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육칼럼] AI 시대의 생존 치트키: 인성(人性)교육의 중요성
"인성은 나이스(NEIS) 시스템의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 난에 몇 줄의 미사여구로 기록되는 성적표가 아니다"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요즘 자고 나면 쏟아지는 언론의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그만큼 괄목상대하게 발전하는 시대의 대세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과거 이세돌 국수와 최근 신진서 국수의 AI 알파고와의 바둑 대전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바야흐로 알파고의 후예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인간의 ‘마지막 희망’으로 돌아오는 ‘오디세우스의 귀환’ 여정이 필요하다.
만약 인공지능(AI)과 인공인간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미래 우리 아이들이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코딩? 파이썬? 데이터 분석? … 미안하지만 이 시대 그런 기술들은 이미 생성형 AI가 눈 깜짝할 사이에, 그것도 지치지도 않고 초과 근무 수당도 요구하지 않은 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지식의 양으로 AI와 맞짱을 뜨겠다는 건, 포크레인 앞에서 삽질 장인이 되겠다고 덤비는 어리석음과 다를 것이 없다. 이는 정답을 빠르게 콕 집어내는 ‘정답 기술자’수능 교육의 유통기한이 끝났다는 말이다.
이제 인간이 AI를 제치고 당당하게 승리할 수 있는 ‘마지막 치트키’는 무엇인가? 실리콘밸리의 천재 개발자들이 수조 원을 들여 슈퍼컴퓨터를 돌려도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영역, 바로 ‘인성(Human Character)’이라 할 것이다. 과거의 인성이 “말 잘 듣고 착한 아이”를 키우는 도덕 교과서적 이야기였다면, AI 시대의 인성은 거친 황야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강력한 시장의 경쟁력이 되었다.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의 데이비드 데밍(David Deming) 교수는 그의 유명한 논문 《The Growing Importance of Social Skills in the Labor Market》에서 “미래 노동시장에서 수학적 기술보다 사회적 기술(Social Skills), 즉 타인과 협력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높은 인재의 연봉 상승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증명했다. 쉽게 말해, 똑똑하기만 한 ‘참을성 없이 가벼운 인간’은 AI로 대체되기 1순위지만, 주변을 배려하고 소통할 줄 아는 ‘진정한 인성의 소유자’인 인재는 대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초·중·고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인성이 경쟁력이 되는 교육’을 할 수 있을까? “바르게 살자” 현수막을 걸어놓거나 명심보감을 무작정 베끼게 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여기에는 아이들의 뇌세포를 깨우고 가슴을 울릴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질문과 경청’의 토론 시합의 운영이다. 이제 학교는 ‘누가 더 깊이 공감하고 경청했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독일의 시민 교육 모델인 ‘유겐트 데바티어(Jugend debattiert: 청소년 토론)’ 방식을 변형한 ‘경청 점수제 토론’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밥상머리 ‘공동체 질문(Quest)’의 부활이다.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 속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 살지만, 역설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인기 방송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과 같은 1인 가구의 증가와 파편화된 사회 속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나와 다른 타인과 부대끼며 갈등을 해결하는 ‘실존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엔 우리의 고유한 전통의 ‘격대(隔代) 교육’, 즉 조부모와 손자녀 간의 세대 융합 교육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셋째, 메타인지를 깨우는 ‘실패와 감사 일기’의 일상화이다. AI는 자의식이 없으므로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른다. 즉 메타인지 능력이 인간과 다르다. 반면 인간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타인의 도움에 감사할 줄 아는 ‘메타인지’와 ‘영성’이 있다. 긍정 심리학의 대가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감사 훈련을 지속한 집단은 회복탄력성과 대인관계 능력이 폭발적으로 향상되었다.
인성은 나이스(NEIS) 시스템의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 난에 몇 줄의 미사여구로 기록되는 성적표가 아니다. 그것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친구에게 건네는 따뜻한 눈빛 하나, 복도에서 마주친 청소 여사님께 건네는 유쾌한 인사 한마디, 그리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동료의 목소리를 끝까지 경청하는 인내심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유기체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AI를 비서처럼 거느리며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전파하는 진짜 ‘인간 리더’의 육성이 필요한 시대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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