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립니다라는 표현이 있다. 아마 학부모치고 자기 아이의 선생님에게 이런 말 한마디쯤 안 해본 사람은 없으리라. 지도(指導)의 뜻이야 누구라도 알겠지만, 과연 편달(鞭撻)의 뜻도 모두들 알고 쓰는 것일까?


편달은 채찍 편(鞭)자와 매질할 달(撻)자로 이루어지니 결국 채찍으로 매질하는 것을 뜻한다. 이와 같은 어원(語源)으로 비추어 볼 때 예로부터 웃어른들이 아랫사람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교육적 의미의 채찍질은 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필자도 어린 시절 학교에서 선생님들로부터 사랑의 매를 참 많이도 맞았다.

그 때만 해도 선생님들이 회초리를 가지고 다니시면서 학생들이 무언가를 잘못할 때마다 따끔하게 매질을 하셨고, 학생들은 감히 대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이제는 교사가 학생에 대한 체벌로 인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되거나 형사상 처벌을 받는다는 소리가 언론 등을 통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과연 체벌이란 무엇이며, 체벌의 한계는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인가?

사례를 들어 생각해보기로 하자.

여자중학교 체육교사인 A씨는 체육시간에 학생들이 무질서하게 구보한다는 이유로 손이나 주먹으로 두 차례 학생들의 머리 부분을 때렸다. 이와 같은 A씨의 행위는 형사상 처벌의 대상이 되는가?


체벌의 법적 근거는 초∙중등교육법에서 찾을 수 있다.

동 법 제18조 제1항은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동 법 시행령 제31조 제7항은 학교의 장은 법 제18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지도를 하는 때에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등의 방법으로 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법률상 체벌이란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지도에 해당한다.

 

체벌의 정당화에 관하여 주목할 만한 판결은 대법원 2001도5380호 판결(2004년 6월 10일 선고)이다. 이 판결은 두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첫번째는 체벌의 주체를 명확히 하였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체벌이 정당화 될 수 없는 사유를 유형화 하였다는 것이다.

 

위 판결에 따르면 비록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에는 교사의 체벌권, 즉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지도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학교장의 위임을 받아 체벌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여 교사도 직접 학생에게 체벌을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위 판결은 교사의 체벌이 정당화 될 수 없는 예로 ① 학생에게 체벌의 교육적 의미를 알리지도 않은 채 지도교사의 성격 또는 감정에서 비롯된 지도행위, ② 다른 사람이 없는 곳에서 지도할 수 있음에도 낯선 사람들이 있는 데서 공개적으로 체벌∙가하는 행위, ③ 학생의 신체나 정신건강에 위험한 물건 또는 교사가 신체를 이용해 부상의 위험성이 있는 부위를 때리는 행위, ④ 학생의 성별∙Х�∙사정에 따라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준 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였다.


이와 같은 판결의 입장에서 비추어 볼 때 위에서 든 체육교사의 사례는체벌이 정당화 될 수 없는 경우라고 하겠다.

 

위와 같은 체벌에 교육적 의미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거니와 별다른 이유없이 공개적으로 체벌을 가하였으며 교사의 신체를 이용해 직접 학생의 신체를 때리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최고재판소는 1975년 체벌이 정당화 될 수 있는 요건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첫째, 어떤 행위에 처벌을 가한다는 예고를 하고, 둘 째, 체벌 아닌 다른 수단을 다한 끝에 체벌을 가한다는 예고를 하며, 셋째, 해당 학생의 주장을 듣고 다른 교사의 입회하에 체벌을 가하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체벌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체벌에 관한 법적 문제는 체벌의 의도, 체벌의 절차체벌 행위의 양태 등 세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법원의 입장에 의하면 교사 또한 학생에게 체벌을 가할 수 있으나 그 경우 체벌은 순수한 교육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야 하고, 직접적 체벌이 아닌 다른 모든 수단을 사용해 본 후 체벌에 대한 예고를 하여야 하며, 이 경우에도 가급적 신체에 대한 직접적 체벌이 아닌 얼차려 등 간접적인 체벌을 우선적으로 가할 것이 요구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충실히 거칠 경우 학생 및 학부모들의 체벌에 대한 반감 또한 사라져 교사와 학생간의 신뢰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도현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기자 dhkim@shinkim.com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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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교육법률산책] 02 '사랑의 매' - 체벌의 법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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