써 기억하시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니 슬퍼졌다. 또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무엇인가 돕고자 소록도에 왔는데 오히려 사랑을 충분히 받고, 그 이상의 것도 많이 받은 것 같아 마음의 풍요로움을 느꼈다. 같은 조원들에게는 서로서로 배려하면서 상대방의 욕구를 존중해주니까 내가 더 존중받는 것 같아 행복한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봉사활동 시간이 필요한 동기가 있는 나의 활동 목적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내가 가진 크고 작은 것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깨달음을 얻는 봉사활동으로 바뀌게 됐다. 꼭 소록도 봉사활동만이 아니라 내가 사는 주변의 사람들과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이번 겨울방학 때도  또 갈 것이다. 그때까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건강하게 잘 계시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 인천 명신여자고등학교 2학년 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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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고]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꾼 소록도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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