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교육연합신문=권승호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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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주의보’ ‘호우경보’에서 ‘호우’가 무슨 의미냐고? ‘비 우(雨)’인 줄은 알겠지만 ‘호’의 의미는 모르겠다고? 좋아. 괜찮아. 지금 알아도 괜찮아. ‘뛰어날 호(豪)’야. ‘뛰어날 호(豪)’는 뛰어나고 화려하다는 호화(豪華), 강하고 뛰어나다는 강호(强豪), 부유함으로 뛰어나다는 부호(富豪), 글 쓰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문호(文豪), 뛰어나게 사치스럽다는 호사(豪奢)에도 쓰여. 역사시간에 자주 등장하는 호족(豪族)도 마찬가지냐고? 듣고 보니 맞네. 뛰어난 집안, 권세가 당당한 집안을 가리키니까. 지방에서 재력과 세력을 바탕으로 힘을 과시하는 사람은 토호(土豪)라고도 했지. 


일정 시간동안 일정량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때 기상청에서 내리는 기상특보를 호우주의보, 호우경보라 한다는 것은 알지? 그러면 주의보와 경보 중 어느 것이 비가 더 많이 온다는 것일까? 주의보(注意報)는 주의를 주는 예보이고 경보(警報)는 경계하라는 예보야. 주의하라는 말보다는 경계하라는 말이 더 강한 느낌이니까 경보일 때 비가 더 많이 오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돼. 운동경기에서도 작은 파울이면 ‘주의’를 주고 큰 파울이면 ‘경고’를 준다는 것을 생각하면 헷갈리지 않을 거야. 호우주의보는 3시간 동안 강우량이 70mm 이상 또는 12시간 동안 110mm 이상의 비가 예상될 때 발령되고, 호우경보는 3시간 동안 강우량이 90mm 이상 또는 12시간 동안 180mm 이상의 비가 예상될 때 발령된다고 해. 

  

호우와 비슷한 말에 폭우가 있어, ‘사나울 폭(暴)’으로 사납게 한꺼번에 많이 쏟아지는 비를 일컫지. ‘국지성 폭우’라는 말 들어보았지? ‘국지(局地)’는 한정된 범위의 지역이라는 의미야. ‘침수가 우려된다.’고도 하는데 ‘담글 침(浸)’으로 집, 논밭, 도로 등이 비로 인해 물에 잠긴다는 의미야. 범람(氾濫)은 또 뭐냐고? ‘넘칠 범(氾)’ ‘넘칠 람(濫)’으로 물이 넘쳐흐른다는 의미야. 그런데 범람은 바람직하지 못한 사상, 물건, 세력 등이 마구 쏟아져 나와 퍼진다는 의미로도 많이 쓰여.


비가 많이 오면 제설(除雪) 작업을 한다고 하지? ‘없앨 제(除)’ ‘눈 설(雪)’로 눈을 없애는 작업이야. 도로 가장자리에 있는 제설함(除雪函)을 본 적 있을 것인데 눈을 제거하는데 사용하는 모래나 염화칼슘 등을 넣어서 보관하는 상자야. ‘제막식(除幕式)’이라고 들어 보았니? 동상(銅像)이나 기념비(紀念碑) 등을 세운 다음에 기념하기 위한 의식을 일컬어. 왜 제막식이라 하냐고? ‘없앨 제(除)’ ‘막 막(幕)’으로 막을 없애는 의식이기 때문이야. 이해가 안 된다고? 동상이나 기념비를 다 만든 다음에 흰 헝겊으로 씌워놓았다가 의식을 시작하게 될 때 관계자들이 모여 그 막을 내리기 때문에 그렇게 붙인 것이야.  


‘보(報)’는 ‘알릴 보(報)’야. 사실에 대해 알려줌을 통보(通報)라 하고, 정보를 제공함을 제보(提報)라 하며, 새로 들어온 사실을 빨리 알려주는 일을 속보(速報)라 해. 적의 내부에 침투하여 적의 형편을 살펴서 알려줌을 첩보(諜報)라 하고, 자세하게 알림을 상보(詳報)라 하며, 어떤 내용을 여러 사람에게 널리 알리기 위하여 벽이나 게시판 등에 붙이는 종이를 벽보(壁報)라 하지. ‘홍보’ ‘대자보’도 ‘알릴 보(報)’냐고? 그래. 널리 알리니까 홍보(弘報)인 것이고, 큰 글자를 써서 벽에 붙여 알리니까 대자보(大字報)인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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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권승호

◇ 전주영생고등학교 국어교사

◇ 저서

《삶의 무기가 되는 속담 사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야 했다》, 《공부의 기본기 한자 어휘력》, 《공부가 쉬워지는 한자 어휘 사전》,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

◇ 펴낸곳 도서출판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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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호우주의보(豪雨注意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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