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주간인물 위클리피플=최영하 기자, 이선진 기자]

 

 

특별한 한의사의 특별한 이야기
“도중에 포기하지마세요. 끝내는 웃을 겁니다”

김지은 <진한의원> 원장 / 남북한 통합 한의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했던가. 어떤 일이건 간에 모든 것에는 이러저러한 연유가 있기 마련이고, 또한 매 순간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다. 끝내 선택은 자신의 몫이기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역동적인 노를 젓고 살아가며, 선택이 갈리듯 누구나 남과 다른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 하나쯤은 가지게 된다. 바로 여기 “제가 특별한가요? 저 그렇게 특별하지 않아요”라고 말하지만, 분명 매우 특별한 ‘1%의 어떤 것’을 가진 한 여성이 있다. 이번 주 주간인물은 최초 남북한 통합 한의사라서가 아닌, 볼수록 본디 사람 자체가 특별했던 김지은 <진한의원> 원장을 만나 사람 대 사람으로, 가감 없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_취재 이선진, 최영하 기자/ 글_최영하 기자

 

방법은 달라도 괜찮아,
중요한 건 환자를 대하는 진심
 
 싱그러운 봄기운이 성큼 다가온 지난 24일, 운명처럼 이끌려 그저 서로가 보고 싶었던 김지은 원장과 기자는 아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서둘러 달려간 만큼 김 원장은 너무도 반갑게 맞아줬고, 그렇게 화기애애한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이미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김지은 원장은 새터민이자 남북한 통합 한의사 1호다. 어느덧 새터민 생활은 12년 차에 접어들었고, 한의원을 개원한 지도 벌써 5년째인 만큼 한국 생활에 충분히 젖어든 모습이었다. 환자 중심에서 편안한 진료를 표방하다 보니 지역에서는 꽤나 유명한 한의원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 과정에는 남모를 괴리감과 함께 혹독한 마음 수련 과정이 필요했다고 한다. “환자가 많이 찾아오길 바란다는 것이 참으로 의아했어요. 의료가 상업화되지 않은 사회에서 의료생활을 해왔던 탓에 한국의 의료 상업화 부분을 소화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자 괴리였습니다. 의사로서 환자를 돌보는 게 당연한데 돈을 받는다는 것이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더라고요. 개원 당시는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인의 말에도 흔들림 없이, 순수하게 찾아오는 환자만 봤고 무료로 진료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지속적으로 돈을 받지 않는 행위는 의료법 위반이라 제가 변하는 수밖에는 없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북은 의료행위 자체가 개인의 경제적 활동 영역이 아닌 국가에서 관리하는 무상 진료 체제다. 김 원장은 이러한 시스템에 익숙했기에, 극단적으로 본다면 자신을 포장하고 운영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홍보도 해야 한다는 것을 소화하기에 얼마나 벅찼을까. 2년 가까이를 괴리감으로 힘겹고 나서야 서서히 김지은 원장에게도 생각의 변화가 왔다. “어찌 보면 자기 정당화겠지만, ‘돈 받는 것이 미안하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진료하자’고 마음먹고, 온 마음을 다해 진료합니다.(웃음)” ‘아, 그렇구나’ 하고 가볍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생각 자체가 환자를 더욱 진심으로 대하는 데 중요한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정도에서 너무 탈선하지는 않되, 환경에 맞춰 서서히 변화를 시도해온 그녀가 너무나도 멋져 보였다. 

 

 

 

스스로 선택하는 삶, 너무나 소중한 기회

 

 북에서도 현재도 쭉 한의사의 길을 걷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법관이 꿈이었다. “중3때 까지만 해도 법대를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러 환경들이 ‘법대를 가기에는 무리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이후 교사를 꿈꾸기도 했지만 결국 청진의학대학을 지원하면서 의료인의 길을 걷게 됐네요. 애초 원하던 게 아니었기에 예과 1년까지만 해도 계속 바꾸고 싶었어요.” 북의 경우는 1인 1회만 대학 티켓행이 주어진다. 그래서 재수의 개념도 전과의 개념도 없다고 한다. 또한 정무원 국가고시(한국의 수능)를 치고 나면 성적에 맞춰 지원학교도 학교에서 정해주기에, 지원한 학교에서 떨어지면 말 그대로 기회가 없다. 다행히도 김지은 원장은 청진의학대학 한방과에 합격할 수 있었지만, 이 당시를 추억하면 빼놓을 수 없는 친구가 있단다. “당시 함께 전교 1, 2등을 다투던 라이벌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야말로 의사가 본래 꿈이었는데, 그 친구 성적이 조금 더 좋다는 이유로 저는 청진의학대학에 그 친구는 불합격의 부담이 더 큰 김일성종합대학에 원서를 써야 했어요. 안타깝게도 그 친구는 불합격했고 노동자의 삶을 살아야 했죠. 좋은 라이벌이자 친구였는데 그렇게 운명이 한순간에 달라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남은 인생을 꼭 함께하고 싶다는 김 원장은 ‘사회가 사람을 이렇게도 다른 삶을 살게 할 수도 있구나’를 느꼈다며, 쓴웃음을 삼켰다.
 
