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교육연합신문=이장규 교사]
에프터스콜레 - 인생학교
중학교를 졸업하고 난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진학하기 전 일년 동안 '에프터스콜레'라는 곳에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한다.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를 할 것인지, 직업교육을 택할 것인지 등 다양한 선택지가 놓여있다. 아이들은 차분히 여유롭게 자신의 삶을 선택한다.
 
비슷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공부하고 살아보는 기숙형 학교다.

도무지 걱정거리를 찾을 수 없는 것이 고민인 나라, 그도 그럴 것이 의료와 대학교육까지 무료(심지어 월 120만원의 생활비를 지급한다)이며, 실업급여가 2년간 나오기에(실제 임금의 80%) 장래에 대한 불안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는 행복지수 세계 1위의 나라, 북유럽의 강소국 덴마크에 대한 책이다.
 
기자 오연호의 제2의 인생, 출발!
지은이 오연호 기자는 세계 최초 인터넷 시민기자 신문인 오마이뉴스 대표다. 그가 '말'지에 있을 때부터 미국 유학을 다녀오고 오마이뉴스를 만들 때까지, 그리고 '노사모'의 진앙지가 되고 진보집권을 위한 몸부림의 과정을 지켜본 열혈 독자로서 이 책은 다소 의외였다.
 
행복론에 덴마크라니? 책을 읽으며 그가 왜 덴마크에 주목하는지 다소 수긍은 되었다. 인생의 후반기 50이 되면서 이제부터는 그냥 열심히만 살지 말고 조금 여유롭게, 해야 될 일보다 해서 행복할 일을, 무엇보다 긴 호흡으로 천천히 나아가는데 덴마크만한 곳도 없었을 것이다.
 
큰 나라에서 소국으로 전락하고 자원도 부족한 영세중립국 덴마크가 행복지수 1위를 몇 년째 지키고 있는 것이 신기했던 것이다. 그래서 덴마크로 날아가 사람을 만나고, 두루 돌아다니고 그야말로 기자답게 훑고 다닌다. 이제부터는 행복하게 살자! 제2의 인생 선언이다.

나의 제2의 인생, 1987년과 2011년
나에게도 오연호처럼 인생의 전환점이 있었다. 여느 아이들처럼 범생이로만 지내던 나에게 1987년 대학 입학이 그랬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 열정이 폭발하던 시기에 대학 신입생인 나는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을 설렘과 두려움 속에서 지켜보았으며 그 파도의 끝자락에서 출렁거렸다. 그때 읽었던 책, 만났던 사람, 가졌던 이상은 이후 지금까지 살면서 지켜온 가치의 근간이 됐다.
 
두 번째 전환기는 2011년이다. 섬생활을 마치고 상륙한 이곳 순천에서 앞서 실천해온 혁신학교의 동료들을 만나 공부하고 토의하며 실천한 그때, 나는 20년의 교직 경력에서 가장 큰 희열을 맛보았다. 1992년 완도 소안도에서부터 가졌던 학교와 교육에 대한 꿈이 서서히 가까워짐에 기뻤고, 그 갑작스런 닥침에 두렵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성장시키는 즐거움의 과정이었고 기꺼이 올라타서 너울거릴 수 있는 파고였다. 그렇게 4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가 참 좋아지고 있다는 자부심은 그것을 함께 일궈낸 모든 구성원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서 좋았다.

덴마크와 지금 이곳
책을 읽는 내내 부러웠다. 급여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놓고도 기꺼이 자랑스러워하는 그들을 보며 사회에 대한, 사람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 조화로운 국가를 꿈꾼다. 지은이 오연호는 덴마크를 규정하는 6가지 키워드로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을 꼽았다. 우리가 앞만 보고 달려와서 이뤄낸 지금의 성취를 충분히 긍정하면서도 놓쳐서 부족해진 것들을 성찰하자는 의도를 읽었다.
 
그가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 온 전력을 알기에 그의 덴마크 읽기에 많이 공감하며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을 생각한다. ‘그룬투비’가 만들어 놓은 협력과 나눔의 정신, ‘달가스’가 이룬 불굴의 도전 정신을 우리는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자유로운 학교, 즐거운 공부
책의 절반쯤은 교육과 학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자유로운 학교, 즐거운 공부”를 지향한다. 그것을 위해 적어도 7학년 까지(12살)는 점수에 의한 시험과 경쟁을 시키지 않으며, 모두가 두려워하지 않고 배울 수 있는 데 최선을 다한다. 실패의 경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학교와 사회가 장려하고, 어떤 경우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품격을 유지시켜준다.
 
1987년 우리 사회에 합리적인 법과 제도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였다. 우리는 그 결과로 민주화와 산업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제도와 사회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 풍조를 낳기도 하였다. 내안에 체화된 ‘남탓’의 그림자를 본다. 내가 있는 이곳에서부터, 나부터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아니 이미 오래 전부터 해온 그런 시도, 그때는 모르고 있었지만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후기] 이 책을 읽고 난 후 저자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강사는 유쾌했고 강의는 생생했다. 초청 강사로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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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순천별량초 이장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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