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교육연합신문=우병철 기자] 3월 중순 인천혜광학교 이료재활반에 뒤늦게 한 학생이 들어왔다. 올해 25살의 최광호군이다.

 

학생 대부분이 4, 50대이며 60대 어르신도 계신 이 반에 25살의 젊은 청년이 무거운 표정으로 들어와 인사를 했다.

 

 '"특수학교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내가 무엇을 다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없었어요. 그저 시각장애인들이 다시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기에 무작정 찾아 왔던 거죠."

 

모든 것이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녹내장 판정을 받고 1년. 여느 대학생과 다름없이 캠퍼스를 누비고 졸업 이후 직장생활을 설계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학교 2학년 말 서서히 시력이 나빠지면서 당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삶이 시작된 것이다.

 

작년 병원에 드나들면서 이대로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고 자신이 너무 큰 꿈을 꾼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방송프로그램에서 의학프로그램에서나 듣던 녹내장이라는 병명이 자신의 실명원인이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 했다.

 

4월 수술 후 왼쪽 눈을 실명하게 되었고 남은 오른쪽 눈도 역시 녹내장이 진행되어 수술을 해야 될 상황에 처해졌다.

 

안압이 올라가 눈에 통증은 심해지고 수술이 늦어지면 눈이 터질 수도 있다는 장난같은 말을 들었을 때에도 그는 실감을 하지 못 했다고 한다.

 

낮은 성공확률에 매달리기보다는 수술 없이 남은 시력으로라도 생활하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우연히 시각장애인들이 다니는 학교를 알게 됐고, 무슨 이끌림이었는지 그렇게 다니던 학교가 대학에서 특수학교로 바뀌었다.

 

아무런 기대감도 없이 찾아 온 학교. 담임선생님을 만났고 같은 시각장애인으로 저시력이라고 했다.

 

점자를 정말 빨리 읽으셨다. 자신이 보일 때 읽던 속도처럼 단지 손끝으로 그렇게 책을 읽고 수업을 하셨다. 힘든 게 없냐고 상담을 했고 필요한 것을 말하라고 했다. 예전에는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이료’라는 과목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이랑 참 가까워졌어요. 서로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속마음을 쉽게 털어 놓게 되었어요."수업을 해 주는 선생님들도 전부 시각장애인이다.

 

앞을 전혀 보지 못 하는 분에서 자신처럼 시력이 조금 남아 있는 저시력자들.

 

특히 담임선생님은 조금 시력이 남아 있어서 흔히 저시력자들이 겪는 혼란 즉 시각장애인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비장애인도 아닌 것 같은 중간 입장에 선 사람들의 아픔을 잘 이해해 주셨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 시력이 조금 남아 있어서 식당을 가거나 교실을 이동할 때 다른 급우들을 도와 줄 수 있어서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한다.

 

확대교과서가 있어서 조금 어렵지만 글자도 읽을 수 있게 됐고 특히 매주 수요일 점자교실에 가서 선생님께 점자를 배우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난 것 같다고 말한다.

 

아울러 영어교실에서는 외국인 봉사자와 회화를 하면서 예전보다 오히려 외국어 연습을 더 잘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최광호 학생이 기대하고 설레는 것은 바로 이료술이다. 안마와 침을 통해 다른 이들의 건강을 회복시켜 주는 일이야말로 가슴 뛰는 일이라고 말한다.
 
 가장 소박하지만 가장 위대한 꿈. 평범하게 사는 길을 그는 다시 찾았다. 이 곳에서 열심히 안마와 침을 배워 졸업 후 헬스키퍼(health keeper)가 되고 싶은 소망을 품었다.

 

남들은 안마원을 차리거나 유명한 수기치료사가 되어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지만 최광호 학생은 다르다. 적당히 월급을 받아도 좋으니 인정받는 곳에서 동료들과 즐거움을 나누며 그렇게 살고 싶다고 한다.

 

새로운 세계에서 그는 다시 꿈을 꾸고 땀을 흘린다.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사람은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그는 지금 멋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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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학교에서 새로운 꿈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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