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인류 최고의 문자 한글,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어 보존·발전 위해 평생 바쳐온
한국외국어대학교 남성우 명예교수를 만나다

 

남성우 한국외국어대학교 사범대학 한국어교육과 명예교수/ 국어사연구회 회장

 

‘스릉흔드’, ‘지못미’, ‘쩐다’ ‘ㅋㅋㅋ’. 인터넷을 통해 글을 읽고 있는 이들이라면 앞의 단어와 같은 인터넷 용어를 한두 개쯤은 접해 봤을 것이다. 사실 인터넷까지도 안 간다. 요즘은 SNS를 통해서도 비속어, 줄임말, 속칭 ‘외계어’라 불리는 조합 언어까지 쉽게 번져 생활 속 ‘한글 파괴’ 현상이 너무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훈민정음 서문에서 세종이 밝혔던, ‘누구나 쉽게 쓰고 읽어 백성들의 의사 표현의 불편함을 덜어 줄’ 훈민정음 즉, 한글의 목적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오는 9일 한글날 567돌을 맞이하는 우리나라 언어, 문화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그러나 척박하게 변해 가는 한글의 현주소 속에서도 한글의 뿌리 보존과 가르침에 앞장서 온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 남성우 명예교수는 글로벌 시대에 맞춰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새롭게 제고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확신한다. 그가 말하는 희망의 빛줄기를 『주간인물』이 따라가 보았다. _오미경 기자

 

“단언컨대, 한글은 세계 최고의 문화유산입니다”

 ‘인류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는 한글은 세계의 석학과 지성들로부터 이미 그 위대함을 입이 닳도록 칭송받아 왔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24개의 한글 자모는 문자로서는 간단하지만 약 11,000여 개 이상의 소리를 표현해 내는, 그 변환이 무궁무진한 문자로 오늘날 인류에게 소리와 감정을 가장 완벽히 구현해 주는 문자라고 알려져 있다.
 50년이 넘도록 한글과 함께 해 온 한국외대 한국어교육과 남성우 명예교수는 “한글은 세계 2,900개의 언어 가운데 독창적인 탄생 기록을 가진 유일한 문자”라고 운을 떼었다. 그는 한글이 인간의 발음 기관의 모습을 본뜬 상형 이론에서 출발해 소리와 문자의 일치성이 뛰어나고, 습득이 용이하며, 대한민국을 문맹률 0%의 나라로 만들어 낸 훌륭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네스코는 1990년부터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기리는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제정하여 시상을 하고 있을 만큼 한글은 단언컨대, 세계 최고의 문화유산으로 손꼽히고 있다.

 

우리말의 뿌리, 중세국어의 대가 남성우 교수

 훈민정음이 창제된 1443년부터 16세기 말까지의 국어를 일컫는 중세국어는 현대국어의 뿌리가 되는 것으로 남성우 교수는 이 분야 최고의 학자이다. “주로 그냥 중세국어로 부르지만 크게는 고려 시대의 전기 중세국어와 훈민정음 창제 이후부터 16세기까지의 후기 중세국어로 나뉜다”고 설명한 남 교수는 특히 중세국어의 의미론적 연구에 주력하여 우리말의 가치를 역사 그대로 보존하고 알리는 데 한결같이 노력해 왔다.
 “중세국어로부터 시작된 우리말을 올바로 알아야 현대국어도 제대로 아는 것이고, 그래야만 우리의 문화유산을 세계적인 것으로 키워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학문이란 것이 사실 끝이 없어요. 돌이켜 보면 중세국어 연구를 위해 보낸 시간들은 스스로와의 싸움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어 학자로서 남다른 집념을 발휘한 남 교수는 중세국어에 관한 방대한 분량의 저서를 간행하여 주목을 받았다. 그가 2007년에 간행한 『중세국어 문헌의 번역 연구』는 대한민국 학술원 선정 2007년 우수학술도서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0여 년의 연구, 집필 끝에 펴낸 『구급방언해와 구급간이방의 동의어 연구』는 2012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중세국어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바로 세우는 데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이 중 2011년에 펴낸 그의 저서 『구급방언해와 구급간이방의 동의어연구』는 15세기에 간행된 두 개의 의서 『구급방언해』와 『구급간이방』에서 확인되는 동의어를 고찰할 목적에서 작업한 것으로 고유어와 한자어 사이의 동의, 한자어간의 동의를 총 4장에 걸쳐 다룬 대대적인 작업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남 교수의 학문 연구는 2001년에 그가 간행한 또 다른 저서 『월인석보와 법화경언해의 동의어 연구』의 증보판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성우 교수는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월인석보 사전』을 만드는 것이 학자로서 남은 꿈이자 자신이 해낼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한글, 진정한 세계화로 가는 길

 남성우 교수의 한글 사랑 외길 인생은 학술·연구의 업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1975년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에 부임한 뒤, 만 31년의 정년을 마친 지금도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후학들을 위한 가르침과 한글 사랑을 이어가는 천생 교육자이다. 게다가 딱딱하고 권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먼, 학생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는 따뜻한 성품까지 지녔다. 그가 교수로 근무할 당시에는 선배 교수의 완고한 추천으로 한국어교육과의 학과장을 역임, 9년이나 활동을 이어 갔으며, 현재는 각 대학 교수 및 국어 연구자들의 모임인 ‘국어사 연구회’의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등 남 교수는 다방면에서 온화하면서도 단호한, 한글에 대한 변치 않는 집념과 열정의 에너지를 펼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어의 세계화를 바라보는 그의 조언에는 깊은 고민과 진한 애정이 묻어난다. 

