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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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2월 22일에 구매한 책이 있다. 한국영상대학교 하우석 교수가 쓴 <내 인생 5년 후>라는 제목의 이 책은 흔한 자기 계발서임에도 묘한 즐거움이 있었다. 나의 의지대로 미래를 창조해내고 예견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였을까, 1주일 사이에 3번을 탐독했고, 신년에 들어서서 4번째 읽고 있다. 그리고 천천히 5년 계획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부터 5년 후 당신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그때도 지금과 같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매달려 있다면 어떻겠는가? 그것보다 더 큰 두려움이 있겠는가? 5년 후에도 뻔한 삶을 살고 있다면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겠는가? -내 인생 5년 후 30p, 하우석, 다온북스 
 
Determination이라는 단어가 있다. 확고한 투지, 혹은 공식적인 결정 등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또 다른 뜻으로 "결단"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정적인 판단을 하거나 단정을 내림'이 결단의 사전적 의미다. 
 
결단이라는 단어를 처음 생각하게 된 것은 2015년 무렵이었다. 사전적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습관적으로 결단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분들을 만난 게 그때였다. 사업상 만나는 분들이었는데, 매 순간 결단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하셨다. 
 
"우리 결단합시다." 
"지금부터 결단하시고 시작하시죠." 
이런 식의 대화가 자주 이어졌다. 
 
의기투합해서 뭔가 결과를 만들어내자는 식의 대화는 참 좋았으나 무엇을 어떤 식으로 결단해야 하는지 몰랐다. 마냥 어린아이는 아니었음에도 딱히 결단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할 만한 나이도 아니었고, 결단해서 얻어지는 게 뭔지도 모른 채 그저 결단만 외치는 것도 어색했다. 그렇게 7, 8여 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다 마흔을 바라보게 되는 2023년을 시작하면서 결단이라는 단어를 곱씹어보게 되었다. 결단을 내리지 않고 지낸 시간은 결국 후회와 아쉬움으로 남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작은 결단이라도, 그리고 설사 그 결단이 무의미한 것이라 할지라도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 역시 깨달았다. 
 
울산에서 밀양에 있는 회사까지 출근거리는 정확히 편도 50km다. 직선도로라서 뻥 뚫려 있지만,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간혹 집안일이나 개인 사정으로 늦을 때가 있다. 평소 같았으면 음악도 듣고 좋은 강연도 들으면서 가겠지만, 그런 날에는 오직 운전에만 정신을 집중한다. 그리고 정시에 도착한다. 과속은 결코 옳은 행동이 아니다. 차라리 지각해서 눈총을 받더라도 정속 운전하는 게 안전하다. 다만 기운이 빠지거나 목표의식이 흐릿해질 때마다 그때의 작은 결단을 생각하며 복기한다. 
 
책을 읽는 것도 그렇다. 이 책이 참 마음에 든다, 하고 생각이 들면 빠른 시일 내 3번 정도 정독한다. 처음 읽을 때 좋은 구절이나 내용은 빨간색 펜으로 밑줄을 죽죽 긋는다. 두 번째는 파란색 펜으로, 세 번째는 까만색 펜으로 긋는다. 그렇게 최소 3번 정도 읽고 나면 책을 쓴 저자의 마음이 느껴져서 처음 읽을 때와는 다른 깨달음이 있다. 그리고는 틈이 날 때마다 꺼내 읽으면서 새로운 정보들을 얻는다. 집중해서 3번 내리읽어내는 것, 모두 집중과 몰입, 즉 결단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습관이다. 그냥 좋은 책이겠거니, 하고 읽다가 중도에 포기해버린 경험들이 나에겐 얼마나 많았는지! 
 
그런 작은 결단들, 결심들, 올바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결정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겼을 때, 그 결괏값은 다소 미미하더라도 마음에 남는 울림은 절대 미미하지 않았다. 무언가 성과를 냈다는 즐거움과 쾌감이 적잖은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책을 한 권 다 읽어냈을 때의 즐거움, 어렵던 문제를 하나 풀어냈을 때의 즐거움 못지않은 재미들이 결단으로 말미암은 결과에서 만들어졌다. 
 
