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육칼럼] 교권 추락 속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 그 교육적 함의는?
"교사는 본질적인 교육의 역할을 제대로 실천하는 성숙한 어른인가?"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최근 여러 통계에서 중·고등학생이 희망하는 미래 직업 1위가 10년째 ‘교사’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아이러니하다. 교권 침해, 학부모 민원, 과도한 업무 부담 등으로 교사는 ‘위험한 직업’ 또는 3D 업종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 시대에 말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왜 교사를 꿈꾸는가? 이 현상은 단순한 직업 선호가 아니라, 어쩌면 전화위복으로 우리 교육이 품고 있는 희망의 신호로 읽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바라보는 ‘교사’는 현실의 피로한 교사가 아니라, 자신을 성장시켜 준 한 명의 교사, 마음을 지탱해 준 어른의 모습이라는 느낌이 그러한 긍정적판단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한 학생은 의대에 복수 합격했지만 교사의 꿈을 키우기 위해 사범대학에 진학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교사가 되고자 하는 꿈이 더 강했기 때문에 결단했다고 한다.
최근 부산의 한 고등학생은 학업 부진과 가정불화로 학교를 떠날 뻔했지만 담임 교사의 끈질긴 관심과 대화 속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이 말 속에는 교사라는 직업이 갖는 관계적 의미와 가치가 담겨 있다. 교사의 사회적 명성은 낮아졌지만, 청소년이 느끼는 교사의 존재감은 결코 추락하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교사는 안정적이다’라는 오래된 통념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10년 넘게 1위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학생들이 직업을 안정적인 ‘생계 수단’보다 ‘의미 있는 삶’으로 찾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생계 수단으로 삼으면 최근 교직에서 이탈하는 많은 젊은 교사들의 현실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청소년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관계, 보람, 가치와 같은 비가시적 요소를 중시한다. 그리고 그 정점에 ‘사람을 성장시키는 직업’, ‘잊을 수 없는 고마운 사람’과 같은 존재감이 있다. 교사라는 직업은 바로 이런 정서에 가장 잘 부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이 우리나라 교육에 던지는 함의는 무엇인가? 첫째, 학생들이 직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오히려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학교 진로 교육은 이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는 직업 정보를 단순히 나열하거나 ‘안정성·수입’ 중심의 안내에 머무른다. 그러나 미래세대는 이미 ‘일의 의미’를 중심으로 진로를 탐색하고 있다. 진로 교육은 학생이 자신의 가치관, 강점, 성향을 탐구하고 직업의 본질적 의미와 연결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둘째, 현장 경험 중심, 즉 삶의 힘을 기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는 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실제 학교 업무를 교사와 함께 체험하는 ‘미니 티칭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참여한 학생 대부분이 “교사가 이렇게 복잡한 직업인지 몰랐다”고 했지만 동시에 “힘들지만 보람 있다”고 답했다. 이 경험은 ‘환상 속 직업으로서의 교사’가 아니라, ‘현실의 가치 있는 직업’으로 교사를 이해했다. 이제 학교에서의 진로 교육은 (특정) 직업을 미화하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되 지혜롭게 삶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교육은 ‘좋은 어른’, ‘인간다운 사람’을 만나는 경험이어야 한다. 진로 선택의 상당 부분은 정보보다 ‘관계’에서 나온다. 학생의 진로가 흔들릴 때, “나는 네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해 주는 보다 성숙한 인격의 소유자인 어른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교사는 바로 그 어른이 될 수 있다. 결국 교사는 학생과 깊은 신뢰 즉, 래포(rapport)를 형성한 인격의 소유가 필요한 것이다.
오늘날처럼 교권이 흔들리는 시대에도 학생들은 여전히 교사에게서 ‘좋은 어른’, ‘의미 있는 삶’,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힘’을 보고 있다. 청소년의 교사 선호는 오늘의 교육 현실을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학교는 학생들이 꿈꾸는 가치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가? 교사는 본질적인 교육의 역할을 제대로 실천하는 성숙한 어른인가? 이 질문에 믿음과 성실로써 증명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교사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우리 교육에 던지는 메시지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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