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주간인물 위클리피플=이선진 기자, 최영하 기자]

 

눈으로 느끼고 입으로 맛보다
“꽃과 요리 한 스푼, 사랑 두 스푼”

 

한서연 <꽃과 나눔의 길목 The Chef. G> 대표이사 / 식문화 연구가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했던가. 건강한 재료는 깊은 맛을 보장하고, 멋스러운 주변 분위기는 음식의 맛을 배가시킨다. 오로지 허기만을 채우려 음식을 먹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 이제는 눈으로도 맛을 느낀다. 음식도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고, 각각의 매력이 있는 법. 여기 꽃과 음식을 함께 버무려 하나의 특별한 공간 문화로 승화시킨 한 사람이 있다. ‘시각과 미각은 하나다’를 외치며 세련된 음식과 향기를 함께 담아내는, 건강한 음식을 위해 건강한 정신부터 만든다는 한서연 <꽃과 나눔의 길목 The Chef.G> 대표. 요리연구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만의 색깔로 식문화 연구가를 탄생시킨 한서연 대표와의 짜릿한 만남을 주간인물이 담아보았다. 취재_이선진, 최영하 기자 / 글_최영하 기자

 

프리지어 향이 나는
꽃과 나눔의 길목 The Chef.G

 

봄기운이 고개를 내밀락 말락 하던 지난 20일 오전, 샛노란 프리지어 꽃 한 다발을 안고 들어선 한서연 대표는 “봄을 한껏 느끼기에는 프리지어만 한 게 없죠”라는 말을 건네며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프리지어 꽃향기는 대놓고 꽃을 본적이 언제였는지도 가물가물한 기자를 기분 좋은 설렘으로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꽃이 주는 생동감을 한껏 느낀 채 꽃과 나눔의 길목에서 우리의 상큼한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꽃과 나눔의 길목 The Chef.G는 층별로 테마가 있다. 1층은 꽃을 제작하는 연구실로, 2층은 차와 함께하는 만남의 공감으로, 3층은 쿠킹클래스가 진행되는 배움의 공간으로, 4층은 원 테이블 연회장의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꽃과 나눔의 길목이라는 이름은 부친께서 지어주셨어요. 정확히 말하면 꽃과 나눔까지는 아버지께서, 길목은 어머니께서 붙여 주셨죠.” 나눔이라는 단어 탓에 자선단체인 줄 오해하는 이들도 있지만 오해는 금물! 그저 ‘나눔’을 좋아하는 한 대표의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The Chef.G는 음식 메뉴 개발 컨설팅을 하는 쉐프 그룹의 명칭입니다. 결혼한 후에는 음식 관련 메뉴 개발 컨설팅에 좀 더 주력하고 있기에 덧붙여진 이름이에요.” 개인기업으로서는 컨설팅을 직접 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한서연 대표는 백령도까지 가서 컨설팅을 한 적이 있는 만큼 열정이 남다른데다 그 결과물 역시 꽤나 흡족할만하다. “그곳의 시장조사, 인구조사를 비롯해 준비하는 과정이 여러모로 힘든 작업이지만, 해내고 나면 참 뿌듯해요. 백령도까지 가서 컨설팅한 사람은 아마 저 밖에 없지 않을까요?(웃음) 지역 특성상 고생을 톡톡히 했던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배운 것들이 많았기에 백령도의 경험이 참 진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좋고 편한 일만 한 사람은 필요한 순간에 지혜를 발휘하기 힘들어요. 이러저러한 것들 생각하면서 좋고 편한 일만 가려서 했다면, 아마 백령도의 추억은 없었겠죠.”


경험과 같은 맥락에서 배움도 게을리하지 않는 한서연 대표는 가능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보면서 안목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렀다. “하다못해 어린아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을 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식견을 넓힘을 물론 자신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요. 나만의 코드는 분명하지만 새로이 input 하는 것들이 더 특별한 output을 만들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무조건 많이 보고 많이 맛보라. 스킬은 단기간 숙련으로 가능하지만 본인의 누적된 노하우는 장기간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주변의 의아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매번 다른 사람의 강의를 접하고, 열린 마음으로 신지식을 받아들이는 자세 자체가 바로 그녀의 경쟁력이 아닐까.

 

요리와 꽃이 만나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지는 17년, 꽃을 만진지는 14년 차에 접어든 한 대표의 그 시작은 이랬더랬다, “처음에는 음식만 만들었고, 그 음식이 놓이는 공간 스타일링은 그 분야 담당자에게 제안해야 하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하지 않는 이상 제 머릿속 스케치들이 오롯이 표현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직접 꽃을 배우며 스타일링까지 접목해 분야를 넓히게 됐어요.” 요리만 두고 더욱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어릴 적부터 전라도와 경상도의 만남 아래서 자란 덕분에 자연스레 요리에 대한 경험이 풍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전라도분, 어머니가 경상도 분이시라 우선 많은 음식을 접할 수 있었어요. 또한 손이 넉넉하고, 요리 솜씨가 훌륭했던 어머니께서는 늘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걸 좋아하셨어요.” 보고 자라면서 스며든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현재 시어머니도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분인 걸 보면 그녀의 인생에서 요리는 무언가‘운명’같은 느낌이다. 

