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정윤영 기자]

고압산소치료(HBOT)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규제 사각지대가 드러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챔버 내 산소농도 23.5% 이하’라는 핵심 안전기준이 현장에서는 사실상 유명무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고압산소치료 시장은 2024년 약 44억 달러에서 2032년 9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9%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대학병원을 넘어 중소병원, 의원급 의료기관, 심지어 미용·웰니스 클리닉까지 고압산소챔버 도입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 이면에는 안전 기준의 심각한 실효성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국제 표준과 식약처 기준은 분명하다. 국제적으로 권고되는 안전한 방식은 압축공기로 챔버를 가압하고, 환자는 별도의 BIBS 마스크나 후드를 통해 100% 산소를 흡입하는 구조다. 이 경우 챔버 내부 산소농도는 대기 수준인 약 21%로 유지된다.
반면 일부 업체와 의료기관에서는 산소발생기나 산소통의 순산소를 챔버 내부로 직접 주입해 압력을 높이고, 환자가 마스크 없이 챔버 내부 가스를 그대로 호흡하게 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 경우 챔버 내부는 고농도 산소 환경(산소농후 분위기)이 될 수밖에 없으며, 식약처가 규정한 23.5% 기준을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식약처 의료기기 기준규격은 명확하다. ▲챔버 내부 산소농도 23.5% 이하 유지 ▲산소농도 상승 시 시청각 경보 장치 작동.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환자 편의성”을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생략하고 산소를 직접 주입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결국 허가받은 구조·방식과 실제 운용 방식이 다른 불법 운용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조계와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의료기기 허가는 특정 구조와 안전조건을 전제로 부여된다”며 “허가 당시 검증받은 공기가압 방식이 아닌 산소직접주입 방식으로 운용한다면, 허가의 전제 자체가 무너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의료기기법 제6조, 제12조, 제26조(무허가 의료기기 사용 금지), 제24조(허위·과장 광고 금지) 위반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고 발생 시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민사·징벌적 손해배상 책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사망 사고 발생했다. 2025년 미국 미시간주에서는 고압산소챔버 내부 폭발로 치료 중이던 5세 아동이 사망했다. 같은 해 애리조나주에서는 운영자 사망 사고, 2009년 플로리다에서는 정전기 점화로 환자 2명이 사망하는 등 참혹한 사고가 실제로 발생했다. 모두 고농도 산소 관리 실패가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구체적 적발 사례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의 실제 운용 행태에 대한 사후관리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재명 정부는 후보 시절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이제 그 약속을 실천할 때다. 고압산소치료기 분야에서 식약처가 보여주고 있는 ‘허가만 받고 사후관리는 방치’ 하는 태도는 국민 안전을 소홀히 하는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정부는 다음과 같은 전면적인 안전 규제 정비에 즉시 나서야 한다.
▲실제 운용 방식에 대한 정기 현장 점검 체계 도입
▲허가받은 구조(공기가압+BIBS 마스크)와 실제 운용이 일치하는지 연 1회 이상 실사
▲산소 직접 주입 방식에 대한 명확한 금지 또는 별도 안전기준 마련
▲저압(1.3ATA 이하) 미용·웰니스용 챔버와 의료용 고압챔버의 명확한 분리 규정 (일본 HCC 제도 참고)
▲의료기관 내 고압산소챔버 사용에 대한 의료법·의료기기법 연계 사후관리 강화
▲환자가 확인할 수 있는 ‘안전정보 공개 의무화’ (공기 컴프레서 설치 여부, BIBS 사용 여부, 산소농도 모니터링 장치 작동 여부 등)
고압산소치료의 치료 효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효과를 논하기 전에 안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안전 정부’를 표방한다면, 시장 확대만 외치며 안전을 방치하는 식약처의 안이한 태도를 바로잡고, 실질적인 안전기준을 만들고 집행하는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는 의료 현장의 절박한 외침에 정부는 더 이상 귀를 막아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