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2(목)
 

[교육연합신문=김수아 기자]

 

독일의 대문호인 괴테가 스물다섯이 되던 해 봄,

그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샤로테 부프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를 향한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한다.

 

‘아 사랑하는 로테여 안녕, 안녕!’ 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베르테르는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쏘아 자살을 하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사랑에 좌절한 많은 청춘들이 같은 복장을 하고 자살하게 되었다는 것에서 유래한 ‘베르테르의 효과’가 요즘 자주 언급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독일 문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현실로 나온 것인가.

 

올해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날 무렵 전문계고 출신의 카이스트 대학생이 자살했고, 언론들도 대서특필하고 나섰다.

 

언론들은 괴테의 낭만주의적인 ‘베르테르 효과’를 들고 나오면서 자살의 내면보다는 자살 자체의 초점을 맞춰 선정적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입시 스트레스나 좌절로 목숨을 끊는 고등학생이 한 해 줄잡아 100명이 넘지만, 카이스트처럼 보도되는 경우는 드물다.

 

서남표 총장은 이런 대참극 앞에서도 “미국 명문대의 자살률은 더 높다”고 말해 비난을 자초했다.

 

자살과 경쟁력의 함수관계에 관한 나름의 발언이었겠으나, ‘경쟁을 통한 발전’을 중시하는 서구 명문대들의 현실을 봤을때, 그의 가학성에도 명분이 아주 없지는 않다.

현재 카이스트를 대변하는 듯한 그의 발언은 “집단의 움직임은 명분 없이는 불가능 하다”란 말을 떠올리게 만든다.

 

2007년 서남표 총장은 취임시 교내의 학생들 사이에 경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고, 실제로 그런 방향의 정책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제도가 차등등록금제이다.

 

카이스트 학생은 원래 등록금을 내지 않으나, 대학 측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해진 기준의 학점에 이르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0.01점당 6만 원가량을 내도록 하는 정책을 실시한 것이다.

이에 학생들은 평가기준이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이기에 친구들과 우정을 쌓는 대신, 캠퍼스 내 무한경쟁의 환경 속으로 내몰렸다.

 

미필적 고의(未必的故意)란 말이 있다. 본인의 행위로 인해 어떤 범죄 결과와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였음 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인용한 심리상태를 말한다.

이번 자살사건은 어쩌면 ‘경쟁에서 낙오하는 사람은 어쩔수 없다’는 철저한 경쟁논리가 가져온 예고된 참사일지도 모른다.

 

과연 이런 억압적인 교육제도 속에 방치된 것이 학생들의 잘못인가. 한국의 교육계는 학교가 만들어낸 미필적 고의가 확정적 고의(자살)로 바뀌게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학교 내에서의 적당한 경쟁은 필요하다.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해결책은 대학과 학생들이 서로의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서로 소통하는 분위기가 우선이 되야 할것이다. 대학, 교수, 학생이 서로 상생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적절히 수용한다면 문제가 극단적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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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젊은 청춘아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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