 

 

 

향기나는 女人, 한서연

 

꽃과 요리를 접목한 여러 활동들을 하는 것은 한서연 대표가 국내 최초다. 꽃과 음식 그리고 공간이 한 번에 어우러지는 곳은 국내에서 보기 드물거니와 설령 있다고 해도 유지가 벅찬 탓에 쉽사리 시도하기 힘듦에도 한 대표는 강단 있게 해내고 있다. 노력도 노력이지만 분명 그녀의 다섯 살배기 딸 호윤이가 큰 원동력일 것이다. 딸에게 뭐든 좋은 것만 먹이고, 좋은 것들만 보여주고 싶다며 딸 이야기에 여느 엄마들처럼 온 얼굴에 미소가 번졌지만, 어머니 이야기에는 이내 눈물을 훔쳤다. 그녀는 사랑받은 만큼 사랑을 줄 줄 아는 그런 여자였다.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를 더욱 이해하고 애틋해졌다”는 말을 다 알 수는 없었지만, “부모님께 당장에라도 사랑을 표현하라”는 말은 인생 선배로서 하는 조언으로 퍽 와 닿았다. 무엇보다 그녀의 풍부한 감수성은 여자 ‘한서연’으로서 보면 볼수록 꽃과 닮아 있었다. “아이를 가지고 일을 쉬면서 심적으로 우울할 때 꼬박꼬박 꽃시장을 드나들며 치유했어요. 꽃이 주는 향기와 색감을 느끼고 있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답니다. 지금도 음식 연구로 지칠 때면 1층으로 내려가 꽃을 다듬으며 기분을 전환해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두 가지나 한 번에 그리고 일과 힐링을 동시에 한다는 면에서 그저 부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던 찰나, “주로 스탠딩 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생각보다 꽃은 거칠어요. 꽃 작업이 우아한 것만은 아니기에. 우아하게 꽃꽂이 강습하러 오시는 분들은 그냥 돌려보내기도 한다(웃음)”며 단순히 취미활동이 아닌 꽃 전문가로서 tip도 덧붙여 주었다.

 

음식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

 

한서연 대표는 꽃 이야기할 때와는 사뭇 다른 냉정한 요리관을 지니고 있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최대한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것이 제 요리 철학입니다. 음식이란 나눔이며, 좋은 재료로 정성과 온 마음을 다해 만들어야 그 맛도 훌륭하니까요.” 심지어 음식을 만들 때는 기분마저 좋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만든 요리는 그것을 먹는 사람에게 독이 된다는 것. 한서연 대표는 안 해본 요리가 없는 전문가지만, 요새는 음식의 본질적인 면을 찾아 사찰음식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정신적인 면에서 큰 영향을 받고 있단다. “사찰음식, 왜 배우냐고요? 건강한 바른 먹거리를 대중에게 선사하는 게 저의 일이니 본질적인 것을 찾아 더 깊이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죠. 음식의 본질은 양념과 향신료를 추가적으로 부가하지 않고 원재료 맛을 살린 음식에다가 정성까지 가미한 것이라 봅니다. 결국은 마음에서 우러나야 한다는 것!” 이 같은 한 대표의 냉철한 소신은 음식을 먹는 입장으로 하여금 강한 신뢰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쉐프로서 각종 자문 활동과 더불어 해외를 자주 방문하는 그녀는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볼까? 홍보가 부족하다는 것이 흔한 생각이라면 한 대표는 달랐다. “외국서 한국 음식은 신기해서 한두 번 먹는 정도에서 그치기 일쑤예요. 지속적으로 발길을 붙잡기 위해서는 외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끔 레서피를 변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맛이 전혀 다른 상태에서 한국 색이 강한 음식부터 내밀기보다는 외국인들이 즐겨 먹는 것에 한국적인 요소를 조금씩 가미해 단계별로 접근하는 것이 어떨까요? K-POP과 함께 알리면 더 쉬울 수도 있고요.”

 

 

각박한 세상에 한 줌 여유를

 

‘우리네 어버이 세대가 해왔던 것처럼 우리 세대에도 좋은 먹거리를 많이 퍼뜨려놔야 후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를 늘 고민하며, 좋은 음식을 통해 국내외에서 한국의 식문화 입지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는 한서연 대표. 된장도 오래 묵은 만큼 깊어지듯 해가 거듭해 지혜가 더 쌓이면 로드샵을 운영할 계획이 있고, 나아가 나이가 더 들면 한국 음식을 알리러 해외로 나가고자하는 소망도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녀는 “건조한 세상이지만 꽃도 보고 요리도 하면서 마음껏 사랑을 표현하고, 기쁘게 나누세요. 그 어떤 것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길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유쾌했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profile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졸업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 한식메뉴개발과정&푸드코디네이터과정 수료
(現) 청정옹진 7미 심의위원
(現) 지식경제부, 국제교류재단 한식자문위원
(現) The Chef.G 대표이사
최고의 요리비결(EBS)외 다수의 방송/칼럼진행
다수의 자치단체 및 기업체 식문화관련 강의진행
2010 대한민국 문화경영인대상 (경제매거진)
2009 문화예술인상 (헤럴드경제)
2008 이노베이션 기업&브랜드 대상 (스포츠서울) 2008 대한민국혁신경영인 대상 (뉴스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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