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전회에는 교사의 체벌에 대한 형사법적 처벌가능성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교사의 과잉체벌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한다.


남자고등학교 교사인 A씨는 학생인 B가 수업시간에 지참하라고 했던 시험지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빗자루 막대기를 이용하여 B의 종아리를 때렸다. 그런데 B가 이에 반발하여 A씨에게 욕설을 하자 화가 난 나머지 B를 교단 앞에 꿇어 앉힌 후 수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하여 주먹으로 B의 뺨과 머리를 수십 차례 구타하였다.

 

그런데 B는 원래 고도의 근시였고 A씨의 구타에 의하여 망막박리증세가 나타나 결국 실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경우 A씨는 B가 실명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 전부를 배상하여야 하는 것일까?


민사상 손해배상에 있어 손해의 종류는 크게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위자료)로 나뉘고, 재산적 손해는 다시 적극적 손해(치료비 등 불법행위로 인하여 기존의 이익이 상실된 부분)와 소극적 손해(노동능력 상실 등으로 인한 장래 예상소득의 감소 부분)로 나뉜다.

 

위에서 든 A씨의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로 A씨는 B학생에게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및 위자료 모두를 배상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실제로 발생한 사례인 위 사건에서 A씨는 교사로서는 B가 원래부터 심한 근시라는 사실을 알 수 없고, 따라서 B의 머리를 때리면 망막박리증세가 발생하여 결국 실명에 이르리라는 점까지 예상할 수는 없다며 실명에 따른 노동능력상실로 인한 손해액 전부를 배상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고, 그 결과 소송과정에서 B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병증(법률용어로는 기왕증이라고 한다)이 손해배상액수의 결정에 있어 감액의 요인이 될 수 있는지가 크게 다투어졌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눈의 망막박리증세의 발생원인이 외부적 충격으로 인한경우는 16% 내지18%에 불과하고 그 50% 내지 60%가 근시라는 체질적 소인으로 발생하는데 피해자의 시력이 0.2 내지 0.6으로 사고 이전에 고도의 근시라는 체질적 소인을 가지고 있었다면, 피해자의 위와 같은 고도근시라는 체질적 소인이 사고로 인한 실명의 원인이 된 망막박리증세의 한 요인 내지는 악화요인이 되었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가해자측의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체질적 소인의 기여도를 참작, 감액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A씨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였다.(대법원 1991. 5. 28. 선고, 90다17972호 판결)


이와 같은 결론은 대법원이 보여왔던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통상손해’와 ‘특별손해’의 법리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체벌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은 이미 왼쪽 눈이 실명된 상태에 있던 사람이 다른 사람의 책임있는 사유로 인해 오른쪽 눈까지 실명하게 된 경우 통상손해는 ‘한쪽 눈을 새로 실명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이고 특별손해는 ‘전면적인 실명상태로 이르게 됨으로 인하여발생한 손해’이며 가해자가 피해자의 기존 실명상태를 알지 못하였다면 통상손해만을 배상하면 된다고 판시하고 있었다(대법원 1983. 4. 12. 선고, 82다1702호 판결 등)


손해배상의 범위와 관련하여 더 알아둘 만한 사례로는 1) 태권도부 소속학생이 무단으로 태권도 연습을 4회 불참하는 등 체벌의 선행원인을 제공하고 학생의 부모도 체벌에 동의한 경우 손해액 중 10%에 대한 책임을 제한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사례(수원지방법원 2005. 11. 29. 선고, 2003가단74872호 판결), 2) 학생이 교내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같은 반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등 체벌을 자초하였다고 하더라도 교사가 학생이 서 있는 상태에서 막바로 대걸레자루를 이용하여 학생을 때렸다면 그 체벌은 정당화 될 수 없어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나, 학생이 대걸레자루를 잘못 피하는 바람에 머리에 맞게 되어 뇌좌상을 입게 된 경우라면 손해액 중 30%의 책임을 제한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사례(대법원 1990. 2. 27. 선고, 89다카16178호 판결) 등을 들 수 있다.


결국 체벌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범위는 교사가 체벌을 가할 당시 학생의 기왕증에 대하여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위 A씨의 사례에서 만약 A씨가 B 학생이 당초부터 고도의 근시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실명으로 인한 손해액 전부를 배상하였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전회에서도 설명한 바 있듯이 가급적 간접적 체벌을 통해 손해배상청구의 발생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김도현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기자 dhkim@shinkim.com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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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교육법률산책] 04 '체벌'과 손해배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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