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전준우입니다..jpg

최근 중학교 1학년 학생을 한 명 알게 되었다.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상담사업의 일환으로 알게 된 학생이었다. 키가 작고 볼이 통통한 학생의 얼굴을 보며, 어린이집에서 신나게 놀고 있을 아들의 얼굴이 생각났다. 마침 배구 동아리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처음보는데도 마음이 활짝 열렸다. 그 학생에게 물었다. 
 
“꿈이 있어?” 
“네. 배구선수요.” 
 
꿈이 있느냐, 하는 질문에 즉각 대답하는 중학생은 찾아보기 힘들다. 있어도 대개 막연한 꿈을 갖고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요.” 
“연예인이요.” 
“판사요.” 
 
어린 시절, 누구나 갖고 있을 그런 꿈을 이야기한다. 현실불가능한 꿈은 아니지만, 진짜 꿈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꿈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본인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에 따라 꿈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만, 호떡 뒤집듯이 바뀌는 꿈은 꿈이 아니라 이상에 불과하다. 
 
그 학생은 아버지와 자신을 내버려두고 고향인 베트남으로 도망가버린 어머니를 그리워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힘든 일이 없고, 학교생활은 재미있다고 이야기했다. 참 다행이다, 싶었지만 슬픔을 솔직하게 표현하기엔 어린 나이다. 이 친구의 말이 진실이라면 참 좋겠다, 하고 생각하며 이야기했다. 
 
“나는 네가 한국 최고의 배구선수가 될 수 있는 길을 알고 있어.” 
 
학생의 눈이 반짝거렸다. 방법을 일러주었다.

“먼저 한국 최고의 배구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해. 믿을 수 있겠어?” 
“네.” 
“그래. 그럼 50%는 이루어졌어.” 
 
나는 종이에 동그라미를 그린 뒤 절반을 까맣게 칠했다. 
 
“자, 남은 50%를 이제 채워나가면 돼. 우리가 하는 일은 이 50%를 채우는 거야.” 
 
나는 그 학생에게 몇 가지를 일러주었다. 배구를 하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친구들에게 ‘네가 무슨 한국을 대표하는 배구선수가 되니? 꿈깨!’하는 식의 말을 들었을 때, 왕따를 당하거나 그와 비슷한 어려움을 당할 때, 그럴 때마다 “아니야! 나는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 최고의 배구선수야!”하고 다짐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국 최고의 배구선수, 네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를 알아내서, 그 사람이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어떤 식으로 훈련하는지를 배워서 그대로 삶에 적용시키는 거야. 그럼 나머지 50%는 매일 조금씩 채워질거야.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100%가 채워지지.” 
 
팥빙수와 청포도에이드를 먹으며 우리는 짧은, 그러나 확신에 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리베로가 되어, 전 세계에 한국 배구의 우수함을 널리 알리게 될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전체댓글 0

  • 67368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세계 최고의 배구선수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