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최근 우리 사회는 촉법 소년(만 14세)의 나이를 하향하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는 십 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대담해진 범죄 수법과 빈번한 횟수에 그 책임에 대한 사회적인 논란으로 번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과거와는 다른 십 대 청소년에 관한 관심과 지원, 그리고 바람직한 성장에 대한 교육적 책임을 숙고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요즘 바다 건너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틴 테이크오버(Teen Takeover)’다. 이는 수백 명의 청소년들이 SNS를 통해 순식간에 모여 도심을 점거하고, 난폭운전과 폭력, 기물 파손을 벌인 뒤 흩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여러 도시에서는 공공질서 훼손과 시민 불안을 이유로 강력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논의의 화살이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플로리다주와 루이지애나주 일부 지역에서는 미성년 자녀의 반복적 비행에 대해 부모에게 벌금이나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제도를 운영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또한 여러 주에서는 미성년자의 범죄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부모에게 일부 부담시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아이가 잘못했는데 왜 부모가 책임져야 하는가?” 역으로 이렇게도 물을 수 있다. “부모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우리 사회도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학교폭력, 집단 폭행, 무면허 운전, 온라인 범죄, 마약 범죄에 이르기까지 청소년 범죄의 양상은 점점 조직적이고 지능화되고 있다. 범죄 연령은 낮아지고 수법은 성인 범죄를 닮아간다. 그런데 이상한 면이 있다.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면 학교를 탓한다. 학교는 가정을 탓한다. 가정은 사회를 탓한다. 사회는 제도를 탓한다.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그 사이 정작 책임은 사라진다. 마치 축구 경기에서 공만 있고 선수는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유엔 산하 아동권리 관련 보고서들은 청소년 문제를 단순히 부모 개인의 실패로 환원하는 접근을 경계하고 있다. 아동은 가정과 사회가 함께 양육해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부모의 역할이 희석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학교는 가정이지 않은가? 첫 번째 교사는 부모다. 첫 번째 생활 규칙도 부모에게 배운다. “하지 마라”보다 강력한 교육은 부모의 삶 그 자체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듣기보다 부모의 모습을 따라 한다. 그래서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는가?
실제 아버지가 독서를 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교육이 아니라 연설이 된다. 어머니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게임을 줄이라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쩌면 교육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은 자녀 교육이 아니라 부모 교육인지도 모른다. 독일의 한 교육학자는 “아이 문제의 절반은 아이가 아니라 어른의 문제”라고 말했다. 뼈아픈 지적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수십 시간 교육을 받는다. 심지어 반려견을 입양할 때도 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한 인간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모 역할은 별다른 준비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농담처럼 말했다. “부모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채용 공고도 없이 시작하는 직업이다.” 웃음이 나지만 사실이다.
그렇다면 청소년 범죄 증가에 대응하여 부모 책임 조항을 법으로 강화해야 할까? 필자는 일정 부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그것이 처벌 중심이어서는 안 된다. 벌금 부과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 교육 의무화다. 징계보다 중요한 것은 상담 참여다.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양육 책임 회복이다.
이제 우리에게 청소년 범죄를 줄이는 가장 강력한 예방책은 더 많은 CCTV가 아니다. 더 많은 경찰도 아니다. 저녁 식탁에서 자녀와 눈을 맞추는 부모, 하루 10분이라도 진심으로 대화하는 부모, 잘못했을 때 책임을 가르치는 부모다. 그래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 범죄의 책임을 법으로 부모에게 물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과연 부모의 책임을 교육하고 있는가? 이제 우리도 다른 선진국처럼 우리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부모 교육을 더욱 강력하게 실행하는 용기와 결단, 그리고 법적 제도가 필요한 때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