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7(화)
 

[교육연합신문=김현균 기자]

 

시는 우리의 마음을 뒤흔드는 퍽 매력적인 예술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시에 대한 왠지 모를 어려움은 우리를 시에게서 멀어지게 만든다. 이 다가서기 힘든 어려움 때문인지 시를 입으로는 읽되, 가슴으로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슬프다 / 내가 사랑한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라는 시구는 알아도 이것이 황지우의 시 ‘뼈아픈 후회’의 한 구절인줄은 모른다. 김소월은 알아도 이성복은 모른다. 문태준이나 허수경은 몰라도 윤동주만은 아는 것이 우리가 시를 마주했던 유일한 방법이었다.


시는 분명 어렵다. 하지만 이 문장 안에 하나의 전제가 들어갔을 때만 어렵다는 말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시는 ‘머리로만 읽으면’ 분명 어렵다고. 그렇다면 누군가의 시를 이해하는 작업은 어떠해야 할까.


가령 시를 사랑하는 사람의 모인 자리라면, 저마다 파블로 네루다의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 시가 내게로 왔다’는 구절이 시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최초의 고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신비롭고도 황홀한 고백을 누구나 느끼려면 시 언저리마다 남아있는 상상력을 맛보는 일밖에 없다.


책 ‘교실 밖으로 걸어나온 시’는 그런 당신의 시적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안내서 역할을 할 것이다.

 

“비평가 하나 녹이진 못해도 / 늙은 작부 뜨듯한 눈시울 적셔 주는 시”라는 구절에 오래 눈길이 머뭅니다. 오늘날의 비평가라 하는 이들은 흔히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시들을 이론적으로 쪼개고 덧대며 부풀리는 것을 즐기곤 하는데, 도무지 대중이 알아먹기 힘든 난해한 말들로 시를 난도질하고 하지요. (…) 최영미 시인은 그런 비평가들의 눈에 들기보다 험하고 고단하게 살아온 이 땅의 장삼이사들의 눈시울을 적시는 시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고백합니다. (20~21면)

 

‘교실 밖으로 걸어 나온 시’는 김선우, 손택수 두 시인이 들려주는 시와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와 시인 이야기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느끼지 못했지만 교양을 위해 입으로만 외우고 있던 시를 떠올리며 시인에 대한 암기사항들을 줄줄이 내뱉을 것이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교실의 틀에 갇혀 딱딱해진 시를 이제 그만 버리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시에 다가서기를 권하고 있다.


시와 마주치게 되는 순간 그리고 그 시에 담긴 시인의 고민을 알게 되는 순간, 당신에게 진짜 ‘시’가 찾아갈지도 모른다. (김선우,손택수/나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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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교실 밖 상상력을 위한 안내서…‘교실 밖으로 걸어나온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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