그러고 보면 매 순간은 결단의 과정이었다.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다 보면 의미 없는 시간이 흘러갔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다 보면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 그러나 결단하면 다음 행동은 쉬워졌다. 결단은 생각을 단순화시키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마음에 없던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큰 소리로 "아자아자! 할 수 있다!"하고 외치는 행위보다는 Let's do it 혹은 Just do it에 가까웠다. 그게 무엇이던 지간에 말이다. 사업에서의 성장, 자기 성장, 자아 성찰, 그 무엇이든지 결단의 과정이 있으면 쉬워졌다. 
 
결단한다고 해서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만은 아니었다. 최근 요리에 관심이 생겨서 고객들에게 선물할 겸 쿠키를 구워봤는데, 작은 상자 2개 분량의 쿠키를 굽는 데 5시간이 걸렸다. 과정 자체는 쉬웠으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집안은 온통 버터와 쿠키 냄새로 난장판이 되었고, 설거지와 빨래는 한 소쿠리나 나왔는 데다, 아들이 한 손에는 티라노사우루스 공룡과 다른 한 손에는 대머리 공룡 인형을 들고 서서 놀아달라고 보챘다. 하루에 한 번 쿠키를 구워서 고객들을 모집하겠다는 결단이 일주일에 한 번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역시 결단이 필요했다. 
 
5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결단하게 된 계기는 지인의 추천으로 소개받은 책 덕분이었지만, 그저 책 한 번 읽고 '나도 한 번 해봐야지' 하는 결단으로 시작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한국나이로 29살, 만 28살에 처음 입사했던 회사는 무역회사였다. 직원수가 200여 명에서 30명 안팎으로 급격히 감소한 중소기업이었다. 작은 중소기업이긴 했지만, 한창 때는 꽤 괜찮은 회사였는지 직원들도 빵빵했다. 사수는 필리핀에서 대학을 졸업한, 토플과 토익 점수가 만점에 가까운 37살의 젊은 차장님이었다. 부장님은 50대의 나이에도 철인 3종경기에 도전하는 분이었고, 주변에는 모두 서울의 내로라하는 대학에서 석박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40대 초중반의 과차장님들이었다. 요즘 표현으로 지거국(지방거점국립대) 출신의 내가 어떻게 그런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회사가 어려워서 오래 근무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도 당시 차장님, 부장님과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후 여러 회사를 전전했다. 보험회사에서도 근무했었고, 자동차 영업도 했다. 밀양에서는 박사학위만 3개를 갖고 있는 겸임교수이자 60억 규모의 정부사업을 관리하는 대표님과 함께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미래의 내 모습을 봤다. 
 
자기 관리와 클로징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보험이나 자동차 영업처럼 수입의 상한선이 없는 일을 통해 많은 경험들을 만들어갔지만, 성격상 고객을 끌어들이거나 클로징 하는 능력이 없는 나는 애당초 그런 일이 체질상 맞지 않았다.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에서 새로운 경험치들을 쌓는다는 점에서 무척 만족했다.다만 한계는 존재했다. 나쁘지 않게 사는 것 같지만, 별로 원하지 않는 내 미래의 모습을 사는 직장 상사들을 보면서 5년 뒤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 내 나이가 50인데, 왜 이런 인생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가족이랑 떨어져 살지, 야근 때문에 개인시간은 없지, 집에 가면 아무도 없지. 열심히 살아온 것 밖에 없는데 눈 떠보니 50이야. 시간 금방 가."
함께 근무하는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었다. 
 
5년 후 내 인생을 생각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차근차근히 생각해보게 되었다.39살의 나는 나보다 신체나이가 10년 앞서 나가는 사람과 회사에서 일을 하고, 10년 앞서 나가는 사람들과 미팅을 하며 책을 쓰고, 20년 앞서 나가는 사람들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신체 나이가 10살, 20살 어린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동생, 혹은 제자의 관계이지만 언젠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지도 모른다는 계산에서다. 그리고 그 포지션에 서서 어떤 모습이 가장 인상적인 삶의 형태인가를 가늠하며 나의 롤모델을 찾곤 했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함부로 가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터이니’라는 뜻으로,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휘호로 유명한 서산대사의 한시다.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 5년 인생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길이다. 내 아들이, 내 아내가, 앞서 나가는 아버지와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인생의 진북을 결정할 수 있다면 결코 함부로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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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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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5년을 결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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