 그녀가 들려준 그녀의 친구 이야기는 듣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임을 수시로 자각하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을 터, 김 원장은 남과 북의 가장 큰 차이를 바로 ‘선택’이라 말한다. “제 친구도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한국에선 마음먹기에 따라 스스로 선택을 할 수가 있고, 선택이 잘 못됐다 싶으면 언제든 다시 뒤집을 기회도 있어요.” 필자 역시도 당연하기에 감사한 줄 몰랐던 선택의 의미. 매사 선택한 방향이 다 옳을 수는 없지만,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재차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메시지였다.  
 
‘초롱꽃’을 닮은 사람

 

 ‘어떤 상황에도 너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뜻에서 색이 다양한 ‘무지개’가 별명이라는 김지은 원장. 때로는 올곧아서 까탈스럽게 보일 때도 있지만 화내는 법이 없고, 냉정하지만 동시에 따뜻함이 전해지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녀의 어린 시절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김 원장은 남들보다 빠른 6세에 학교를 들어갈 만큼 영특한 아이였으며 전교 1등은 물론 학생회장도 도맡아 했다. 또한 학생회장 당시 억울한 누명을 써야 했던 학생들을 위해 끝까지 용기 있게 나서서 선생님께 사과까지 받아 내는 등 상상 이상의 정의로운 아이였다. 그 바탕에는 인품이 훌륭한 부모님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김 원장은 말한다. “여섯 살쯤이었던가, 하루는 선물 받은 꼬까옷이 아주 예뻐 어린 맘에 입고 등교를 했는데, 지정된 교복이 있었기에 학칙위반으로 부모님이 교장 선생님 앞에서 머리 숙여 사과해야 했어요. 제게는 그 모습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 때문에 부모님께 다시는 상처 주지 않으리라 결심하면서, 우수한 학업도 바른 행실도 유지할 수 있었어요.” 안 좋은 상황에서도 좋은 방향을 이끌어내시고 잘못을 꾸짖기보단 스스로 깨닫게끔 교육하셨다던 지혜로운 그녀의 어머니는 늘 ‘건방지지 말라’고 이르셨단다. 나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이 없는지를 늘 돌아보고, 지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결코 참을 수 없다는 김 원장의 의로움이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환자와 의사는 동반자 관계

 

 환자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김지은 원장. 그녀는 한의학의 부흥을 위한 방법으로 국가의 정책적 관심과 함께 양한방 협진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웰빙-웰빙하면서 한의학을 무시하는 건 아이러니 한 발상 아닐까요? 자기 영역부터 생각하다 보니 환자를 두고 내 환자, 네 환자 싸움이 일어나지만 환자를 중심에 두고 바라보면 양한방 협진도 힘들지 않을 거라 봅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김 원장은 “의사는 이제 더이상 환자에게 조치를 내리는 입장이 아니라 동반자로 이해해야 한다”며 의사는 환자에게 지시가 아닌 조언을 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마라톤의 묘미를 아시나요?
‘인생은 마라톤’

 

 “마라톤의 묘미는 끈기와 인내 그리고 완주죠? 1등이 누군지, 중간에 누가 빨리 달렸는지는 큰 의미가 없고, 완주가 의미 있는 것입니다. 매 순간순간 주저앉고 싶었겠지만 끝까지 왔다는 것에 관객들은 1등에게도 마지막 주자에게도 찬사를 보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 누가 더 빨리 성공 했는가는 중요치 않아요. 힘들면 쉬어가고, 때로는 펑펑 울어도 보세요. 그러나 절대 주저앉지는 말아요.” 격정의 세월을 거치며 인고의 시간을 잘 견뎌낸 그녀의 인생이 하는 말 ‘인생은 마라톤이다’. 김지은 원장이 하는 말이기에, 끝없는 경쟁 속에 지친 청춘들에게 더 없이 와 닿는다. 

 새터민이라는 수식어가 붙기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원래가 특별한 여자 김지은. 끝으로 “각박한 세상에 경쟁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하지만,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목표로 조금씩 나아가라”고 조언을 건네면서 자신도 특별한 무언가 보다는 ‘문턱이 낮은’ 병원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한결같은 사람이리라고 전했다.
 먼저 타인을 존중하면, 자신도 존중받는 것처럼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김지은 원장은 그녀만의 따스함으로 매일 많은 환자를 만나고 있다.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진중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김지은 원장, 그녀의 빛나는 미래를 주간인물이 함께 응원한다.

 

 

 

◈profile
現 진한의원 원장
現 남북 한의학연구소 소장
함경북도 청진시 청진의학대학동의학부 졸업
함경북도 청진시 구역병원 내과의사
함경북도 청진시 구역병원 소아과의사
1999년 탈북
2002년 대한민국 입국
2005년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학1년 편입학
2009년 제64회 한의사 국가고시 합격
2009년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2011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원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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