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2(목)
 

[교육연합신문=편집국]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 (국회의원)

 

일본 대지진 참사 발생 이후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건물의 내진설계 비율이 13.2%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2008년 중국 사천성 지진 시 학교에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후, 시·도 교육청에서는 초·중·고 건물에 대한 중장기 내진화 계획을 세웠지만 겨우 1년 시행한 뒤, 여러 곳에서 공사를 취소시킨 모양이다.

 

내진 보강공사는 막상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 아이들의 생과 사를 갈라놓는다. 사천성에서는 내진설계는 고사하고 비리로 인한 부실공사 때문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 7,000여개의 학교들이 힘없이 무너졌다.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버린 연약한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속수무책으로 떼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고 발생 3년 전부터 내진 보완공사를 한 쌍자오(桑棗) 중학교에서는 기적적으로 단 한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바로 안전에 각별한 관심을 갖았던 교장 선생님의 선견지명이 2천323명 전교생의 생명을 살린 것이다.

 

우리 기성세대에게 ‘학교’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시골에 살던 분에게는 하도 멀어 산 넘고 강 건너야 도착할 수 있었던 곳, 나무 책걸상, 삐걱거리던 바닥, 추운 겨울에 연탄난로 위에 양은 도시락을 데워먹던 기억. 어떤 이미지가 생각나던 추측하건데 다녔던 초·중·고등학교의 시설이 당시 최고급 건축기술의 실현이었다고는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먹고살기 힘들었던 때, 우리에겐 경제발전이 절실했고 좋은 학교의 기준은 오로지 인재양성에만 맞춰져 있었다. 그때는 학교의 시설이 안전한지 찬찬히 따질 경황이 없었기에…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 초중고 안전시설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시점이 왔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이 2040년에는 세계4위로 뛰어오를 예측이 나오고 G20의장국으로 당당히 거듭난 지금,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좀 더 세심하고 치밀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

 

공항이나 병원시설의 내진율이 90%에 달하는데 학교 건물의 내진율이 20%에도 못 미치는 현재 상황은 우리가 아이들 안전을 위해 아직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는 방증이다.

 

본인도 50대로서 옛날 학교에 대한 추억이 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학교에 대한 꿈을 꿔야 한다. 21세기의 대한민국 학교들은, 재해방지시설을 완벽히 갖추고 있어 지진이나 홍수가 발생했을 때 제일먼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지역주민들의 피난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재해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도 계획적인 안전시설을 통해 미연에 예방해야 한다. 학교 울타리를 세워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을 지키고, 방문자 안내실을 설치해서 모든 외부 방문객들의 신분을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말했다, 어린이를 우습게 볼 것이 아니라 어른보다 한결 더 새로운 시대의 새 인물인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더 이상 구시대의 안전기준으로 학교를 관리하지 말고,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안전시설로 우리의 희망이요, 내일인 아이들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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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학교 안전, G20 기준으로 재설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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