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다문화자료실…10개국 도서·학습자료 비치, 다문화교육 프로그램 연중 운영

어린이자료실…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내부 환경 눈길, 유아실도 별도
책 소독기 전국 처음 설치, 카페 같은 햇살 쉼터…‘열린 변화’ 인상적
  

 

도서관이 진화하고 있다. 학창시절 두꺼운 사전과 참고서를 들고 찾던 무미건조한 도서관이 아니라 밝고 화사한 카페나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젊은 도서관들이 각 지역의 거점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이제 도서관은 더 이상 공부만 하는 곳, 책만 읽는 곳이 아니다. 디지털과 결합하고 문화와 만나면서 도서관은 빠른 속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역 도서관들의 즐겁고 신선한 변화를 체험해 보자.

 

 

최종설 관장

 

‘지식과 삶을 디자인 하는 행복한 공간'

최종설 관장이 부임 후 새롭게 정한 도서관의 목표이다. 최종설 관장은 문화와 예술에 대한 조예가 매우 깊다. 발레를 비롯한 각종 공연은 일정이 허락하는 한 빼놓지 않고 관람한다.

 

최 관장의 풍부한 문화적 감성은 인천중앙도서관이 보여주고 있는 변화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최 관장은 “문화와 예술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인 이곳에서 더 풍부한 지성과 감성을 쌓기를 바란다”며 지역민들의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했다.

 

 

햇살 쉼터…공간의 재활용, 발상의 전환 인상적

 

도서관의 변화는 도서관 정문을 들어서면서 더욱 확연하게 다가온다. 도서관의 정문은 이중  구조로 돼 있다. 정문을 열고 들어서면 내부로 진입하는 또 다른 문이 나온다. 문과 문 사이에는 약 2미터 정도의 작은 자투리 공간이 나온다.

 

최근 단장한 햇살 쉼터는 바로 이 자리에 있다. 문 양 옆에는 원형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고 도서관 이용자들은 이곳에서 차를 마시고 친구들과 담소를 즐기며 책을 읽는다. 고풍스런 유럽풍 카페에 온 느낌을 준다.

 

최근까지 이곳은 각종 청소도구와 재고 집기들을 쌓아둔 버려진 공간이었다. 최종설 관장과 도서관 직원들은 이곳을 더 없이 아늑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바꿔 놨다.

 

전면 벽 전체와 천정이 모두 유리로 돼 있어 햇살 쉼터란 이름처럼 부드러운 햇살이 은은하게 퍼지는 이곳은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안겨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로비 중앙, 책나무…감성이 담긴 ‘집단지성’

 

인천중앙도서관(관장 최종설)에는 하루 평균 4~5천명의 지역주민이 찾아온다. 눈길 둘 곳 없이 허전하기만 했던 1층 로비 한 가운데 나무 한그루가 있다. 나무 아래에는 ‘여행지에서 읽기 좋은 책’이라 적힌 작은 푯말이 걸려 있다.

 

 

도서관은 이곳에 그때그때 일정한 주제를 적어 건다. 주제가 적힌 푯말 주위 나뭇가지에는 가을 날 빨갛게 익은 사과열매 대신 책 이름을 적은 메모지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도서관을 찾은 이용자들과 사서들이 적어 놓은 것이다.

 

이른바 집단지성을 활용한 흥미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집단지성은 디지털과 인터넷 세상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감성이 담긴 아날로그 세상에서도 생각을 바꾸면 집단지성은 가능하다. 도서관의 열린 모습을 보여준다.

 

 

이용자의 마음으로…책 소독기 설치, 전국 도서관 중 처음

 

도서관의 ‘열린 변화’는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로비 왼쪽 어린이 자료실 옆에는 처음 보는 기계 하나가 설치돼 있다. 새롭게 비치된 이 기계의 정체는 책 소독기다.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이 더 깨끗한 책을 안심하고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마침 책 소독기에 책을 넣고 소독하는 어린이와 학부모를 만났다. 어린이가 자연스럽게 동작버튼을 눌러 기계를 운전한다. 이용자는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옆에 서 있던 학부모가 말했다. “전에는 책이 낡고 신간도 별로 없어 늘 아쉬웠는데 최근 들어 신간도 많아지고 도서관 환경도 좋아져 도서관을 더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상설 다문화자료실…문화가 어울리고 공유하는 소통의 공간

 

인천중앙도서관이 11월 15일 다문화자료실 개관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중앙도서관 2층에 새롭게 문을 여는 다문화자료실은 300여㎡ 규모로 다문화가정이 상대적으로 많이 거주하는 인천지역의 현실을 고려한 인천중앙도서관의 특색사업이다.

 

이곳에는 그 동안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와 중국, 몽골 등 10개 국가의 생활상을 살펴 볼 수 있는 각종 도서 및 학습자료가 비치돼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부모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각 나라의 전래동화와 한국어 번역본이 비치돼 다문화가정에게는 모국에 대한 이해와 자긍심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다문화 국가의 문화화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새롭게 문을 연 다문화자료실은 도서 및 자료의 열람기능이외에도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다문화가정을 위한 소중한 커뮤니티 문화공간의 역할도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역 공공도서관으로는 처음으로 다문화가정을 위한 상설 공간을 마련해 다문화와 한국문화가 서로 소통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문화공유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종설 관장은 “인천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세 번째로 다문화가정이 많은 곳”이라며 “연중 다양한 다문화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다문화가정과 지역주민이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는 장이 되도록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인천중앙도서관은 앞으로 다문화가정 출신 고급인력을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의 강사로 적극 활용하는 등 특색있는 다문화 교육프로그램 운영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한편 도서관은 다문화자료실 개관을 기념해 베트남과 몽골 전래 동화를 내용으로 한 인형극 공연, 세계 악기전, 전통의상 인형전, 우수 동화를 다양한 언어로 엮은 '같은 책 다른 글' 전시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쳤다. 특히 참가자들이 축하메시지를 쓴 장식타일을 벽면에 붙이는 행사도 마련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어린왕자를 닮은 공간…어린이 자료실

 

 

어린이자료실은 로비 왼쪽에 있다.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색깔로 마감한 자료실 팻말을 바라보며 들어가면 순간 눈이 시원해진다.

 

벽면과 천정, 바닥과 서고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더 없이 밝고 화사하다. 화창한 봄날 소풍을 나와 만나게 되는 산과들의 푸르름이 그대로 전해지는 인테리어다.

 

자료실 입구 벽면에는 유명 동화작가들의 원화가 걸려 있어 이곳을 찾는 어린이들과 부모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처음 보는 동화 원화에 마음을 뺏겨 한참을 바라보다 천천히 자료실을 기웃거린다.

 

서고에 붙여져 있는 안내 표지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아기자기하다. 서고 사이를 걷던 중 작은 공간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혹은 아이 혼자 책을 읽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 공간이다.

 

이번에 새롭게 마련된 이곳은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가 엄마와 함께 도란도란 책을 읽기 딱 좋을 만큼 작고 아늑하다. 세심한 곳 하나까지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도서관의 결진 마음이 느껴진다.

 

자료실 입구 오른쪽에는 유아들을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유아들의 발달단계에 맞춘 동화와 학습자료가 비치돼 있어 언제든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고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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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중앙도서관] 문화와 예술의 만남, 도서관의 즐거운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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