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7(화)
 

[교육연합신문=김현균 기자]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괴물을 품고 살아간다. 어쩌다 자신 안의 서슬 퍼런 괴물과 마주했을 때 소스라치게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그 은밀한 쾌락을 탐닉하기도 한다.


은이정의 ‘괴물, 한쪽 눈을 뜨다’ 역시 이런 내 안의 괴물이 존재를 알리기 시작하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폭력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그 잔인한 폭력성을 아이들이 스스로 통제해 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학교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집단 따돌림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내 안에 눈 뜬 괴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라는 진지한 물음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물음은 일부 미성숙한 청소년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자신만의 폭력성, 즉 자신만의 괴물을 가지고 살면서 ‘사회’라는 울타리와 인간의 ‘관계’라는 측면에 대한 조심스런 접근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소설 속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폭력성에 길들여지고 마는 미숙한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네 자화상이기도 한 것이다.


‘괴물, 한쪽 눈을 뜨다’는 한 학급에서 일어난 집단 괴롭힘 사건을 세 명의 시각으로 추적해 입체적인 구성한다.

 

대개 ‘왕따’라는 집단 괴롭힘의 문제가 피해학생을 두둔하고 보호하는 시선에 맞춰져 있던 것에 반해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제3의 인물인 담임교사의 시선을 통해 사건은 진행된다. 이런 다양한 시선의 교차는 어떤 사건을 표면적으로 이해하지 않게 하면서, 학교 현실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갑자기 입안의 상처에서 멈추었던 피가 다시 흘러나왔다. 진한 피비린내가 온몸 가득히 퍼져 나갔다. 배 안에서 뱀 같은 것이 꿈틀꿈틀 몸을 비틀어 댔다. (…) 갈고리처럼 밑으로 굽은 손톱 네 개가 툭 불거져 나와 막을 찢고 사이를 벌리더니 살진 두꺼비 같은 머리가 불쑥 솟아올랐다. (…)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괴상한 짐승이 내 눈을 올려다보며 입꼬리를 씨익 끌어 올렸다.
네가 그놈이니? (218면)

 

소설이 주목하는 것은 거칠고 폭력적인 ‘하태석’과 ‘정진’과 같은 아이가 아니라 오히려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반 아이들과 교사다. 겉으로는 모범생이며 착실한 반장 ‘민태준’의 내면은 폭력성과 성적 호기심으로 들끓는 시한폭탄과 같다. 자폐 기질을 가지고 있는 ‘임영섭’은 집단 따돌림 사건의 피해자로, 사바나 정글 같은 교실에서 초식동물인 자신이 육식동물인 친구들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또 담임교사는 아이들의 보호자로서 중립적인 위치에서 아이들을 대해야 함을 알면서도 자신의 잔혹함을 고민하는 이중적 인물이다.


소설은 자신의 서슬 퍼런 괴물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괴물에게 잠식당하지 않는 법을 터득하기를 권한다. 이 괴물과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생채기를 입을 수도 있지만 이 통과의례를 통해 소년은 어른이 되고, 어른은 한뼘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다.


괴물을 잡은 당신의 고삐가 헐거워진 것은 아닌지, 고삐를 잡고 있는 두 손을 확인하길 바란다.
(은이정/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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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괴물’ 길들이기…‘괴물, 한쪽 눈을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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