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교육연합신문=신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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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봄이 되면 봄맞이 청소를 하느라 분주해진다. 커튼을 걷고 겨우내 덮었던 이불빨래를 하고 새 학기를 위해 작년에 쓰던 책장을 정리하고, 두터운 옷들을 정리하거나 버린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찬장의 그릇들까지 전부 꺼내 이사집을 방불케 할 만큼 너저분하게 늘어 놓고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허리춤에 양손을 얹고 남의 집 보듯 바라본다.  대부분은 버려지거나 필요한 친구들과 나눔을 한다. 요즘은 중고마켓이라는 유용한 플랫폼으로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짐이 꽉 들어차 어수선한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면  며칠 동안은 집안이 매우  활기차 보인다. 집안의 동선이 더 편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집안의 공기마저 프레쉬하게 느껴진다. 왠지 풍수지리도 좋아 보인다. 

 

텅 빈 찬장에는 새로 찾은 자유마저 느껴진다. 어떤 그릇에 반찬을 담을지, 어떤 냄비로 라면을 끓여먹을지에 대한 불필요하고 사소한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자유였다. 나는 그동안 너무도 많은 선택들로 그간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것들과 겨루고 있었던 셈이다.  정리의 시간들을 가지며 더 중요한 것들을 위한 정신적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정보화 시대를 알리던 1900년대 후반을 지나 이제는 정보의 과잉을 넘은 주의산만의 시대다. 우리는 과도한 정보와 물질을 껴안고 살아간다. 이 과도한 정보와 물질 모두 하루 24시간 내내 우리 주의를 끌려고 경쟁한다. 그 결과로 우리 삶이 풍요로워지기보다는 우리의 가장 귀중한 자원인 뇌가 소모되고 만다. 소름 돋는 사실 하나는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직접 이런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멀티태스킹의 귀재인 듯이 TV를 켜 두고 스마트폰으로 이런저런 검색을 하고 컴퓨터로 간단한 업무를 보다가도 울려대는 카톡 소리 또는 SNS 알림 등을 수시로 확인하고 주의를 흐트러트린다. 

 

멀티태스킹이 강조되는 시대다. 이 글을 쓰다가 눈길을 돌려 휴대폰으로 오늘 저녁 계획을 확인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글에 집중하는 것은 썩 괜찮은 생각처럼 보인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의하면, 여러 일을 동시에 벌여놓고 각각의 일에 번갈아 가며 잠깐씩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생산적 시간의 40퍼센트 이상을 소모한다. 흐트러진 집중력 회복에는 평균 23분이 걸린다. 

 

날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이메일 수백 통에 맞춰 직장생활을 하는 회사원을 상상해보자. 수없이 울려대는 어느 학부모의 단체 카톡창의 200~300개의 알림을 보라. 나의 시간을 자주 빼앗기고 집중할 수 없는 시간의 부자유는 자기소유의 위기와 같다. 우리가 이토록 다른 것에 주의력을 빼앗기는 순간순간 우리 주의력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집중하려는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이런 상황을 씁쓸하게 불평한다. 

 

늘 멀티스크린을 띄워놓고 여러일을 한꺼번에 하는 사람은 부적절한 자극을 걸러내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런 사람은 다양한 미디어 스트림에 더 쉽게 산만해진다. 가장 긴급한 문제, 또는 우리 삶에  가장 이로운 문제는 가장 하찮은 문제와 뒤섞이게 된다. 그런데 이 하찮은 문제가 흘러나오는 모바일 장치는 무시하기가 힘들다. 

 

모바일 장치가 설계된 방식 때문이다. 문자메시지나 SNS 알림은 소리와 번쩍이는 빛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우리 의식 속에 쳐들어온다. 들어온다는 표현보다는 쳐들어온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만큼 마치 사고처럼 훅하고 내 사고의 흐름을 끊어버린 채로 마구 공격해온다  휴대폰이 관심을 가져달라며 시끄럽게 울고 빛을 깜박거리면, 집어 들지 않고는 배겨날 수 없다. 

 

문제는 주의 산만이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뇌가 받는 에너지 공급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신이 쉬고 있을 때도 뇌는 대사 에너지의 약 20퍼센트를 사용한다. 에너지 공급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한 번에 처리할 수 잇는 정보의 양도 한정되어 있다. 뇌에 데이터가 더 많이 흘러들어 온다고 해도, 정보량에 맞춰서 에너지 공급을 늘릴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는 산소 공급량을 중요한 정신작용에 배분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특정시기에 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 

 

집중력을 고도로 발휘하는 업무는 '몰입'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업무는 주의를 산만하게 어지럽히는 요소를 무시하게 한다. "반대로, 정보처리 용량을 모두 써야 할 만큼 많은 정보가 없다면 우리 뇌는 흘러들어오는 정보가 무엇이든 에너지를 할당한다.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대상에도 에너지를 배분할 것이다. 이는 무의식적인 과정이다. 이런 현상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요소를 물리적으로 없애는 것이다. 

 

휴대폰을 무음 상태로 바꿔놓고, 브라우저 탭을 닫아라. 나에게 연락하는 사람들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나의  몰입을 방해하는소리를 꺼버릴 수는 있다. 이치에 맞는 말이다. 어느 분야든 성공한 사람들은 달갑지 않은 방해물을 없애버리는 법을 안다. 우리의 우선순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분열되어 있다. 

 

정보시대는 과거에 정보 전문가들이라 부를만한 사람들이 했던 수많은 일을 우리 모두에게 떠넘겼다. 우리는 서로 다른 10명이 할 일을 혼자서 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누구에게 뒤지지 않고 우리 인생, 우리 자식과 부모, 친구들, 일, 취미, 가장 좋아하는 TV쇼를 속속들이 알려고 애쓴다. 이렇게 끊임없이 주의를 방해하는 것들을 관리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 체계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제한된 에너지 공급량을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할 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우리의 삶에 쳐들어오는 쓸데없는 정보들과 침범의 알람을 끄고 몰입의 시간을 늘리자.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 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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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한된 에너지를 잘 배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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