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교육연합신문=서동욱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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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난안전 관리 전문가인 조지 해도우는 아동 재난안전 관리론에서 아동의 재난 및 안전 취약성을 4가지로 분류했다. 신체적 취약성과 발달적 취약성, 심리적 취약성, 안전 및 안정의 취약성이 그것이다. 어린 학생들은 성인에 비해 다양한 부분에서 취약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취약성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극복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학교 교육과정과 연결하여 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하게 해주는 유일한 대회는 예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불조심어린이마당 대회이다. 그리고 얼마 전 제 21회 불조심어린이마당 대회가 전국 550여 학급, 1만 5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하게 마무리됐다.

나는 19회 대회 경남 우수상, 20회 대회 전국 대상, 그리고 올해는 학생들이 경남 우수상을 수상하도록 이끌며 학생들의 안전생활습관을 정착시키고자 노력했다.

이제는 대회에 대한 준비과정은 어려울 것이 별로 없다. 다수의 대회 출전 경험을 통해 학생들을 교육하는 노하우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의 열성적인 참여와 학부모님들의 응원은 큰 힘이 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난관은 코로나19였다.
대회를 일주일여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코로나 확진자가 학교에 발생하고 말았다. 우리 학년과 학급에는 확진자가 없었으나 학교의 여러 공간을 같이 사용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우리도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초조한 기다림이 이어졌다.

어떻게든 학생들을 대회에 참여시키고자 긴급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학생들이 만약 자가격리가 되어버린다면 집 밖으로 나올 수 없는데 이것은 결국 대회 불참을 의미한다. 그동안의 우리 반 학생들이 쏟은 노력을 생각한다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회의를 거듭하며 방법을 강구한 결과 대회의 경우에는 자가격리자라도 외출허가서를 받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구체적인 절차와 과정은 알지 못했다. 그것까지는 확인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만약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반의 학생들을 이 방법을 통해서 대회에 참여시킬 수 있겠다는 로드맵만 확인한 채로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검사 결과 자가격리가 시작되면 이 방법을 추진하여 대응할 생각이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린 결과 학생들은 모두 음성이었고 우리는 다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회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대회 3일을 앞두고 태풍 ‘찬투’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태풍은 학교에 휴업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렇기에 휴업이 되어버린다면 이것은 정말 어찌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 된다. 주말 동안 태풍의 경로를 계속 지켜보며 태풍이 오더라도 조금만 늦게 올라오기를 하늘에 대고 기도했다.

“우리 반 학생들이 그리고 우리 학교 학생들이 안전에 대한 역량을 오랜 시간 동안 향상시켜왔고 이제 전국의 학생들과 그 실력을 겨뤄보려 합니다. 태풍이란 변수로 인해 그 기회마저 앗아가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경로마저 예측하기 어려웠던 태풍은 다행스럽게도 대회가 끝이 난 후 우리 지역으로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는 무사히 대회를 치를 수 있었고 본교 학생들은 안전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여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휩쓸고 전국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작년에도 전국 대회에 출전하여 지도 학생들을 전국 1위로 이끌었기에 이번에도 동료 선생님과 함께 본교 학생들이 전국 대회에 진출하는 것에 참으로 큰 보람을 느끼며 본교의 명예와 경남 안전교육 역량을 전국에 떨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대회에 힘들지만 해마다 참여하는 것은 학생들의 안전한 생활습관 형성도 있으나 다른 이유도 있다. 입상 시 학생들이 모두 고르게 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현장에서 지켜보면 우수한 학생이 상을 독식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물론 우수한 학생이니 다른 분야에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으나 초등학교 6년 재학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상을 받지 못하고 자신감을 상실한 채 중학교로 진학하는 학생을 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이 대회는 학급 전체의 참여로 협동심을 길러주고 학급이 수상 시 이 과정에 참여한 학생 개개인에게 모두 상을 부여하는 점에서 아주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하나인 것이다. 잘하는 친구도 못하는 친구도 서로를 격려하며 끝까지 완주하는 학생들은 모두 과정의 승자이다.

하지만 대회를 진행하며 때로는 외부의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이런 것은 필요 없다. 안전을 알아서 무엇에 쓰는가. 국어, 영어, 수학이 중요하다.”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대회를 통해 안전을 배우고 익히며 동시에 학습의 방법론을 정립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12살짜리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대견한 마음에 가슴 먹먹함을 느꼈다는 여러 학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 대회는 12살의 아이들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발판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대회를 준비하며 수상을 해도 개인적인 승진 등에 도움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때론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대회를 치르고 난 학생들이 자신감에 찬 눈빛과 명확한 목표의식을 가지는 모습을 한 번만 보고 나면 이 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멈추기는 어렵다.

나는 교사이자 안전교육전문가로서 아이들에게 안전을 익히게 하는 동시에 아이들을 변혁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아이들 스스로 조지 해도우가 말한 아동의 안전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한다. 그 매개체는 안전대회인 불조심어린이마당이며 이 기나긴 마라톤 레이스를 완주한 우리 학생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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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올해의 불조심 어린이마당 대회를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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