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6(월)
 
[교육연합신문=조용범 기고]
출동 현장에서 교통단속 현장에서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등골을 따라 흐르던 땀방울이, 어느덧 서늘한 단풍 바람과 함께 시원히도 말라가는 가을이다.
 
요즘 같이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질 때면 현장 근무하는 경찰관들의 발걸음은 더욱이나 바빠진다. 교통사고 현장부터 술값 시비, 가정폭력, 폭행, 절도, 성범죄 등 종류도 다양한 사건사고와 마주하게 되는데 그중에서 제일 많이 부딪히게 되는 일은 술과 관련된 사건이다.
 
경남지방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2016년 5월까지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폭행, 절도)의 경우만 해도 주취상태에서 발생된 비율이 2013년 25.5%, 2014년 27.4%, 2015년 28.9% 2016년 1월~5월 30.8%로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가정폭력의 경우 2016년 상반기 도내 112중요 사건 중 7,800건(52.3%)으로 1위인 절도 다음으로 5,672건(38%)으로 2번째로 많이 발생하였다. 아울러 3,117건(55%)이 음주문제로 신고가 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13만 경찰관들의 술과의 전쟁은 서막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 할 수 있겠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현장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소리를 들을 때가 허다하다. 차마 입에 담지도 못 할 말을 입 밖으로 스스럼없이 내뱉는가 하면, 평소 경찰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나 스스로의 분을 술에 취한 것을 빌미로 경찰관을 향해 주먹과 발길질을 세차게 휘두르는 일도 다반사이다.
 
일각에서는 교육기관에서의 알코올 교육, 책임 있는 주류 판매를 위한 종업원 훈련, 판매시간제한법, 판매장소 제한법 등 다양한 제도와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실업과 바늘구멍보다 뚫기 어렵다는 취업, 직장 내에서의 고단함, 여러 이유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로 인해 술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술을 마시는 개인 스스로가 정신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의 선에서 절주를 하고, 술을 권하는 행위 등의 술 문화는 개선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순경 2년 차에 접어든 지금, 말끔히 다려 입은 제복과 함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당차고 넓은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서리라는 다짐도 잠시 도를 넘는 욕설에 주먹질이 난무하는 현장과 마주할 때면 어느새 그 제복의 무게를 잠시 잊은 채 회의감에 빠져들 때도 있다. 하지만 아주 작고 당연한 우리의 임무가 다른 이에게 감사함으로 전달되어 ‘고맙다’, ‘수고한다.’라는 짧은 말 한마디가 되어 돌아올 때, 가슴 한 구석에는 따뜻함과 함께 심장이 요동치곤 한다.
 
5천만 국민이 술과의 싸움에서 당당해질 수 있는 그 날까지, 나는 오늘도 요동칠 가슴을 부여 쥐고 제복의 무게와 함께 출근길에 오른다. ‘나는 오늘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경찰이다.’
 
◈ 창원서부경찰서 생활안전과 팔용파출소 순경 조용범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기고] 술과의 전쟁, "나는 오늘도 대한민국 경찰이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