 “한국외대 한국어교육과는 제가 이곳에 부임하기 1년 전인 1974년에 신설되었어요. 중등학교에서 국어 교육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의 국어 교사를 양성하고, 한국어 교육의 이론적 지식을 교육 현장에서 창의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한국어 교사 양성을 위한 목적으로 말입니다. 물론, 신설학과가 겪는 어려움도 있었죠. 한국어 교육에 대한 인식이 미미했던 때라 학과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학생들은 졸업 후의 진로를 고민했어요. 그 때마다 강의실 안팎에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도 많이 해 주었고요. 그러다 점차 학과가 성장하였고, 신설 당시는 하위권에 머물렀던 학과 입학 성적이 이제는 전체 학과 가운데 5위 안에 드는 수준까지 이르렀네요.”    


 

 

 남 교수는 한국어교육과가 성장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로 ‘국력 신장에 따른 한국어의 국제적 위상 상승’을 꼽았다. 거기에 문화계의 한류 영향까지 겹치며 세계의 이목이 한국과 한국어에 집중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92년부터 1년 간 일본의 칸다외어대학 한국어학과 교수로 잠시 재직하며 한국어를 바라보는 외국의 달라진 시각을 체감한 그는 20년이 지난 지금은 한국어의 국제적 입지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어가 진정한 세계의 언어가 되기 위해서는 한류와 같은 흐름도 힘이 되지만 무엇보다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국력 신장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로마의 라틴어나 청 나라의 만주어 등을 보세요. 나라의 힘은 그 나라 언어의 힘과 비례함을 알 수 있지요. 우리도 우리말이 가진 힘과 가치를 제대로 알고 지키려면 국력을 키워야 해요. 그리고 스스로 한국어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는 노력을 해 정작 국내에서는 푸대접을 받고 있는 한국어의 현실을 개선해야 합니다.” 남성우 교수는 “영어를 틀리면 창피해하면서 한국어를 틀리는 것에는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우리의 모순된 자화상이 바뀌려면 어렸을 때부터 국어사전을 가까이 하는 생활 습관을 갖고, 학자들은 계속적인 학술 연구를, 사회와 국가는 이러한 연구의 실용화에 대한 노력 및 한국어 교육자들을 위한 학업 지원 등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한국어에 대한 자긍심이 깊게 배인 노력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덧붙여 한국어에 대한 자긍심이 자칫 한글을 공용어격으로 쓰는 소수 민족에 대한 우월주의나 한글 사대주의로 변색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노력도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성우 명예교수가 학생들에 전하는 편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국어선생님의 추천으로 운명처럼 결심을 굳히고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뒤, 줄곧 이 길만을 걸어 온 남성우 교수는 한 분야를 오래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아직도 사회에 자신의 역할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설렘을 느낀다며 학생들을 향한 애정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시류에 따르기보다 소신 있는 자기 진로를 정해 밀고 나가세요. 여러분이 보내는 지금 그 시기는 유난히 해가 긴, 시련과 성장의 연속인 시간일 뿐, 어느 것도 실패가 아니니 후회하지 말고, 원망하지 말고, 자기만의 걸음으로 길을 걷는 노력을 해 보십시오.”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이라 하지 않던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신념을 가지고, 주어지는 모든 일에 그저 묵묵히 최선을 다해 임한 결과 지금의 자리에 오른 남성우 교수를 보면 그가 지나온 발자취 속에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한글을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갈 길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듯하다. 스스로 우리의 언어에 대한 자긍심을 되새기고, 진정한 아름다운 언어로 가꾸어 내기 위해 사회적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국력의 신장 속에 한 단계씩 한글이 세계의 언어문화로 성장하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정신이자 핵심 자산인 한글의 위상을 진정으로 높이는 우리의 남은 몫인 것이다. 『주간인물』은 한국어가 세계의 공용어가 되는 그날까지 남성우 교수의 식지 않는 한글 사랑을 뜨겁게 응원한다.

 

 

profile.
(약력)
1963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1969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학석사
1986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학박사
1975~2006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사범대학 한국어교육과 교수 역임
現 한국외국어대학교 사범대학 한국어교육과 명예교수
(저서)
『國語意味論』
『十五世紀 國語의 同義語 硏究』
『月印釋譜와 法華經諺解의 同義語 硏究』
『16세기 국어의 동의어 연구』
『中世國語 文獻의 飜譯 硏究』
『救急方諺解와 救急簡易方의 同義語 硏究』
(역서)
『意味論의 原理』
『意味論: 意味科學 入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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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남성우 명예교수 특별인터뷰] 인류 최고의 문자 한글, 세계의 중심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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